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분토론’ 오늘 주제는 미디어법 재투표 변명
MBC ‘백분토론’은 이미 예능이다. 수준 미달의 스타 - 스스로 타락한 사람 - 가 매회 등장해서 즐거움을 안겨주는. ‘백분토론’은 또한 리얼 버라이어티다. 누가 강압하지 않아도 패널들 스스로 발가벗듯 자신의 모든 것을 화끈하게 까발리는. ‘백분토론’은 나아가 대박 코미디다. 자신을 망가뜨려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미디어법을 주제로 한 이번 주 ‘백분토론’도 그 점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파열음이 컸던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하고 팽팽한 토론이 이어질거라 예상했으나, 한나라당측 패널들의 대책없는 물타기 신공 탓에 초장부터 진지함은 간 데 없고 예능의 정신만 살아 숨쉬는 '무모한 토론'이 되고 말았다.

                              ▲ MBC ‘백분토론’ 대표화면

예능의 문을 연 사람은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그는 문제가 된 방송법안 재투표의 정당성을 강변하기 위해 무려 61년을 건너뛰어 1948년의 선례를 들이대는 엄청난 역주행 능력을 과시했다. '투표 종료'를 선포한 직후 곧바로 재투표를 실시한 것이 자신들 보기에도 얼마나 궁색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 이후 인터넷엔 "아주 조선시대까지 올라가라" "사사오입 이야기도 하지 그러냐"며 강 씨의 무용담을 칭송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의 절묘한 '팀킬'도 놓칠 수 없는 명장면 가운데 하나다. 그는 상대 패널인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재벌방송의 폐해를 지적하기 위해 박정희 정권 대인 1968년 삼성 사카린 밀수사건을 언급하자, 그를 공박한답시고 "이 교수님은 30,40년 전에 사시나 봐요"라고 빈죽댔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따지면 48년의 제헌의회까지 끄집어들인 강 씨는 오토머티칼하게 '60년 전에 사는 사람'이 돼 버린다는 것을 그는 알았을까? 몰랐을까?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허를 찌르는 개그 - '개같은 야그'의 준말 - 로 네티즌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예전에 "땅 투기 못한 사람은 바보"라는 명언으로 뭇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판 전력이 있는 그는 이번에도 "대기업 때문에 우리나라가 발전했다" "우리나라 사람 모두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등의 4차원적 어록을 남겨, 대기업과 무관한 80%의 국민들을 멍때리게 했다.

대리투표 의혹과 재투표 논란 등과 관련, 팩트를 부인하려는 자들과 그를 입증하려는 자들 간의 소박한 난타전도 보는 재미를 더했다. 강 씨는 "야당의원들이 자신들의 자리에서 반대표를 눌러 투표를 방해했다"고 주장했지만 그러나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회심의 짤방(대리투표 현장사진 캡쳐)과 반대쪽 숫자가 올라온 적이 없다는 점, 그리고 국회의사당 안에서만 서식한다는 '메뚜기' 3연타를 얻어맞고 그로기상태가 됐다,

나경원 의원에 필적하는 '국민 비호감'으로 입지를 탄탄히 굳힌 문 씨는 "대다수 의원들이 출석했으나 물리적으로 투표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재석의원이 아닌 출석의원을 따져야 한다"는 궁색한 논리로 재투표 논란을 피하려 했으나, 이 역시 이윤성 부의장이 투표 여부까지 확인하고 투표종료를 선언했으며, 또 여타 법안 처리 땐 이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실수에 불과하다는 역공 앞에서 힘을 잃었다.

그 밖에 "조중동 신문을 국민들이 선택했으니 막을 수가 없는 거 아니냐"며 유토피아적 순진성을 과시한 홍 씨에게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조중동이 좋아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자전거나 현금을 줘서 보는 사람도 많다"고 동시대적 현실감각을 꼬집어주는 친절을 발휘해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기도 했다.

글을 맺기 전에 잠깐.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이토록 국민의 선택과 뜻을 중시하는 인간들이 왜 미디어법 통과를 반대한 다수 국민 여론은 그렇게나 무시할꺼나? 시급한 민생법안도 아니라고 실토까지 했으면서...? 누구 아는 사람? (2009.07.24)


- 어른이 -

by 어른이 | 2009/07/24 18:49 | 문한별 칼럼(2009)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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