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손맛 담긴 김치를 여기서 맛보다니~!!!(07.7.6)


내 어머니는 손맛이 좋기로 소문난 분이셨다.
김장 담글 때면 동네에서 줄서서 받아갈 정도로 맛이 특별했다.

지금도 어머니 곁에서 김장김치를 손으로 집어먹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선하다.
그땐 밥도 먹지 않은 채로 앉은 자리에서 한 접시 이상을 먹었는데...

어머니는 못 만드는 음식이 없으셨다.
양식이나 일식을 빼고 온갖 종류의 한식은 당신의 손으로 일일이 만들어 내셨다.

명절선물로 들어온 소갈비짝을 큰칼로 쪼개고 다져서 만든 떡갈비며,
펄펄 끓인 물에서 건져낸 돼지보쌈고기의 맛은 지금 생각해도 일품이었다.

추어탕은 또 어떻고~? 추어탕 맛있다고 소문난 집을 수없이 찾아 다녀 봤지만
아직도 그와 비스무리한 맛이라도 흉내내는 추어탕을 구경하지 못했다.

탕수육도 생각난다. 달콤상큼한 소스를 얹기도 전에
어머니 옆에서 막 튀겨낸 고기를 집어먹던 그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으리.

어머니표 명품음식에 육회가 빠지면 섭하다.
이건 정말이지 대한민국에서 두번 다시 맛보기 어려운 별미 중의 별미다.

질 좋은 생고기를 가늘게 썬 다음, 거기에 참기름 팍팍 부어 소독하고,
숙주나물과 시금치 등의 준비된 야채에다 밥과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으면 그야말로 죽음~!

이 모양 어머니는 내 입맛을 까다롭게 만든 장본인이라 할 수 있으니,
성정 착한 내가 유독 음식맛엔 엄격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어머니가 만드신 음식 이야기를 하려면 아마 몇날 밤을 족히 새야 할 게다.
그토록 풍부하고 그토록 깊은 맛의 세계를 한 번에 풀어내기란 불가능할 터.

지금은 아쉽게도 어머니의 손맛을 볼 수 없게 됐다.
생존해 계시지만 나이가 드셔서 맛을 잃은 데다가 기력도 쇠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전에 잃어버린 어머니표 김치맛을 바로 이 집에서 발견했다.
이름하여 '호남 사철탕'. 홍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아담한 골목식당에서다.

장 감독과 방 대장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무침'과 '전골'을 기다리고 있는데
빨간 색깔의 열무김치가 내 눈길을 잡아끈다.

메인디쉬 나오기 전의 무료함을 달랠 겸 젖가락으로 한 점 집어 입에 넣었겠다.
멸치젖깔의 그윽한 맛이 우러나오면서 혀에 착 감긴다. 어딘지 친근한 맛이다.

대뜸 주인아주머니를 호령하여 물어 보았다.
"멸치젖깔 넣으셨네요?" "고향이 어디세요?"

그랬다. 그는 나주사람이라고 했다. 어쩐지 김치맛이 다르더라니.
김치 속맛은 멸치젖깔에서 나온다.

서울김치에는 멸치젖깔이 들어가지 않는다.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까닭이다.
그러니 그들이 이 깊고 오묘한 맛의 세계를 알 턱이 있나.

한 점, 한 점 먹을 수록 안타깝게 접어두었던 옛기억이 새록새록 묻어난다.
맞아, 어머니가 담궈 주시던 김치맛이 바로 이랬는데...

내가 김치맛을 칭찬하자 주인아저씨도 덩달아 신나서 제 와이프 자랑하기 바쁘다.
"그럼요, 이 김치 먹으려고 서울 끝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김치가 워낙 돋보이는 바람에 보신전골과 수육은 빛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시라. 절대 맛 없어서 그런 게 아니니까.

김치맛이 뛰어난 집치고 맛 없는 음식이 없다.
반대로 김치맛 별로인 집치고 음식솜씨가 좋은 집이 없다. 그건 진리다.

비싼 돈 주고 먹은 무침과 전골도 당근 맛 있었다.
고기결도 좋고 국물도 시원한 게 간이 딱 맞았다.

다만 그에 앞서 몇점 집어 먹은 김치의 충격이 넘 컸던 것 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맛을 생각하면 절로 입에 침이 고인다.





- 어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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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 2007/07/08 03:35 | 먹는 즐거움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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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엄마 at 2007/07/23 20:29
http://cafe.naver.com/motherstory.cafe
어머니의 희생과 가족의 사랑을 담았습니다.
오늘은 어머니의 사랑을 느껴보세요^^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7/07/23 20:33
엄마 / 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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