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이사 눈엔 <중앙>의 당파성은 안보이나?'
문창극 <중앙일보> 이사가 이 땅에 만연한 고질적인 당파성을 꾸짖고 나섰다. 문 씨는 「당파의 눈으로 보면」이란 제하의 5일자 자신의 기명칼럼에서, "요즈음 들어 우리 사회는 당파적 판단에 매우 길들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판단하는 시각이 공정성에 근거하기보다는 자신이 속하거나 지지하는 정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잘못된 풍조를 따끔하게 꼬집었다.

문씨가 당파성의 사례로 적시한 것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검찰의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한 책임소재 공방 외에 소위 '병풍'과 '국회 국방위에서 정보부대장의 기밀폭로', 그리고 '정형근 의원의 국정원 도청사건 폭로' 등 모두 3개.

우선 '병풍'에 대해, 문씨는 "이를 폭로한 사람(김대업씨를 지칭)을 놓고 한쪽은 의인이라고 치켜 세웠고, 다른 쪽은 형편없는 전과자의 무고(誣告)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며, "'무엇이 진실이고 공정한 것인가'보다는 자신의 당파적 노선에 따라 한쪽 목소리는 아예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편의 목소리로만 자신의 판단을 강화"하려 한 양측의 편당성을 싸잡아 나무랐다.

또 '국회 국방위에서 정보부대장의 기밀폭로'에 대해서는, "이 정부를 싫어하는 쪽은 박수를 보냈고 그가 마치 의인이나 되는 것처럼 치부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한발 더 들어가 보면 과연 정보부대장의 그러한 처신이 옳은 것인지, 국가의 기밀을 그렇게 흔들어대도 우리 안보에는 지장이 없는 것인지,그것이 정말 애국심의 발로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정쟁을 위해 그의 폭로를 부추기고 이용한 한나라당을 에둘러 비판했다.

'정형근 의원의 국정원 도청사건 폭로'에 대해서도 문씨는 "국정원의 관계자들이 몰래 빼다 갖다준 도청서류로 이것 저것을 터뜨리고 있"는 그가 "야당이나 이 정부를 반대하는 측에는 대단한 인물이고, 보배로운 존재"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과연 정보기관의 종사자들이 이러한 처신을 하도록 조장하고 부추기는 것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별 의식이 없다"면서, 자신의 당파적 유익을 위해 국가의 기간이 무너지는 것도 개의치 않는 한심한 행태를 개탄했다.

문씨가 뒤늦게나마 정보부대장의 기밀폭로와 국정원의 도청사건 폭로 등을 주도하고 나선 한나라당의 무책임한 정치공세와 이에 동조해 곡필을 휘둘러 온 <조선> <동아> 등 일부 언론의 편당성을 지적하고 나온 것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이라 평가하고 싶다.한참 김이 끓어 오를 때 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거품이 다 빠진 뒤에야 슬그머니 뒤통수를 치는 것이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그러나 '조중동'의 한 멤버인 <중앙>의 입에서 이런 반성(?)이 나온 것만 해도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그러나 문씨의 비판의 대상에 <중앙>이 빠진 것은 아무래도 석연찮다. <중앙> 또한 <조선> <동아>와 마찬가지로 편당의 행렬에 끼어 부화뇌동한 것을 뻔히 기억하는 탓이다.하나씩 재생시켜 보자.

소위 '병역비리' 의혹이 난무할 때 <중앙>은 어떻게 처신했던가? '兵風 테이프' 공개 왜 미루나(8.7), '김대업 수사관' 진상 밝혀라(8.8), '민주당의 언론 길들이기인가(8.9), '헷갈리는 '김대업 녹취록'(8.13), '김대업 테이프 진짜 맞나'(10.1), '병풍은 허풍이었나'(10.18) 등의 사설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중앙>은 '공정'과 '진실'이 아니라 오로지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핏대를 세우지 않았던가. 나아가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조선> <동아>와 짝을 지어 한나라당에 유리한 결론을 강압하지 않았던가.

(▲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정책실이 8.7~20일까지 5개 일간지와 KBS, MBC의 메인뉴스를 대상으로 병역비리 보도를 분석한 표 / 출처:미디어오늘)

한철용 정보부대장의 기밀폭로 때도 마찬가지. '北 도발보고, 국방장관이 묵살했다니'(10.4), '누군가 거짓말 하고 있다'(10.7), '의혹 방치한 채 기강 세울 수 있나'(10.8), '언제까지 '그런 적 없다' 할 건가'(10.31) 등의 사설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중앙> 역시 군기밀폭로의 부당성과 한 소장의 처신을 문제삼기보다 "진실은 당시 상황을 기록한 기밀 서류철 '불랙 북'에 뚜렷이 나와 있을 것" 운운해가며 <조선> <동아>와 한 가지로 현 정부를 공격하는 데에만 재미를 붙이지 않았던가.

'정형근 의원의 국정원 도청사건 폭로'로 정국이 뒤숭숭했을 때도 <중앙>은 결코 한나라당의 당파성을 꾸짖은 적이 없다. 꾸짖기는 커녕 "국회는 즉각 진상규명위를 만들어야 한다.자료의 내용이 의혹과 심증을 키울 만큼 실감나고 구체적이다"(사설, 한화 '대생 인수' 의혹 밝혀라, 9.26)거나 "우리가 여기서 중시하는 것은 정부기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도청자료라는 내용이 폭로되고 있다는 점"(사설, 도청은 없고 '도청자료'만 있나, 10.31)이라며, 정 의원의 도청 자료를 정치쟁점화하기에만 급급했다.

그랬던 <중앙>이 이제 와서 "'무엇이 진실이고 공정한 것인가'보다는 자신의 당파적 노선에 따라 한쪽 목소리는 아예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편의 목소리로만 자신의 판단을 강화"(병풍), "정말로 국가에 대한 충성심에서 불의를 못참겠으면 공개적인 자리에서 국가 비밀 서류를 흔들어댈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시정할 수 있었을 것"(군 기밀폭로), "과연 정보기관의 종사자들이 이러한 처신을 하도록 조장하고 부추기는 것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가"(국정원 도청폭로)고 딴청을 부리는 건 양심불량 아닌가.

일언이폐지 왈, <중앙일보> 이사인 문씨가 당파성을 비판하는 건 좋다.그건 정말 고질적이고 악질적인 병폐 중의 병폐니까.그러나 그 비판이 정당성을 득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비판한답시고 남을 물먹이는 더티한 플레이로 오해받기 쉽다.한데 붙어 싸돌아 다닌 주제에 제 혼자 깨끗한 척 입 바른 말 한다고 <조선>과 <동아>가 손가락질 하면 어쩔 것인가.

"자기 자리에서 당파의 눈이 아니라 공공(公共)의 눈으로 어떤 것이 나라를 위해 옳은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백번 천번 지당하신 말씀이다. 다만 거기에 남을 탓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의 흠결부터 살피는 '자성(自省)의 눈'이 가미되면 더 좋겠다. <중앙>이 '일등신문' 아닌 '일류신문'을 소망한다기에 드리는 말씀이다. '일류'의 비결은 현학과 달변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성찰에 있다. (2002.11.06)



- 어른이 -
by 어른이 | 2002/11/06 11:48 | 문한별 칼럼(2002)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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