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주제에 의한 <조중동문>의 4중주
- MB가 받을 조롱을 김태동·신경민에게 돌린 신문은?

예측했던 대로다. 미네르바 체포 이후 9일 하루를 뜸들이며 사태를 관망하던 일간지들이 10일자 지면에서 관련 사설을 동시에 쏟아냈다. 그러나 사안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은 신문들이 선 자리만큼이나 저마다 달랐다.

'친여신문' 조중동문은 미네르바의 허상을 발가벗기고 그 주무대인 인터넷 세상을 공격하는데 주력했다. 반면 '비판신문'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민주주의의 위기에 방점을 찍었다. 한국일보와 서울신문은 미네르바를 둘러싼 양극단의 해석을 경계하면서 가짜 따위에 너무 쉽게 휘둘리는 이 땅의 천박한 지적 풍토를 꼬집었다.

먼저, 경향신문은 국민의 말문을 틀어 막으려는 MB정부의 독재적 행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미네르바 체포는 민주주의 위기의 증좌다>는 사설에서, 경향신문은 검찰이 미네르바를 체포한 사건은 "민주화 역행 현상의 결정적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 심각한 민주주의의 후퇴와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경고음을 울렸다.

한겨레신문은 '견찰'로 전락한 대한민국 검찰의 무리한 법적용과 퇴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신문은 <‘말문 막기’ 나선 검찰,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라는 사설에서, 검찰이 미네르바를 붙잡은 것은 "국민의 말문을 막는" 것에 다름 아니며, 이렇듯 "막무가내로 비판을 틀어막으려 한다면 국민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다"면서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를 옭죄려는 장난들을 "당장 중단하는 게 옳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국일보는 <미네르바에 농락당한 천박한 지적 풍토>란 사설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뿌리부터 불신하도록 만든 '괘씸죄'를 물으려는 검찰의 과잉의욕이 박해 받는 '시대의 이단아'를 만드는 형국"이라고 현 시점을 진단하면서, "지금 우리사회가 무엇보다 반성할 것은 경력과 이력조차 모를 정체불명의 인터넷 논객을 '경제 마이스터'로 떠받드는 것을 방관하고 부추긴 지성의 타락, 지적 리더십의 실종이다"고 꼬집었다.

서울신문은 <미네르바 사법처리 지나치다>란 사설에서, "미네르바 사법처리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나치다고 판단한다"며 미네르바 사법처리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미네르바 신드롬이 "정부에 대한 불신과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 불확실성이 빚어낸 사회현상"이란 점에서 "연예인들에게 악플을 다는 것과는 다르다"면서 "미네르바 신드롬을 없애는 길은 미네르바 사법처리가 아니라 정부가 경제현상을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 '친여신문' 4인방은 이 문제에 대해 뭐라 말했을까? ‘미네르바 체포’ 주제에 의한 조중동문 4중주를 마저 들어 보자.

중앙일보는 미네르바가 활약할 수 있었던 인터넷 토양을 문제삼았다. 중앙일보는 <‘미네르바’ 계기로 인터넷문화 성숙돼야>란 사설에서, "경제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익명으로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면서 인터넷 스타로 떴다는 사실은 사이버 문화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얼굴이 가려질수록, 주장이 자극적일수록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는 현재의 사이버 문화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사이버모욕죄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화일보는 미네르바 현상을 광우병과 연계시키면서 여론시장의 취약성을 물고 늘어졌다. 문화일보는 <‘광우병’이어 ‘미네르바’… 여론시장의 취약성>이란 사설에서, 사이버세계에서 비롯된 일단의 과장·왜곡·허위 정보가 일부의 반정부 선동과 맞물리면서 대한민국을 신뢰의 위기 속으로 내몰았다는 점에서 ‘미네르바 소동’은 ‘광우병 소동’과 닮은 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사이버·현실세계가 거짓에 휘둘려온 점을 되돌아보며 각계각층이 여론시장을 성숙시킬 책임부터 새삼 절감해야 한다"고 웅변했다.

조선일보는 미네르바에 열광하고 그를 한국 경제의 메시아’로 떠받든 비판적 지식인들에게 냉소와 조롱의 칼날을 휘둘러댔다. <전(前) 청와대 경제수석이 ‘국민 경제 스승’으로 모신 분>이라는 사설 제목에서 보듯, 조선일보는 "내가 아는 가장 뛰어난 국민의 경제 스승"이라고 미네르바를 극찬한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에게 선빵을 날리고, 이어 "(정부가) 그의 한 수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맞다”고 말한 MBC 9시 뉴스 신경민 앵커와 미네르바를 ‘민주시민언론상’ 수상자로 선정한 민언련을 차례로 도마에 올려놓고 칼질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미네르바 사법처리에 대해선 "(검찰이) 조금 너무 나갔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검찰수사에 대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법의 형평성 차원에서 구속 수사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냉정하고 균형 잡힌 판단이 필요하다"며 원론적 발언만 늘어놓은 중앙일보나 판단 자체를 유보한 문화일보와는 분명 차별화된 태도라 할 만 하다.

마지막으로, 동아일보는 앞에서 거론된 문제들 외에 일부 좌파신문과 포털의 책임까지 덤터기 씌우며 전천후 압박에 나섰다. 동아일보는 <‘31세 골방도사 경제대통령’ 누가 만들었나>라는 자극적 제목을 단 사설에서, 검찰에 체포된 미네르바를 "아마추어 선동꾼" "허상의 논객" "골방도사" 등으로 낮춰 부르며 "허상과 선동의 논객이 다시 출현해 국민을 미혹에 빠뜨리지 않도록 인터넷을 이성과 과학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가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또 "박 씨의 실체가 밝혀진 뒤 상당수 국민은 신흥종교 교주에게 사기당한 듯한 심정을 느끼고 있다"면서, 그 책임을 미네르바 신드롬을 부추긴 몇몇 지식인들과 그를 방치해서 문제를 키운 정부, 그리고 일부 좌파 매체와 포털 사이트 다음 등이 나눠져야 한다고 강변했다. 동아일보는 검찰의 미네르바 처벌 움직임에 대해서도 "박 씨의 글은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며 적극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모양 MB정권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비웃음과 조롱의 물길을 비틀어 엉뚱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흘러가도록 장난치는 조선일보와, 국민의 말길이야 막히건 말건 사이버모욕죄 도입의 당위성만을 집요하게 밀어 붙이는 중앙일보, '여론시장 취약성'을 걱정하는 척 하며 언론장악의 필요성을 은근히 부채질하는 문화일보와, 권력의 단맛에 도취돼 무개념 헛발질로 시종하는 동아일보 4중주가 빚어내는 화음(禍音) 덕분에 그렇잖아도 암울한 대한민국의 2009년 1월이 더욱 스산하고 춥게만 느껴진다. 백마 타고 오신다는 초인은 언제쯤에나...?(2009.01.10)


- 어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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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서프>에 기고한 글입니다.

by 어른이 | 2009/01/10 02:54 | 문한별 칼럼(2009)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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