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효과' 탓, 무더기 출마...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주로 의사당에 한두 번 진출한 경력이 있거나 장관을 지낸 인사들이다. 객관적 입장에서 보면 차라리 내년 4월 총선거나 착실하게 준비하는 게 나을 듯 싶은데 대망의 꿈을 펼친다며 기세를 올린다. 문제의 심각성은 출마난립이 정치희화화와 정치혐오증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3김은 절대강자여서 추종자들이 감히 도전장을 내지 못했다. 그들이 퇴장한 무대는 아직 빈자리로 남아있다. 그 공백기가 군웅할거 시대를 개막하는 듯하다. 족히 30명이 대권을 맡겠다며 “저요”, “저요”하며 손을 흔든다. 학교 반장을 뽑는 일도 아닌데 말이다. 지지율 50%를 넘나들며 선두를 달리는 한나라당은 4명이 참여한 경선을 거쳐 후보를 확정했다. 일찌감치 3명의 주자가 각축을 벌이는 민주노동당은 경선에 들어간 상태다.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탈바꿈한 민주신당은 난장판 같다. 범여권의 통합신당이라 그런지 비노파, 친노파로 나눠져 9명이나 뛴다. ‘도로 열린우리당’이라 그런지 지지율이 바닥에 머물고 있는데도 말이다. 여기에다 열린우리당의 잔류파에서도 3명이 가세한단다. 범여권 통합을 거부하고 독자경선을 치른다는 민주당에서도 6명이 입신하겠다고 나섰다. 기업인 출신 무소속 1명이 도전장을 냈다. 그밖에도 여럿이 더 출정한다는 소식이 따른다.

대통령 선거가 넉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당내경선을 거친 다음 후보가 확정되어 본선에서 뛰자면 현실적으로 시간이 모자란다. 언제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그것을 지지도로 연결하느냐는 문제다. 아마 의정활동을 하느라 아니면 장관을 지내 TV화면에 많이 비쳤으니 국민이 얼굴을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국민은 그렇게 한가하지도 않고 정치인에게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낮은 지지율이 부분적으로 그것을 설명한다.

여론조사에서 소수점 이하 두 자리까지 내려가야 지지율이 포착되는 인사들이 수두룩하단다.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이내의 수치비교는 무의미하다. 그런데 오차범위를 넘어선 주가는 2~3명이 될까 말까하다. 과연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동인지 모르겠다. 출마홍수는 아마 ‘노무현 효과’ 때문일 듯하다. 5년 전에 지지율이 바닥이었던 그가 국민경선을 통해 후보로 떠오르고 마침내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그런 사건적 기대감에 들떠있지 않나 싶다. 무명인의 스타탄생 같은 그런 기적을 말이다.

문제는 우후죽순 같은 주자난립이 산표효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주자간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군소주자로 비춰 오히려 정당 지지도를 더 산개(散開)시킬 수 있다. 특히 민주신당은 구심점이 없는 정당으로 인식되어 수권정당으로서 능력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낮은 지지율은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대권은 복권과 같은 우연이나 행운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유권자를 모독하는 행위로 비칠 수도 있다.

대권을 말하기 전에 국정수행 능력이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 먼저 정직성-투명성이 우월한지 묻는다. 과거 대통령과 그의 막료들이 저지른 부정부패에 실망감과 배신감이 너무 크다. 지역간의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자면 지역감정에 초월해야 한다. 지난날 대통령들이 연고지역 출신이라고 자격도 능력도 없는 건달들을 중용하여 나라를 너무 어지럽혔다. 국정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사회-경제정책은 복잡하고 전문적이다. 모든 국가 정책은 긍정-부정효과를 동시에 수반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국민간의 이해상충도 조정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은 출마난립을 냉소적으로 본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싶다. 비한나라당권의 지지율이 바닥에서 맴도는 까닭도 주자난립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경인일보 2007년 8월 28일, 한라일보 8월 29일, 충북일보 8월 31일>



by 김영호 (시사평론가, 언론광장 공동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 김영호 님은 중견 시사평론가로서, <내일신문>을 비롯, 여러 곳에 시사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현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의 허락을 얻어 소중한 칼럼을 이곳에 옮겨 심습니다.
by 어른이 | 2007/08/30 01:16 | 김영호의 매운 정치훈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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