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대통령의 사람’이 KBS사장으로 오게 되면...”
[풍경.1] 김인규 씨의 경우 ;

이병순의 뒤를 이을 KBS 차기 사장이 결정됐습니다. 주인공은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KBS 공채 1기 수습기자로 입사해 KBS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지만, 세간에는 대표적인 MB맨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김 씨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캠프에서 방송전략팀장, 대통령 당선인 언론보좌역을 맡아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습니다. 그가 작년 8월 KBS 사장 공모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된 것도 이런 인연과 무관치 않습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싸고 정치적 논란이 격화되자 사장 후보 응모를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드랬습니다.

그런 그를 이명박 정부가 다시 KBS 사장 자리에 올리겠다는 건 '국민의 방송'인 KBS를 'MB스피커'로 만들겠다는 수작에 다름 아닙니다. 이 대통령이 그를 차기 사장으로 임명하면, 그는 다음 대선 직전인 2012년 11월까지 KBS를 이끌게 됩니다. 한번 써먹었다가 버린 카드를 이 정부가 한사코 고집하는 이유를 알 만 하지 않습니까.

▲ 2009년 11월 20일자 6면 기사

그런데도 어인 일인지 조선일보 입에선 비판의 말 한 마디 없습니다. 무심한 것이, 마치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투입니다. 20일자 1면에 실은 기사부터 보시죠. 김 씨의 전력을 두루뭉실하게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한 경력"이라고만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갔습니다.

이어 6면 관련기사에서는, 김 씨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일체 배제한 채, "공영방송으로서의 KBS 정체성 확립, 수신료 인상, KBS 내부갈등 해소 등 역대 사장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향후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심으로 '썰'(舌)을 풀었습니다.

[풍경.2] 서동구 씨의 경우 ;

그러나 전임 참여정부 하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조선일보가 보인 태도는 전혀 달랐습니다. 2003년 3월, KBS 이사회가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언론 고문을 맡았던 서동구씨를 신임 사장으로 임명 제청하자,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사람’을 다시 KBS 사장으로?>라는 24일자 사설을 통해 이렇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잠깐 들어 보시죠.

▲ 2003년 3월 24일자 사설

"KBS 이사회가 신임 사장으로 임명 제청키로 의결한 서동구씨는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언론 고문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임자가 아니다. 후보 시절 언론 분야를 조언했던 인사를 대통령이 된 후 KBS 사장에 임명한다면 KBS는 대통령의 언론관을 홍보하고 시행하는 시범관이 될 우려가 있다...

‘대통령의 사람’이 KBS 사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렵다...지명관 이사장은 “정권의 입김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방송가에서 한 달 전부터 내정설이 나돌던 인사가 선출됐다는 것은 특정인을 염두해둔 요식행위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만하다...

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언론 고문을 거침없이 밀어붙이려는 것은 현 정권 역시 방송을 전리품 쯤으로 여기거나, 아니면 방송을 국정의 도구화하려는 의도라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없지 않다. 방송의 주인은 국민인 만큼 공영방송은 국민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사설, <‘대통령의 사람’을 다시 KBS 사장으로?>, 2003.03.24)

그 후, 노무현 대통령이 서동구 KBS사장의 사표를 수리함으로써 이 사태가 일단락됐을 즈음에, 조선일보는 또다시 사설을 작성해 공영방송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이란 제목을 단 2003년 4월 5일자 사설의 한 대목을 마저 들어 보세요.

"답은 이미 나와있는 상태다. 이번 인사를 그르친 것은 임명권자인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론특보였던 서씨를 추천하는 무리수를 두어 자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KBS는 국가 기간방송이고 국민이 주인이어야 한다. 이번처럼 권력이 직접적으로 사장 인선에 개입하면 정권의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어떻습니까. 언론고문이란 명함만 지닌 채 한 발 물러나 있었던 서동구 씨가 KBS 사장으로 임명 제청됐을 때는, "노무현 후보의 언론 고문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임자가 아니다"느니 "대통령의 사람’이 KBS 사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렵다"느니 하고 온갖 입바른 말을 늘어놓다가, 정작 MB캠프에서 방송전략팀장과 언론보좌역을 맡은 김인규 씨가 KBS 사장으로 임명 제청되자 그 흔한 비판 사설 하나 내지 않은 채, 기사를 통해 해결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는 식으로 음색을 달리하는 조선일보의 복화술 묘기를 감상하신 소회가?

이런 찌라시가 '일등신문' 행세하는 부끄러운 나라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 부끄러움을 언제까지 물려줘야 할지, 그를 생각하면 그저 아득해집니다. (2009.11.20)



- 어른이 -
by 어른이 | 2009/11/20 10:17 | 문한별 칼럼(2009)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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