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보도를 보면 혼란스럽다. 무엇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다. 모든 사안을 이념의 잣대로 재단함으로써 극단적인 대조를 이룬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으로 포장하여 네편, 내편으로 가른다. 언론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현안을 분석, 해설, 해석, 비판하여 수용자가 올바르게 판단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데 가치 중립적 사안에 대해서도 이념이 넘쳐난다. 혼돈시대를 살아가는 느낌이다. 이념과잉은 보수언론이 기득권을 향유하려는 데서 연유한다. 연이은 비주류 출신 대통령의 탄생은 권력이동을 의미한다. 보수언론의 입장에서는 기득권을 위협하는 사회변화로 이어진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 까닭에 지난 10년 이상 변화와 개혁이라는 말만 나오면 피해의식을 갖고 저항한다. 모든 국가현안을 이념으로 착색해 정쟁화함으로써 지지세력을 규합하는 데 보도-논평의 초점을 맞춘다. 32년간에 걸친 군사정권의 무단통치는 정치체제-경제제도-사회체제를 왜곡시켜 놓았다. 진정한 의미의 민주사회를 이룩하자면 구시대의 적폐를 혁파해야 하며 그것은 개혁과 변화로 표현된다. 6월 항쟁이 일어난지도 20년 가까이 흘렀지만 아직도 공정한-투명한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보수언론은 개혁과 변화를 진보와 동가치로 보고 나아가서 진보를 친북과 근사치로 보고 매도한다. 보수란 무엇인가? 인류가 창출한 전통적 가치를 유지, 승계하자는 게 아닌가? 합법성이 결여된 군벌체제가 대의정치에 근거하지 않고 정권유지를 위해 조작해낸 정치관행-사회체제는 결코 보수가 추구할 가치가 아니다. 그런데 기성체제를 교정하려는 노력을 붉게 물든 진보라고 단정한다. 체제홍보에 순치된 세대를 포용하는 수단으로서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기득권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정권을 탈환해야 하고 그것을 위한 도구로서 모든 국가현안을 이념화하는 형국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보인 언론보도-논평은 국민을 착란상태에 빠지게 만든다. 무엇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헷갈린다. 4대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생존에 관한 고민은 찾기 어렵다. 한반도의 현실적인 선택은 비핵화를 통한 전쟁억지다. 북한봉쇄가 핵포기를 유도하는 유일한 해결책인지 의문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미국을 향한 유일한 압박수단을 경제적 고통을 이유로 쉽게 포기하려면 그 같은 모험을 강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전쟁불사론을 말하며 미국에 동조하지 않으면 친북세력으로 몬다. 강경 일변도의 결과는 무엇인가? 한반도의 초토화이다. 정말 전쟁을 수행하고 거기에 따른 고통을 감수할 의사가 있는지 묻고 싶다. 대화와 설득을 말한다고 해서 북한의 핵무장에 찬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친북세력으로 간주한다. 무력대결은 재앙을 의미한다. 위기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견해는 존중되어야 한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은 이념이 아닌 국익의 문제다. 미국의 요구를 최소한 수용하여 국익을 얼마나 지키느냐의 문제다. 그런데 보수언론은 한-미 FTA는 미국과 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함으로써 국익이 증대된다는 단순논리로 접근한다. 그리곤 한-미 FTA 반대는 반미라고 등식화하는 위험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한-미 FTA는 단순한 교역의 자유화가 아니라 한국경제의 미국 예속화를 의미한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사회제도-경제체제에 일대 변혁이 일어난다. 그 내용은 복잡하고 난해하며 모든 국민의 경제활동-사회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범위도 방대하다. 그런데 보수언론은 단순히 반미주의자들이 반대한다는 논리를 편다. 협상내용 하나 하나가 국민생활과 직결되지만 분석도 하지 않고 말이다. 한-미 FTA 체결에 따른 농촌붕괴는 식량안보와 직결된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4대 강대국이 세력을 균점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5%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5%선이다. 한-미 FTA가 체결되어 세계최대의 농업국가인 미국의 농축산물이 무관세로 들어오면 이 나라에서 농업-농촌은 사라진다. 식량안보를 말한다고 해서 진보세력이라고 매도한다. 어느 나라나 가장 보수적인 세력은 변화를 싫어하는 농민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보수언론은 교육문제도 이념화한다. 이 나라의 교육은 많은 모순을 지니고 있다. 공교육은 붕괴되고 사교육에 매달리지 않으면 대학입학이 어렵다. 교육을 장사로 아는 일부 사학재단의 전횡은 용인의 수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보수신문은 시장논리-산업논리를 내세워 옹호한다. 그것이 이른바 사학법 파동이다. 심지어 경쟁논리를 내세워 학력차별을 조장한다. 기업은 고용창출을 통해 경제발전에 공헌하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기업을 정당한 이유 없이 비난할 수도 없지만 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기업의 부도덕성을 지탄해도 ‘반기업 정서’라는 말로 좌파가 주도하는 듯이 되받아 공격한다. 검찰이 정치자금에 연루된 재벌총수를 소환하면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논리로 대응한다. 그 속내는 재벌은 우파이고 수사를 촉구하는 세력은 좌파라는 식이다. 기업윤리에까지 이념을 개입시키는 것이다. 사용주의 부도덕한 행위로 빗어진 노사문제도 이념으로 재단하여 노조를 일방적으로 매도한다.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 경제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규제, 환경보호를 위한 규제를 기업활동을 죄는 족쇄로 몰고 간다. 반시장주의니 뭐니 하다가 아예 좌파적이니, 사회주의적이니 하며 공격한다. 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해도 ‘반기업 정서’라는 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 이라크 파병반대는 반미고, 반미는 곧 친북이라는 논리다. 침략전쟁, 인명살상, 평화파괴와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는 몰라라한다. 이슬람과의 충돌, 파병비용, 인명피해, 테러위험도 안중에도 없다. 국가보안법 폐지도 마찬가지다. 표현의 자유억압, 인권탄압은 뒷전에 두고 폐지는 친북이라고 단정한다. 체제홍보에 익숙해진 세대에게는 호소력을 갖는다고 판단하는지 그것을 더욱 증폭시켜 나간다. 과거사 규명도 같은 맥락에서 반대한다.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탄이 이 나라에 광복을 가져왔다. 일본군이 패주한 자리에 미국군이 들어섰다. 미군정의 첫 과제는 치안유지였다. 일제하에서 주민의 동태를 면밀하게 파악해온 조선인 헌병, 순사, 검사보 따위를 중용했다. 그들이 훗날 군대, 경찰, 검찰의 우두머리가 된다. 그것이 반공이념을 내세운 군벌독재로 이어진다. 친일행각도 덮을 겸해서 친북논리로 포장하여 역공한다. 크고 작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현안이 정쟁의 도구가 되어 마찰음이 요란하다. 그것이 대립과 반목으로 증폭되면서 충돌음이 그치지 않는다. 그 소음의 진원지는 보수언론이 조장해내는 이념과잉이다. 이것은 언론행위의 영역을 넘어선 정치행각이다. <열린미디어 열린사회> by 김영호 (시사평론가, 언론광장 공동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 *** #. 김영호 님은 중견 시사평론가로서, <내일신문>을 비롯, 여러 곳에 시사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현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의 허락을 얻어 소중한 칼럼을 이곳에 옮겨 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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