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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결정에 따라서 저는 오늘 자로 물러납니다. 지난 일 년여,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힘은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구석구석과 매일 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을 믿습니다.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
![]() 2009년 4월 13일, "클로징 멘트를 클로징한다"는 말과 더불어 신경민 앵커가 진행하는 마지막 뉴스데스크는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차분하고 담담했으나 분위기는 무거웠습니다. 그의 곁을 지킨 박혜진 앵커의 굳은 표정이 말해주듯이. 1년전 현 사장인 엄기영 씨가 앵커로서 마지막 방송을 끝냈을 때 그를 줄지어 기다리던 직원들의 갈채나 화환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하긴, 돌연한 그의 퇴장을 누군들 웃으며 맞이할 수 있겠습니까. 정권에 밉보여 갑작스레 낙마하는 이런 상황 자체가 모두에게 낯설고 어색한 것을. 신경민 앵커의 마지막 뉴스데스크는 이렇듯 쓸쓸하고 조용했습니다. 2008년 2월 1일, 엄기영 앵커는 뉴스데스크를 마무리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여러분과 함께 뉴스의 바다를 항해하면서 우리의 푯대는 보다 반듯한 나라, 그리고 인간미가 넘치는 사회였지요, 좀더 밝은 뉴스를 전해드려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습니다..." 운운. 그러나 그가 사장이 되고나서 한 일이란 네모 반듯한 '승리의 마봉춘'을 '패배의 MB氏'로 전락시킨 것과 시청자의 마음에 촌철살인의 청량감을 선사했던 앵커를 도중에 잘라내는 비인간적인 '잔혹엽기' 인사를 단행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왜 그래야만 했을까요. 물론 모르지 않습니다. 그가 꿈꾸는 "반듯한 나라, 인간미가 넘치는 사회"를 소박하게 꽃피우기에는 외부에서 부는 바람이 너무 셌을 겁니다. 엄 사장이야 본디 투쟁과는 거리가 먼 직업언론인 출신 아닙니까. 신경민 앵커를 쳐내기 전, 그가 담화문을 통해 "외압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고 극구 부인했다지만, 그러나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과장된 부정은 때로 긍정의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아는 까닭입니다. 신경민 앵커는 이날 마지막 뉴스데스크의 클로징멘트를 구상하면서 지난해 12월 31일자 클로징멘트에서 낭독했던 자신의 원칙을 다시금 되뇌였습니다. 타의에 의해 이렇게 물러나지만 언론인으로서 자신이 가졌던 원칙만큼은 절대 꺽일 수 없다는 저널리스트의 꼿꼿한 기개를 후배 기자들에게, 그리고 이 정권 사람들에게 밝히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요? 들어 보시죠. "올 한해 클로징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원칙이 숨쉬면서 곳곳에 합리가 흐르는 사회였습니다. 그것은 민주주의, 책임, 신뢰, 안전이었고 힘에 대한 감시와 약자 배려를 뜻합니다. 내용을 두고 논란과 찬반이 있다는 점 알고 있습니다. 불편해 하는 분들에게 미안하지만 이 꿈과 소망은 바꾸거나 버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함께 가져야 하는 겁니다. 2009년 첫날인 내일 돌아오겠습니다." 신경민 앵커의 말마따나 "민주주의, 책임, 신뢰, 안전, 그리고 힘에 대한 감시와 약자 배려"에 기반한 그의 클로징멘트를 "불편해 하고" 나아가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은 끝내 그를 힘으로 밀어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그처럼 무소불위한 그들이라도 "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이라는 불온한(?) 꿈마저 꺽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왜냐면 수많은 이들이 신경민 앵커 안에서, 그리고 신경민 앵커와 더불어 같은 꿈을 공유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귀 기울여 보십시오. 심연에서 흘러나와 조용히 바닥을 적시는 민심의 물길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권력에 굴종한 MBC를 질타하는 서슬푸른 분노가 눈뜨는 소리, 참된 언론을 목말라하는 날선 희망이 살아 숨쉬는 소리, 그리고 오늘의 아픔을 잊지 않고 이 불의한 정권을 투표로 클로징하고야 말겠다는 견고한 다짐이 무장무장 가지치는 소리가 저만치에서부터 크레센도로 들려오지 않습니까?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멘트를 들으며 울었습니다.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YSLEE1105), "'비민주적'으로 하차시키고 '민주적'으로 재선출한다? 엄기영 사장님 지금 개그하시는 겁니까?"(ARCHAM), "결국 MBC도 고개를 숙인건가? 정말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MILKMILD), "신경민 앵커의 목을 비틀면 새벽이 안 오냐?"(ANDDANCE), "정부 입맛대로 하는 게 경쟁력 강화인가요?"(REDWAGLE), "MBC는 신경민을 잃었지만, 언론자유의 역사는 신경민이라는 저널리스트를 얻었다"(AD74), "조용히. 잠잠히 기다렸다가 투표로 정치권을 클로징 하겠습니다"(CARVING96) / (2009.04.14) - 어른이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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