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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 다시 생각해도 아쉽다. 손에 잡힐 듯 다가왔던 승리가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지듯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 것 같아서 아쉬움이 더 크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승부는 거스를 수 없고 모든 게 끝나 버린 것을...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아쉬움이 워낙 크다 보니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맴돈다. "그때 이랬더라면..." "그것만 안 했더라면..."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물론 상상한 대로 했다고 해서 결과가 꼭 달라졌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이하에서, 대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덜컥 했던 몇몇 장면들을 되짚어 봤다. 미리 말씀드리는 거지만, 이건 순전히 주관적인 내 생각이다. 대선 패인을 냉정히 분석한 글이 아니니 쓸데없이 시비 걸지 마시라는 야그다. 1. 단일화 방안 논의 와중에 안철수 사퇴 : '아름다운 단일화'를 약속했던 문재인-안철수 양자의 단일화 논의가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안철수 씨의 전격적인 후보 사퇴로 마무리된 것이 컸다. 당시 두 사람이 '적합도'니 '경쟁력'이니 하는 자잘한 것들에 얽매이는 대신 보다 큰 그림을 그리며 어느 한 쪽이 양보해서라도 여론조사에 합의했으면 어땠을까. 특히 안철수 씨의 후보 사퇴 기자회견에서 그가 감정을 채 수습하지 못한 듯 떨리는 목소리와 조금은 분하고 억울한 모습을 노정한 것이 결정타였다. 수많은 안철수 지지자들이 그 장면을 지켜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안철수가 힘 없는 무소속 후보라는 한계 때문에 거대정당 민주당의 완력에 밀리고 말았다는 그런 피해의식을 공유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 장면을 TV로 지켜 보면서 내내 언짢았다. 국민에게 약속한 '아름다운 단일화' 약속이 '단일화 피로감'을 거쳐 끝내 한 쪽의 일방적 사퇴로 마무리된 것이 안타깝기도 했으려니와, 무엇보다도 안철수 씨가 기자회견장에서 보여줬던 격정적인(?) 모습에서 단일화 이후 기대했던 양자의 화학적 결합 내지는 시너지 효과가 힘들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 대선후보 3자토론회에서 이정희 후보의 돌출 발언 : 나를 '극렬진보'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두번째 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장면은 문재인-박근혜-이정희 3명의 대선후보들이 벌인 첫번째 TV토론에서 나왔다.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야무진 이정희 후보가 무식하기로 정평이 나있고 말주변도 변변찮은 박근혜 후보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리라는 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뻔한 시나리오. 그리고 이정희 입에서 '다까끼 마사오'와 '전두환 6억'이 나왔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사실 그럭저럭 괜찮았다. 아직 그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환기시키는 효과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토론 막판에 모든 게 망가졌다. 토론 주제와 무관하게 이정희 후보의 대선출마를 문제삼은 박근혜 후보의 도발에 이 후보가 대뜸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러 나왔다"고 서슬퍼렇게 일갈한 것이다. 오마이 갓~! 나는 이 대목에서 그야말로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그리고 속으로 부르짖었다. "아니, 저 여자가 선거 망칠려고 하나?" 토론 이후에 사람들은 이정희 후보가 토론을 제일 잘했다고 추켜 세웠지만 나는 속으로 "대망했다"고 탄식했다. 그럴밖에! 평균적인 일반인들 눈에는 토론내용과 상관 없이 나어린 여자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연약한 박근혜 후보의 모습과 박 후보를 향해 "당신을 떨어뜨리겠다"고 협박(?)한 이 후보의 독살스러운 모습만 클로즈업됐을 테니까 말이다. 푸헐. 3. 샴페인 미리 터트린 진보진영의 오만 : 위에서 적시한 두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후의 대선 풍경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나쁘기는 커녕 분위기는 외려 좋았다. 모두가 이번에는 해 볼 만 하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이런 기대감은 서울을 뒤집어놓은 1.2차 광화문 대첩과 윤여준 등 여러 찬조연설자들의 상대적 우세, 그리고 나꼼수 등을 통해 번진 '십알단'이나 '신천지 관련' 같은 새누리당의 비리의혹들이 더해지면서 더욱 부풀려졌다. 그리고 대선 당일. 70%를 상회하면 이길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무색하게스리 새벽부터 투표인파가 밀려 들었다. 정시마다 쏟아져나오는 투표율을 보면서 기대감은 차츰 환호로 바뀌어갔다. 대선 당일 오전, 문재인에 우호적이었던 각종 게시판은 벌써 축제마당으로 돌변했다. 나도 덩달아 들떴고 같이 환호했다. 그런데...뭔가 불안했다. 오후 3시. 승리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리고 그때 돌연 문캠프 측에서 "투표장에 젊은이들이 안 보인다. 투표율 높은 것이 꼭 우리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며 비상령을 발했다는 기사가 전해졌다. 그러나 이미 승리에 도취한 사람들은 이런 우려조차도 선거전략으로 치부하며 크게 귀기을이지 않았다. 오후 투표율 결집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인데 뭘 걱정하냐는 말도 나왔다. 심지어 딴지방송에서는 연예인들을 전화로 불러들여 승리를 선언하며 자축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끝내... 뒤집히고 말았다. 뒤늦게 이따위 잡글을 끄적거리고 있는 심정이 지금도 몹시 쓰리고 아프다. 9회 초까지 줄곧 앞서 나가서 이젠 이겼다고 서둘러 만세 불렀다가 9회말 투아웃 이후 역전 홈런을 얻어맞고 무릎꿇고 만 그 허탈함이라고나 할까. 당연히 이겼으리라고 생각했던 출구조사에서 문재인 후보가 박빙으로 진 것으로 나오자 그때부터 나는 말을 잃었다. 하아.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으랴. 진 자에게 예비된 것은 슬픔과 눈물의 잔 뿐인 것을... 레 미제라블. (2012.12.21) - 어른이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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