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SPAM으로부터의 자유(feat.이태리 숙성햄)
이태리 숙성햄 열전(列傳) 그리고 스팸 / (by 풍데쿠 님/mlbpark)

로마에는 이태리 숙성햄 모듬 플레이트를 파는 식당들이 많습니다.


다른 도시들에도 있을텐데요, 직접 먹어 본 건 개인적으로 로마밖에 없네요. 이게 특별한 “요리”가 아니라 샤쿠떼리charcuterie를 갖춘 가게에서 이런 저런류의 햄, 숙성육, 소세지 등을 조금씩 자르고 치즈와 올리브등의 야채도 조금 곁들여 맥주, 와인등 주류와 함께 팝니다.


그래서 이태리어로 딸리에레 tagliere라고 그러는데, 이는 커팅보드를 일컫는 말이라 영어로 mixed board라고 메뉴판에 주로 쓰여져 있습니다. 식사로는 조금 어울리지 않을 수 있고 맥주나 와인 안주로 생각하면 되겠죠.

보다시피 이태리 숙성햄들은 종류가 다양합니다. 언뜻 복잡하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만큼이나 소고기,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다양하게 먹는 사람들이 또 없는지라 이 차이들은 약간의 설명만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선 대부분은 숙성햄의 원재료는 대부분 돼지고기인데 소고기를 염장해서 말리는게 브레사올라 Bresaola 입니다. 주로 기름이 적은 부위를 이용하니 저렇게 벌겋습니다. 본 기억들이 있는지요.


그 외에는 거의 대부분이 돼지고기인데, 우선 돼지 뒷다리를 염장해서 말리는게 바로 제일 유명한 프로슈토 prosciutto입니다.


프로슈토도 두 종류로 나뉘는데 아무런 조리도 하지 않고 말리는게 크루도 crudo 이고 한번 익힌 후 말리는게 코또 cotto입니다.

프로슈토든 뭐든 다들 매우 얇게 잘라 그냥 먹기도 하고 (주로 술안주) 샌드위치에도 많이 넣습는다.

프로슈토가 뼈채로 숙성시키는 거라면 고기부위만 발라서 숙성시키는게 쿨라텔로 Culatello입니다. 실제로 프로슈토를 만들려고 하다 우연히 조리법을 발견한 거라고 하네요.


일단 얇게 포를 떠놓으면 프로슈토랑 구별이 잘 안갑니다. 그런데 슈퍼마켓에서 살려면 가격에서 확 차이가 납니다. 아마 프로슈토 2배는 될거에요. 뼈에서 고기부위만 발라내는 공정 등 때문에 그렇겠죠.

자, 이제 부위를 조금 옮겨서 목살을 이용해 염장하고, 향신료 넣고 이래저래 숙성하면 코파 Coppa 혹은 카포콜로 Capocollo라고 부릅니다.


외관이 벌써 좀 다르죠? 잘라서 서빙할때도 보면 프로슈토와 쿨라텔로가 좀 길쭉한 반면 코파는 훨씬 작고 동글동글합니다.

라도 Lardo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비계덩어리입니다. 그런데도 그것만 따로 숙성시키고 잘라 먹기도 합니다. 비계라는게 항상 그렇듯 조금만 먹을거면 고소하고 괜찮습니다.


다음, 삼겹살 부위를 갖고 숙성을 하면 판체타 pancetta라고 합니다.


우리한테는 아마 베이컨이 더 익숙할텐데 둘의 차이는 훈제를 하느냐, 않느냐가 가장 큽니다. 판체타는 훈제없이 다른 숙성햄처럼 잘라 먹기도 하지만, 깎둑썰기해서 잘 아는 까르보나라 파스타 소스에 쓰기도 합니다.

여기까지는 사실 ”가공”햄, ”가공”육이라는 말을 붙이는 게 옳을까, 주저가 될 정도로 전 과정이 인공적인 첨가물 없이 자연숙성에 의존해 만듭니다. 전통적인 방법을 그대로 준수한다는 조건에서 말이죠. 그래서 2015년인가 WHO에서 가공육이 건강에 나쁘고 발암물질이기도 하다고 공언했을 때, 전통 이태리 숙성햄 제조업자들이 엄청 반발했죠. 정말 인공적인 방부제를 조금도 넣지 않는다면 억울할 만 합니다. 실제로 수퍼마켓에서 파는 프로슈토 포장육 뒤집어서 보면 적어도 크루도 crudo의 경우 성분표에 돼지고기하고 소금밖에 없습니다. 코또 cotto부터는 보존제가 들어가지만요.

모르타델라 mortadella는 손이 조금 더 갑니다.


일단 고기 ”덩어리”를 쓰는 게 아니라 고기를 곱게 갈고 지방덩어리도 넣어서 만들어 ”소세지”라는 말을 붙이는 게 맞습니다. 한국에서 만드는 분홍빛 소세지를 먹어보고 '이건 소세지가 아니다'라고 하는 유럽인들이 많은데, 독일식 소세지를 기준으로 보면 그 말이 맞지만 우리나라 소세지는 이태리 모르타델라하고 많이 닮았습니다. 둘 다 고기를 곱게 갈아서 쓰기 때문이죠. 물론 맛은 많이 다릅니다. 우리나라 분홍 소세지에는 어묵류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무튼 모르타델라는 매우 부들부들하고 그래서 샌드위치 속재료로 많이 씁니다.

우리한테 많이 익숙한 살라미 salami는 고기 자체가 소고기일 수도, 돼지고기일 수도 있지만, 멧돼지를 쓰기도 합니다.


겉이 딱딱해질 정도로 오래 말린다는 게 특징인데, 그 맛에서 쉽게 느끼 듯, 마늘도 넣고, 여러 향신료도 넣습니다. 살라미는 사실 종류가 엄청 다양합니다. 그래서 각기 이름도 다르고 다른 이름을 붙여줘야 할 정도로 내용물과 맛도 과히 다릅니다. 게 중 우리에게 친숙한 페페로니 pepperoni는 칠리를 넣어 만든 미국산 살라미의 일종으로 알다시피 피자 토핑으로 많이 쓰이죠.


이태리 숙성햄 혹은 소세지중에 가장 특이한 것은 아마 이름마저 특이한 은두야 nduja일 겁니다.


단어의 시작이 n 맞습니다 ㅎㅎ 무슨 아프리카어 단어 같네요. 만들 때는 케이싱을 쓰지만 서빙할 때는 paste처럼 빵 등에 발라 먹습니는다. 매운 칠리를 넣어서 제법 맵습니다. 부들한 살라미 고기 + 매운 고추맛 이라고 상상하면 얼추 맞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일 먹지도 않는 이태리 숙성햄들의 이름을 같이 외우자고 하는 게 제 의도는 아니고,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밥상을 차지하는 햄이 결국 스팸 spam같은 프레스드햄 pressed ham이라는 사실이 조금 안타까와서입니다.


그 기원과 역사를 굳이 찾아보지 않았으나 뭐 뻔하지 않을까요. 미국으로 건너간 이태리 이민자들이 숙성햄 만드는 거 보고 그 맛에 반했으되, 그걸 좀 더 빨리, 그리고 더 오래 보존되로록 만들 방법이 없을까 하고 미국사람들이 고안한 것일 겁니다. 숙성과정은 생략하고 대신에 눌러서 모양을 잡고, 방부제를 넣어서 오래 보관할 수 있게 하고. 또 고기를 갈아서 만드니 어느 부위인지 알 수도 없고. WHO가 경고하는 가공육은 사실 스팸같은 압착식 햄일 것인데 말이죠.

안타까운 거는 이런저런 더 좋은 숙성햄들 다 제쳐두고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은 게 스팸인 이유가 왠지 이해가 간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우리는 ”서양”을 유럽보다는 미국을 통해서 더 많이 접했고, 또 이런 숙성햄을 서양식 식사로가 아니라 우리나라 식사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였으니, 밥에다 반찬삼아 먹을려면 아무래도 스팸이 더 잘 어울린단 거죠. 밥에다 반찬으로 프로슈토? 쿨라텔로? 코파? 말도 안 돼죠. 걔네들은 술안주로 먹거나 샌드위치에 넣어 먹어야 맛있지, 밥이랑 어울리지는 않잖아요. 심심한 밥에 지글지글 팬에 익힌 짭조름 한 스팸, 이런 짝이 맛으로는 궁합이 더 어울리긴 하죠. 게다가 부대찌게에 걸쭉한 국물을 내기로는 또 스팸만한 게 없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해가 가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피할 수 없는 겁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방송에서 한국 사람들의 스팸 사랑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하던데, 저는 그 마음도 또 이해가 갑니다. 우리에게는 소고기를 간해서 말린 육포를 제외하고는 고기를 염장하고 건조시켜 먹는 식습관이 없어서 그런데, 대신에 우리가 고기 뷔페를 갔다고 상상해 보면요. 기본적인 등심, 안심, 삼겹살, 갈비에다 뭐 … 항정살, 갈매기살, 가브리살, 채끝살, 등등 맛나는 게 천지인데 - 사실 저는 구분도 못합니다, 들어보기만 했을 뿐 -, 누가 분홍빛 소시지를 쟁반에 받아와 구워 먹고 있는 걸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다른 좋은 숙성햄들 다 제쳐두고 스팸을 먹는 한국 사람들을 보는 서양인들의 심정이 또 그렇습니다. 방부제나 건강 문제, 뭐 그런 거는 둘째고요, 한국 사람들같은 미식가들이, 게다가 고기라면 정말 다양하게 먹는 사람들이 웬 스팸? 이건 뭐지? 하는 혼돈스러움입니다.



즐겨 찾는 사이트에서 발견한 글인데, 심하게 공감해서 퍼왔습니다.

사실 나도 이런저런 이유로 스팸을 종종 먹었거든요.
부대찌개를 좋아하는 고로 당연히 먹을 수밖에 없고
또 조리가 간단하고 맛도 짭짤해서 밥반찬으로도 제법 유용했던 것 같고...

그런데 이게 여러가지를 갈아서 압착형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무슨 고기, 어느 부위가 들어갔는지, 그리고 정말 안전한 식품인지 알 수 없다는
원초적 불안감을 스팸을 먹을 때마다 조금은 갖고 있었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그 불안감을 오랜만에 다시 마주하게 되네요.
이태리 숙성햄을 다룬 글에 디저트처럼 붙어있는 몇 문장에서 말예요.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

- 과연 이런 두려움을 각오하고서라도 먹을 만큼 스팸이 가치있는 음식인가?

나도 모르게 고개가 저어지더군요.
습관적으로 먹어 왔지만 굳이 챙겨 먹을 이유는 없는,
게다가 의외로 가격마저 만만찮은 인스턴트푸드의 대명사...

추석이 다가오면서
TV에는 여느 때처럼 '명절 절대선물' 스팸을 선전하는 CF로 넘쳐납니다.
그걸 보고 있으니 씁쓸한 웃음이 절로 나네요.

덧글 / 상기한 멘트는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스팸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죠. 그들의 기호와 취향을 존중합니다.
그리고 부대찌개에는 역시 스팸이 들어가야 제 맛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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