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메이저에 휘둘리는 나라 체면


미국산 쇠고기가 나라 체면을 구길 대로 구긴다. 노무현 정부는 광우병 위험이 해소되지도 않았는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선결조건으로 쇠고기 수입재개를 허용했다. 수입재개는 검역의 문제라 FTA와 무관하나 수용한 것이다. 굴욕적인 자세를 만만하게 본 탓인지 미국이 광우병 위험특정물질이 포함된 쇠고기를 무더기로 수출하고 있다. 양국이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을 정면으로 위반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노 정부는 수입중단을 내리지 못하고 질질 끌려만 다닌다.

광우병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프리온(prion)은 주로 소의 뇌, 안구, 편도, 척수, 두개골, 내장 등 특정부위에 분포되어 있다. 그 이유로 수입을 재개하면서 뼈 부위와 내장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소의 광우병 잠복기간은 보통 3년이다. 미국은 2003년 11월 광우병이 발생하자 이 병을 유발하는 동물성 사료를 반추동물에게 못 먹이도록 조치했다. 그래서 수입기준을 출생 30개월 미만 소의 뼈 없는 살코기로 제한하는 수입위생조건에 양국이 합의했다.

수입이 재개된 작년 10월부터 금년 7월까지 검역과정에서 밝혀진 수입위생조건 위반건수가 무려 188건이나 된다. 이것은 전체검역건수 319건의 59%에 해당한다. 주로 위험물질이어서 등골뼈 1건, 갈비통뼈 6건, 뼛조각 163건 등이다. 이물질 19건, 상자표시와 상이한 내용물 17건, 가짜 검역증 첨부 3건 등도 나왔다. 농림부가 이 중에 8건만 발표했으니 미국 눈치를 얼마나 보는지 말해준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작년 1월 척추 3 상자를 발견하자 즉각 수입중단 조치를 취했다.

7월 29일 등골뼈가 나왔으나 수입중단이 아닌 검역중단을 내렸다. 슬그머니 검역을 재개했는데도 또 갈비통뼈가 잇달아 발견되고 있다. 서울에서 앉아 살코기만 봐서는 과연 출생 30개월 미만인지 알 길이 없다. 치아마모율을 보면 연령을 어느 정도 판별할 수 있다니 현지검역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현지에서 구매자 검사(buyer's inspection)도 또 주문명세(specifications)에 맞출 생산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공장검사(plant inspection)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반송된 쇠고기는 주로 카길과 타이슨 제품이다. 카길은 2005년 매출액이 711억 달러이고 순이익이 21억 달러에 달한다. 비상장 개인기업으로서는 세계최대의 규모이다. 기업을 공개한다면 포천이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 중 20위에 오른다. 지구적 규모의 농축산물 생산-가공-수송-저장-유통체제를 구축한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transnatioal agrifood complex)다. 미국 곡물수출의 25%를 차지하고 미국내 육류시장의 22%를 점유하고 있다.

타이슨 또한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이다. 미국 최대 쇠고기 생산업체이자 돼지고기 가공분야의 2위인 IBP를 2001년 인수함으로써 세계최대의 육류 생산-판매회사로 떠올랐다. 소만도 1주일에 13개 공장에서 17만1,000마리를 도축한다. 돼지는 6개 공장에서 34만8,000마리를 처리한다. 닭은 전세계 6,729개 업자와 계약사육하고 있다. 2005년 매출액은 260억 달러로서 세계 500대 기업 중 식료품 부문에서 2위다.

종자에서 소매상까지 수직적 독점체제를 구축한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가 세계식량시장을 재편해 왔다. 카길은 WTO(세계무역기구) 농업분야의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1987년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농업협정에 미국이 제출했던 ‘예외 없는 관세화 방안’의 초안을 대니얼 암스터츠 전 부회장이 작성했다고 한다. 1993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는 휘트니 맥밀런 전 사장이 심사단원으로 활동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3년 카길 CEO 워렌 스탠리를 대통령 직속 수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다.

카길은 13억 인구의 식량시장을 겨냥해 중국의 WTO 가입 위해 로비활동도 벌였다.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카길의 영업전략은 세계무역장벽의 철폐다. 농축산물 관세를 내리면 내릴수록 카길의 제품가격이 내려가서 더 많이 팔린다는 전략이다. 농업시장 개방은 곧 카길의 이익이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협상도 카길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조정했을 게 틀림없다.

갈비통뼈가 쏟아져도 노 정부는 국민건강은 뒷전에 두고 있다. 이러니 미국이 수입위생조건을 무력화시켜려고 밀어붙인다고 보아야 한다. 자국민이 먹지 않는 뼈와 내장도 팔려고 말이다. 그 앞장에는 카길을 비롯한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가 서있을 것이다.

<내일신문 2007년 9월 20일>



by 김영호 (시사평론가, 언론광장 공동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 공동대표)

#. 김영호 님은 중견 시사평론가로서, <내일신문>을 비롯, 여러 곳에 시사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현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의 허락을 얻어 소중한 칼럼을 이곳에 옮겨 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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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 2007/09/25 19:00 | 김영호의 매운 정치훈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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