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성범죄 판결...어제 오늘 일 아냐~!

현직 변호사로서, 보배드림 사건을 보고 드는 생각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올 것이 왔습니다."

이게 정권이 페미대통령이라 그런 것도 아니고, 판사가 페미라 그런 것도 아닙니다. 이미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태도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사실상 유죄추정으로 기울고 있었습니다.

일단 2012년, 그것도 경향신문 기사부터 하나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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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사건 담당 판사들 “솔직히 재판하기 어렵다”
경향신문, 2012-11-25


...(전략)... 성범죄 사건을 담당했던 판사들은 하나같이 이 같은 재판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목격자나 물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상당수 사건에서 성관계 자체는 서로 인정하지만 강제성을 두고 엇갈린다.

대부분이 간접증거여서 법관들은 심증의 정도를 양형에 반영시켜왔다. 하지만 양형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판사들이 다소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동안은 수사단계 검사부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무고를 막기 위해 꽤 까다롭게 수사를 벌여 기소했다. 그러고 나면 법원은 여성이 수치심을 무릅쓰고 고소한 이유를 생각해 가능하면 유죄를 선고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한다. 이 같은 관행이 가능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양형의 재량 때문이다...(중략)...

하지만 요즘 많은 성범죄 사건을 담당하는 젊은 법관들은 애매할 경우 무죄가 아닌 유죄로 기운다고 말했다. 실제 판사들은 여론의 압박에 대해 부담스러워한다. 여론의 압박 탓에 유죄를 선택한다고 말하는 판사는 없지만 그런 분위기가 있다는 얘기는 많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압박감이 분명히 있다”며 “강압성을 따지는 단계부터 압박을 느끼면서 판결문에 이를 설명하는 데도 훨씬 많은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다른 판사도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 성폭력 전담 판사들은 어떻게 보면 형사소송법을 어기고 있다”며 “원래 무죄 추정인데 사실 인정부터 양형까지 워낙 비판을 받으니까 아무래도 피해자 쪽으로 기운다. 극적인 반전이 없는 이상은 유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판결이 만약 오판이라면 피고인의 인생은 어찌 되겠느냐”고 했다...(중략)...

일부에서는 수사단계에서 피고소인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성폭행 사건에서 무죄를 받은 한 변호사는 “경찰서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 말은 안 들어주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라’고 했다”면서 “검찰도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하다 못해 거짓말탐지기라도 받게 해달라고 했는데 그것마저도 안 해줬다”며 “성폭력 범죄의 특수성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분쟁의 최종 단계인 수사와 재판은 공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후략)...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211252219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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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사건에 대한 법원의 태도는, 이미 6년전 그것도 진보언론에서조차 비판할 정도로 편파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별 문제가 안 되었지요. 왜일까요.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의자/피고인이지만, 수사와 재판이 계속되면서 지칩니다. 자신이 무죄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자신감도 시간이 지날 수록 상실되구요.

그러다가 법원에서 벌금이나 집행유예 정도 선고해 주면 그냥 체념합니다. 항소해서 과연 무죄를 받아낼 수 있을까, 그 변호사 비용은 어찌할 것이며 이를 위한 시간과 노력은 또...

이번 보배드림 사건은 사실 페미정권이라서 일어난 일도 아니고, 판사가 유별난 페미라 그런 것도 아니고, 사실 법원에서는 그냥 흔한 강제추행 유죄판결 중 하나일 뿐입니다.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판결이 나오는 성범죄 사건은 흔하다 못해 차고도 넘칩니다.

다만 이번 사건의 특이한 점은 딱 하나 있네요.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아니라 징역 실형이라는 것. 이쯤 되면 피고인도 결코 체념하거나 승복할 수 없을 테고, 여론도 들끓고, 항소심에서도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논란이 되는 것 뿐이지 사실 억울한 벌금이나 집행유예는 정말 흔합니다. 애매할 때엔 그렇게 판결을 하니까요. 그렇게 억울해도 어쩔 수 없는 사건 하나가 종결됩니다.

사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성범죄 사건을 수임하면서 증거가 애매할 때가 제일 난감합니다. (유죄의 증거가 확실하다면 오히려 의뢰인에게 반성과 합의를 할 것을 제가 설득합니다. 반면 무죄의 증거가 확실하다면, 억울한 의뢰인에게 무죄 판결 받아주는 일만큼 보람된 일도 없긴 한데, 솔직히 완벽한 증거와 멋진 변론으로 무죄를 만들어주는 그런 일이... 생각만큼 흔하진 않더라구요.)

보배드림 사건의 피고인이 실제로 추행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사건의 전모를 다 아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게 전부라 단정적으로 뭔가 말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인터넷에 공개된 판결문을 보면서, 제가 담당했던 몇건의 사건들이 오버랩되는 게 있긴 합니다. 그래서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의뢰인들에게 강경한 무죄변론을 밀어붙이기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분명 형사소송법 교과서에 따르면 무죄가 되어야 마땅한 사건이고, 판사 역시 나와 같은 교과서로 공부했을테니 그걸 모르진 않을텐데...물론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겠으나, 적어도 내가 배운 범위내에서는 이정도 증거만으로 유죄가 나와서는 안되는 사건인데...

현재의 형사소송 제도가 물론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인류가 수백년간 연구하고 투쟁하여 네죄를 네가 알렸다 하는 사또재판 대신 몇가지 대원칙을 만들어 둔게 형사소송 제도입니다.

그런데 성범죄 사건에 한하여는 이 원칙이 흔들려도 되겠느냐... 의 문제이죠. 이는 페미냐 반페미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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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판결이 여성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운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군요.
이명박근혜 때부터 속으로 곪아 오던 것이 이번에 한꺼번에 터진 느낌이랄까?
집행유예가 아니라 징역 6개월 실형을 때린 게 결정적 계기가 된 듯 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금 인터넷에선 "문재인이 친페미라 이번 일이 일어났다"며
대정부 불만을 선동하는 반정부 알바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판사들이 페미정부의 눈치와 압력 때문에 이런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거죠.

그러나 이딴 소리들은 조금만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것들 투성이입니다.
문 정부의 적폐청산에 맞서는 김명수 사법부에서 이런 짓이 가당키나 합니까?
혹 모르겠습니다. 삼권분립 자체가 무너진 박근혜 정권이라면 가능할지도...

양승태 사법부가 박근혜 청와대 눈에 들기 위해 어떤 짓을 했는지 우리는 압니다.
판결 하나하나마다 박근혜 청와대 마음에 들도록 신경 쓴 것을 너무나 잘 압니다.
그래서 지금 문 정부가 청와대와 사법부의 끈을 끊을려고 노력하고 있잖아요?

알바들의 뇌 회로가 박정희-박근혜 시대에 머물러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동정심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만, 그러나 가짜뉴스로 세상을 혼탁케 하는 인간들은
싸그리 잡아서 분리.수거하는 게 답입니다. 다른 길은 없어요.

그나저나 성범죄 사건만 되면 자동으로 친여성으로 기우는 법원 관행이 문제네요.
약자 편을 드는 건 좋지만, 무죄추정 원칙과 증거주의까지 짓밟는 건 말이 안 돼죠.
이번 보배사건이 잘못된 판사들의 인식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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