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의 절묘한 앙상블, 비빔밥의 힘(07.6.27)


비빔밥.
내가 좋아하는 메뉴 가운데 하나다.

식욕이 없을 때 이것저것 섞어 빨간 고추장에 비비면
없던 입맛도 금세 되돌아 온다. 

비빔밥의 매력은 무엇일까?
내가 첫손에 꼽는 그것은 맛의 유연성이다.
 
비빔밥에는 스테이크나 피자처럼 규격화된 맛 자체가 없다.
들어가는 음식의 종류, 그리고 그 비례에 따라 그때그때 맛이 달라진다.

나물과 야채의 조합에 따라 천차만별 맛깔을 달리하는 이런 유연함 말고도
비빔밥의 미덕은 또 있다. 바로 조화로움이다.

비빔밥은 조화와 협동의 대명사다. 
같이 어울리되 누구 하나 개성을 상실하지 않는다.

비빔밥만의 풍성한 맛의 비결이 거기 있다.
오케스트라의 앙상블과 같은 맛이랄까.

요즘 사람들은 비빔밥에 담긴 이런 지혜를 모른다.
제 잘 난 줄만 알지 남의 개성을 존중할 줄 모르는 탓이다.

'우리'(we) 공동체는 건강한 '나'(i)와 건강한 '너'(thou)의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너'(thou)를 타자화(it)시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런 만남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다른 이를 목적으로 대하기보다 늘 이용대상으로만 바라본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안되는가... 쓸모가 있는가 없는가...
득실(得失)을 따지고 이해(利害)로서만 대하려 든다.

현대의 인간관계가 날로 삭막하고 건조해지는 것도 그 때문 아닐까.
깊은 정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친구가 날로 적어지도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 어른이 -
by 어른이 | 2007/06/29 13:07 | 먹는 즐거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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