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왜 탁현민 사표를 반려했나?

임종석 비서실장이 탁현민의 사의를 반려했다죠?
"가을에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일 해달라"고,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고 그리 말하면서 붙잡았다는... ^^

청와대는 왜 탁현민 사의를 반려하면서까지 그를 붙잡으려 할까요?
자유당을 비롯한 야당과 보수언론은 왜 탁현민을 못 좇아내서 안달할까요?

그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1년 전 글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 ***

1.
대중매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문가들이 가장 애용하는 전술적 방법은 ‘한장의 강렬한 이미지’이다. 베트콩을 즉결 처형하는 사진이 미국 내의 반전운동에 기름을 부어 사실상 미군을 베트남에서 철수하게 했고, 굶주린 아이를 노리고 있는 독수리 사진 한 장이 아프리카의 기아에 대해 전 세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으니까.

2.
이런 전략을 가장 잘 활용했던 것은 수구세력과 언론의 연합군으로서, 노무현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사진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주머니에 손넣고 ‘우리 군대 뺄게요’라고 튕기면 그때 우리는 ‘그러시던지요’ 라고 할 수 있도록 국방력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하는 그 1-2초 남짓한 장면을 가지고 노무현을 공격했다.

호남인사를 발탁하면 영남 차별, 영남 인사를 발탁하면 호남 차별, 국민들과 소통하려고 하면 대통령이 체신이 없다, 말을 아끼면 불통의 아이콘.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저들이 이미지를 가지고 조작하는 능력이 대단히 특출했기 때문이다.

3.
사실, 이미지 정치라는 말은 정치공학적이거나 악행을 세탁하려는 시도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원래 의도하던 순기능으로서는 그렇지 않다. 어떤 정치인이 원하는 정책이나 방향의 결에 맞게 캐릭터를 확립함으로서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더 쉽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탄소 배출의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 국회의원이 자전거로 출퇴근 한다던지 하는 것이 그것이다. ‘아! 저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 맞다! 저 사람이 탄소배출 법안을 상정했지?’라는 생각을 대중에게 심어줄수만 있다면, 그 이미지 정치는 성공한 것이다. 이 이미지가 가장 잘 세팅되었을 때의 결과가 ‘백팩을 멘 박주민’이다. 이제 박주민은 백팩을 메지 않아도, 그에게는 노트북과 두툼한 서류뭉치의 이미지가 따라 다닌다.

4.
말이 길어졌지만, 적폐세력과 언론의 연합군은 악의적인 프레임을 씌워서 상대편을 공격하는데 있어서 불세출의 재능을 가졌었다. 저들이 만든 이미지에 갇혀 노무현은 숨만 쉬어도 까였다. 그리고 변변한 반격도 못 해 보고 지금까지도 ‘실패한 참여정부’라는 이미지에 갇혀 노무현의 복권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공격이 문재인에게도 계속 이어졌었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당선 이후 대통령의 이미지 정치가 점점 디테일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정적으로 국회 추경예산 연설 때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문재인의 메시지 전달이 확실히 좋아졌다. 미디어 업계의 전문가가 봐도 감탄할 수준이다.

5.
한번 가정해 보자,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문빠’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심지어는 의사에 서울대 교수에 벤처 대표를 한 사람도 아닌 그냥 무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당신이 TV 채널을 돌리다가, 혹은 뉴스 기사를 보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추경연설을 하는 걸 본다. 아래 사진과 같은 장면이다. 아주 낮선 장면. 사업을 따내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상사맨과 같은 그림.


지금까지 대통령의 모든 연설은 홀로 단상 위에 서서 학창시절 교장선생님 훈화하는 것과 그 ‘그림’이 다를 바가 없었다. TV 화면에 나오는 그림은 화면의 중앙에 대통령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뭐라 말하는 것.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어떻든 간에 무의식적으로 우리 마음 속에는 ‘아~ 뭔지 모르겠지만 똑같은 거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6.
그런데 이번 추경연설에 자료와 대통령의 얼굴을 2분할하여 방송을 낸 것은 충격적일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저 ‘그림’이 나오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끈다. 무슨 내용을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궁금해진다. 그리고 여러가지 이미지가 머리 속에 새겨지겠지만, 하나만은 확실히 각인될 것이다. ‘대통령이 뭔가를 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고 있구나’ 라고.

그리고 이 메시지가 가장 큰 타격을 주는 곳은 야당이다. 야당은 대통령의 추경연설을 보고 끔찍한 공포에 떨었을 것이다. 대통령은 프레젠테이션 자료까지 준비해서 설명하고 설득하는데 국회의원들은 다리 꼬고 앉아서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오는 것처럼 보이게 될 것을 알게 될테니. 실제로 국회의원이 다리를 꼬고 안 꼬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저 추경예산 받아내려고 ‘을’처럼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한 것처럼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7.
이렇게 한 장의 그림을 얻어내려고 박근혜가 연설할 때 1분 넘게 눈도 깜빡거리지 않으면서 억지 눈물을 만들어냈다. 물론, 유치하지. 하지만 그 메시지는 엄청났다. 그 한 장면의 그림, TV 뿐 아니라 온갖 기사에도 캡쳐되어 ‘우리 나랏님이 저 빨갱이 놈들 때문에 울었어’라는 메시지의 기반이 될 이 그림은 너무 중요한 것이다. 그 메시지의 제작과 유통을 적폐와 언론의 연합군이 맡아왔었고 아직도 그 구도는 깨지지 않고 있다.

8.
하지만, 지금 청와대의 영리한 메시지 전략가는 알고 있다. 신실하고 단단한 대통령의 지지층이 메시지 전파를 해 줄 것이라는 걸. ‘팔릴 만한 꺼리’를 던져주면, SNS가 되었든 뉴스 댓글이 되었든, 직접 만든 대안 언론이 되었든, 동원 가능한 모든 경로를 통해 전파될 수 있다는 것.

대통령 당선 이후 달라진 메시지 전략을 몇 개만 더 얘기해 볼까?

– 이번 미국 방문길에 비행기 탑승 전 의전을 간소화했다. 도열해서 악수하는 그림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같은 팀원처럼 뭉쳐서 인사하는 그림으로 바꾸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무총리가 기차역 플랫폼까지 관용차로 들어가는 건 꿈도 못 꾸게 된다.


– 보훈가족이 청와대를 방문할 때 국빈 방문용의 의장대 사열로 예를 갖추었다. 위풍 당당한 해외 귀빈들 옆에만 서던 의장대가, 국가로부터 당연히 받아야 할 대우를 받지 못해 궁핍해 보이는 보훈가족들 옆에 서 있는 극도로 대비되는 그림. 이 그림으로 보훈가족을 올바르게 대우하겠다는 정권의 의지가 바로 보여졌다.


– 소방관을 만나 ‘소방관 전용 심리 치유센터’ 건립을 약속했다. 소방관이 순직보다 트라우마로 인한 자살이 더 많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 옆에 영화배우 유지태를 세웠다. 유지태는 소방관 GO 챌린지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소방관을 다룬 영화 ‘리베라 메’에서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젊은 소방관 역을 맡았었다. 영화배우인 유지태가 대통령과 함께 있는 사진을 뉴스에서 보면 누구든 무슨 일인가 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지.


–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추모하고 흥남철수 빅토리호의 선원을 만났다. 대통령의 개인사와 한국전에 참전한 미국인들의 프라이드를 엮어서 납득할 만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대통령의 개인사에 흥남철수가 없었으면 ‘장진호 전투 기념비’는 뜬금 없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한국전 참전에 감사’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는 미국인들에게 큰 반향을 주었다.


9.
이것 말고도, 5.18 광주기념식, 현충일 추념식 등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메시지가 ‘이미지’를 통해 전달되었고, 적폐들에게 공포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다 보니 적폐와 언론 연합군은 이런 메시지 전문가가 싫어 미칠 지경일 것이다. 조금만 행간을 읽어보면 그들의 최후의 발악이 느껴진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훌륭한 프로듀서이자 배우인 문재인이 좋은 각본가인 국정자문위원들, 좋은 디렉터인 청와대 스태프들, 장관들과 함께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여기에 홍보가 많이 부족했었지만, 지금은 홍보마저도 완벽하다. 게다가, 우리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유통을 담당해 주고 있으니 말이지. 이 정도면 영화계에서는 천만 영화가 아니라 오천만 영화급이라고 표현해도 되겠다.

10.
말이 길어졌는데. 이 글은 탁현민을 옹호하는 글이다. 탁현민을 옹호하는 것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고, 탁현민과 전혀 관계 없는 글로 읽으셔도, 대통령의 메시지가 세련되어 졌다는 것을 알아주시기만 하면 된다.
/ (http://www.moonsahong.com)

☞ 관련글 : 탁현민이 "신박하다" 감탄한 조선일보 기사 
☞ 관련글 : 김진 고문을 자한당 대표로 추대함이 여하~?
☞ 관련글 : <한겨레>의 섬뜩한 '탁현민 증오' 
☞ 관련글 : <동아> 김순덕 논설주간의 기발한 '탁현민 죽이기' 
☞ 관련글 : 네티즌들에게 신고당한 <여성신문> '탁현민' 기사 
☞ 관련글 : 조선일보가 '탁현민 죽이기'에 앞장선 이유? 


- 어른이 -


by 어른이 | 2018/07/02 13:15 | 문재인 정부(2017~22) |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iandyou.egloos.com/tb/308445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언어는 '지금' '여기서' 화육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장의 언어로..
by 어른이 2007 이글루스 TOP 100
Calendar
카테고리
공지사항
문한별 칼럼(2019)
문한별 칼럼(2018)
문한별 칼럼(2017)
문한별 칼럼(2016)
문한별 칼럼(2013)
문한별 칼럼(2012)
문한별 칼럼(2010)
문한별 칼럼(2009)
문한별 칼럼(2008)
문한별 칼럼(2007)
문한별 칼럼(2006)
문한별 칼럼(2005)
문한별 칼럼(2004)
문한별 칼럼(2003)
문한별 칼럼(2002)
문한별 칼럼(2001)
문한별 칼럼(2000)
문한별 칼럼 BEST
-----------------
한국 개신교는 지금...
교회개혁을 위한 묵상
짧은 설교
성경 강해
성경공부(강의) 연재
한자로 풀이한 성경
-----------------
한별의 시편
살아가는 야그
안티조선 1인시위(2001)
먹는 즐거움
[중드] 후궁견환전
-----------------
촛불혁명 & 적폐청산
2017 제19대 대선
2019 기해왜란
조국 사태 - 검찰의 난
문재인 정부(2017~22)
-----------------
Politic issues
Social issues
crazy media
today's cartoon
all that sports
laugh with me
and so on....


최근 등록된 덧글
- 논지와 전혀 상관없는..
by 어른이 at 02:27
왜차단하는데용? 나 최자..
by 까진 산타클로스 at 00:54
이런 글은 자신의 일기..
by 어른이 at 00:53
저님 나랑 갑에 동창친구..
by 까진 산타클로스 at 10/14
이제 곧 세진쨩이 세계..
by 까진 산타클로스 at 10/14
국가적으로 서로 냉랭한..
by 타마 at 10/11
그러니까 더더욱 특검해..
by 어른이 at 10/11
근데 이제와서 윤석열 ..
by 마즈피플 at 10/11
같은 과라 통하는 게 있..
by 어른이 at 10/10
가장 정확하게 예측한 ..
by 빈센트 at 10/10
가 볼 만한 곳...


네오이마주
포토로그

바람 불어 좋은 날...
이글루링크
이글루 파인더

rss

skin by zodiac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