카테고리 : 문한별 칼럼(2006)
2008/03/14   ‘다빈치 코드’만 막으면 한국 교회가 회춘하는가? [2]
‘다빈치 코드’만 막으면 한국 교회가 회춘하는가?
글을 쓰기 전에 먼저 한 마디 해야 겠다. 최근 <'개판 목사들'과 '새끼바리새인들'>이란 칼럼을 하나 올렸다. 일전에 게재된 고은광순님의 칼럼 <'개판' 목사들이 왜 이리 많은가>에 딸린 댓글을 주목하면서, 성범죄를 저지른 '개판 목사들'을 꾸짖고 나무라는 우리가 그들과 자신을 도덕적으로 구별하는 '새끼 바리새인'의 선에서 만족하고 있지는 않나 점검해 보자는 뜻에서였다.

그랬는데 '역시나' 비난이 많이 터져 나왔다. '역시나'라 한 것은 타인을 손가락질하는 글은 누구나 좋아하지만 자신을 엄정히 되돌아 보는 글은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하더라는 경험칙에 한치의 어김도 없이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성질 급한 몇몇 독자들은 마치 내가 한기총의 대변자라도 되는 냥 욕설을 퍼부었다. 어떤 이는 심지어 "'다빈치 코드'란 영화를 많이 봐 줍시다"고 선동하기조차 했다. 그 영화를 본다 하면 내가 괴로워할 줄 알고 그리 했던 모양.

그걸 보고 웃었다. 씁쓸하게 웃었다. 에두를 것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다빈치 코드'란 영화, 보고 프면 많이 많이 많이 보시라. 그리고 성범죄 저지른 비리목사들, 많이 많이 많이 손가락질하고 욕하시라. 다만 그들을 욕하는데서 끝내지 말고 차제에 그런 바퀴벌레들이 들끓지 않도록 한국 교회 안팎을 깨끗하게 청소하는데 힘을 보태 주시라. 내 바람은 그것 뿐이다.

실은 그걸 말하자고 윗 칼럼을 쓴 것이었다. 기껏 '개판목사'들을 욕하고 난 자리에 스스로 죄 없다 자부하는 '새끼 바리새인들'만 횡행해서는 안되지 않는가 말이다. 지금 한국 교회에 있어야 할 자들은 '새끼 바리새인들'이 아니라 '예수의 제자들'이다. 이 땅의 권력과 재물이 아니라 천국의 의를 소망하고 그를 위해 핍박받는 것도 마다 않는 그런 사람들.... 동시에 선악의 이분법으로 사람을 멋대로 재단하지 않고 '죄'와 '죄인'을 구별할 줄 아는 그런 사람들....

까놓고 말해서, 나를 욕하는 사람들보다 실은 내 마음이 몇백배 더 조급하고 더 끓는다. 당신들은 비리목사들을 실컷 욕하는 것으로 만족할지 모르나 나는 유대교 회당을 뒤엎은 예수처럼 어리석고 무지한 한국교회를 발칵 뒤집어 놓고 싶다. '섬기러 왔다'고 고백한 예수의 이름을 팔아 성도들 위에 군림하는 오만하고 무지한 목사들을 보면 온 몸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 나 자신이 목사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쓸데 없는 신상발언은 이 정도로 맺고....

오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하필 '다빈치 코드'란 영화에 관한 것이다. 이 영화가 기독교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다 하여 한기총에서 상영금지 압력에 나선 것을 다들 아실 게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코미디 대상감이어늘 더욱 웃기시게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까지 나서 법적으로 그걸 막을 수 있는지 알아 보겠다고 친히 발언하셨단다. 바코드가 닮은 대형교회와 거대정당, 이둘이 벌이는 명랑.발칙한 러브스토리여, 보는 이의 속을 뒤집어놓는 엽기.주접의 결정판이여.

암튼 요즘 그놈의 '다빈치 코드' 땜에 그렇잖아도 욕을 바가지로 쳐 잡수고 있는 한국 교회가 비웃음과 동정, 치유의 대상으로까지 급전직하했으니 이에 대해 마냥 모른 체 입을 다물고 있을 수 만은 없는 일. 하여 한 마디 하는디....

한국 교회의 명예를 훼손하는 주범이 '다빈치 코드'? 아하. 한국 교회에 더 이상 훼손될 명예가 남아 있기나 한가 모르겠다. 사실 작금의 한국 교회가 어떤 상태인가? 어둔 세상의 등불? 부패한 세상의 소금?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이다. 일반인들에게 한국 교회는 이미 '공공의 적'이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세상을 불밝히는 의로운 횃불이 아니라 어둠을 앞당기는 부패한 누룩으로 각인된지 이미 오래다 이 말씀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뚱맞게 무슨 명예 훼손?

기껏 '다빈치 코드'란 영화 하나 때문에 한국 교회 문이 닫히고 교인수가 감소한다고? 서울시청을 점거한 대형교회 교인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날리며 태평양 너머 부시에게 우리의 기도가 닿게 해 달라고 어거지를 쓸 때부터 한국 교회문은 닫혔다. 머릿수만 믿고 개혁입법을 저지해야 나라가 산다고 악다구니를 칠 때 한국 교회문은 꽁꽁 닫혔다. 재단비리로 썩은 내가 진동하는 사학을 유지한답시고 유명 목사들이 십자가 퍼포먼스까지 연출할 때 한국 교회문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굳게 닫혔다. 이 이상 어떻게 더 닫힐 수 있는가?

'다빈치 코드'란 영화가 한국 교인들을 모독하기 때문에 상영을 금지해야 한다고? 한국의 교인들의 얼굴에 똥칠을 한 사람들이 누군가? 영화 '다빈치 코드'가 아니라 바로 그렇게 말하고 있는 대형교회 목사님들이시다. 지금 이 땅의 크리스챤들은 갖가지 명목으로 헌금을 뜯어내는 목사들과 앞에선 거룩한 체 하면서 뒷구멍으로는 여신도들을 농락하는 '주님의 종님' 아니 '주님의 종놈'들 때문에 얼굴을 못들고 다닌다. 그 심정이나 제대로 알고서 그리 말하는가?

'다빈치 코드'란 영화가 기독교에 심각한 위해가 되기 때문에 저지해야 한다고? 아, 이 사람들아. 정말 그렇다면 영화상영만 금지할 게 아니라 소설 자체가 전세계에 퍼지지 못하도록 기를 쓰고 막았어야지 이제 와서 무슨 난린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반기독교로 빠지는 것은 괜찮고 우리나라 사람들만 걱정되던가? 입만 열면 떠벌리는 '선교한국' '인류구원'의 외침은 어디로 사라지셨는가?

'다빈치 코드'란 영화가 신성모독적이고 반기독교적이어서 기독교를 잘 모르는 한국의 젊은이들과 초신자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그러면 물어 보자. 기독교에 무지한 이들이 어떻게 하면 기독교를 바르게 알 수 있나? '다빈치 코드'만 극장에서 상영 못하도록 틀어 막으면 절로 그렇게 되나? 한갖 픽션에 불과한 '다빈치 코드'에 그런 마법적인 힘이라도 있는가 말이다. 깨는 소리 하지 말자. 유치원 아이도 안다. 기독교의 참모습을 알리는 것은 영화가 아니라 교회 자신이라는 것을.

말로만 사랑을 떠벌이지 말고 이 핑계 저 핑계 붙여 뜯어낸 헌금의 '1/10'만이라도 가난한 이웃을 돌보는데 써 보라. 교회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기득권을 버리고 사회정의를 일깨우는 개혁에 앞장 서 보라. 기독교에 대한 칭찬이 자자할 것이다. 아니 아니, 그것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이지 모두가 비웃는 더러운 범죄만 저지르지 않아도 한국 교회에 교인수가 떨어질 날은 없을 것이다. 그것도 어려운가.

지금 한국 교회가 '다빈치 코드' 따위를 들먹이며 호들갑 떠는 것은 자신의 실패를 영화에 전가하려는 치졸한 술수에 다름 아니다. 영화 하나에 흔들릴 종교라면, 그 이전에 문을 닫는 것이 옳다. 그처럼 자신 없고 그처럼 무능한 종교에 무슨 소망이 있단 말가. 모래 위에 지어진 집은 파도가 치지 않아도 절로 무너지게 돼 있다. 그런즉, 교회여, 부끄러운 교회여, 예수 없는 한국 교회여, '다빈치 코드'를 탓하기 전에 모래보다 부실한 자신의 발밑부터 들여다 볼지언저. (2006.4.11)



- 어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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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6년 4월, <데일리서프>에 기고한 글입니다.
by 어른이 | 2008/03/14 01:57 | 문한별 칼럼(2006)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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