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정치 본질도 한나라당 의석수따라 오락가락~?
- 자칭 '일류신문' 중앙일보의 못말리는 파란색 본능

"대한민국 국회가 세계적 웃음거리가 됐다."

미디어법 통과 이후, 중앙일보가 내지른 일성이다. 중앙일보는 25일자 사설 <세계적 웃음거리 된 대한민국 망신 국회>에서, 미국 NBC방송을 비롯 세계의 유수 언론들이 한국의 국회를 "다수결이 뭔지도 몰라 격투를 벌이는 미개국 취급을 했다"고 소개하며 세계적 웃음거리로 떠오른 여의도 진풍경을 질타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민주적 절차의 무시"라고 단정하면서, "국회의원이 회의장에 입장하는 것마저 봉쇄"하고 "본회의장에 참석한 의원이 투표하는 것도 방해"한 소수 야당의 폭력 때문에 국회파행이 초래된 냥 민주당의 잘못만 물고 늘어졌다.

그러면서 재투표와 대리투표 의혹 등을 들어 미디어법 통과 적법성 여부를 현법재판소에 문의한 민주당을 겨냥, "그런 일을 벌이고도 법을 따져 무효 소송을 벌이겠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고 신경질적으로 쏘아 붙였다.

그런데 진짜 세계적 웃음거리가 된 것은 누구일까? 다수당의 날치기를 온 몸으로 저지한 민주당일까? 아니면 '한 입 두 말'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중앙일보일까?

아다시피, 중앙일보는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의석을 훨씬 웃도는 거대 여당으로 변신한 이후, "의회정치의 본질은 다수결에 있다"는 말을 경전처럼 줄곧 암송해 왔다. 상기한 사설에서도 덧붙였듯이 "민주주의의 기본은 다수결"이며 "합의를 중시하는 건 거기에 덧붙여진 한국 정치의 미덕일 뿐"(ibid)이라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2008년 12월 23일자 사설 <여당은 협상하고 야당은 다수결을 수용해야>에서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의회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수당의 인내와 소수당의 현실 수용"에 있고, "양자는 인내의 끝까지 협상하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수결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게 사설의 골자.

중앙일보의 '先협상 後다수결' 주장이 가장 간명하게 정리돼 있는 2008년 12월 20일자 사설 <합의가 안 될 경우 다수결이 원칙이다>의 한 대목을 들어 보자.

"문제는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때 생기는 불가피한 갈등이다. 이런 경우 민주주의 기본 정신에 충실한 해법은 '다수결의 원칙'이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많은 사람이 원하는 방향을 택할 수밖에 없다. 투표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은 민의를 대표하며, 각 정당의 의석수는 곧 민심의 무게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172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다수당이다. 민주당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83석이다. 양당이 끝까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의회민주주의는 다수당의 손을 들어준다. 그것이 인류가 수백 년의 민주정치 경험을 통해 찾은 최선의 방안이다. 의회민주주의라는 제도적 틀에 참여한 모든 정당은 이런 최소한의 절차, '게임의 룰'을 인정해야 한다.."


중앙일보가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의사진행을 무력으로 봉쇄한 민주당을 극력 비난하면서 "다수결 원칙을 무시하는 소수의 폭력"이요 "반(反)의회주의적 행태"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기본입장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MB정권 이전, 그러니까 열린우리당이 거대여당으로 존재했던 참여정부 때만 해도 중앙일보는 전혀 이렇지 않았다. 당시 중앙일보는 '다수결'을 다수당의 횡포로 폄하하는 한편, 입만 벌리면 '대화와 타협'을 노래해댔다.

지금과 180 달라진 중앙일보의 '그 때 그 목소리'를 몇 개 들어 보시라.

"여권은 과반수 의석을 확보했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 안보 불안을 느끼는 상당수 국민도 우리 국민이기 때문이다..."(사설, <국가보안법 `폐지`보다 `개정`이 먼저다>, 2004.08.25).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했을 때, 중앙일보에서 나온 소리가 이러했다. "미디어법 날치기통과에 분노하며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은 안중에도 없던 중앙일보 눈에 "안보 불안을 느끼는 국민"은 잘만 보였던 모양.

"방향이 옳다고 힘으로 밀어붙이면 부작용만 커질 뿐이다...민주주의는 목적 못지않게 절차도 중요하다.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설득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옳다"(사설, <여당에서 나오는 4대입법 연기론>, 2004.11.06)

4대 개혁입법을 추진하던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정국파행을 우려한 속도조절론이 흘러 나왔을 때, 중앙일보가 반색하며 내지른 소리다. 구구절절이 공자 말씀 아닌가. 그런데 지금은 왜 이런 입바른 말이 안 나오는지 궁금할 따름. 4대입법은 국민을 설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미디어법은 그런 기다림도 설득도 필요 없다는 걸까?

2005년 3월 28일, 사학법 재개정으로 국회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였을 때, 중앙일보는 <열린우리당 과반수에 집착말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다수결이 의회정치 본질"이라던 앞서의 주장과 비교하며 주의깊게 들어보시라.

"원론적으로 봐서도 의회정치와 민주주의란 대화와 타협이라는 관행 속에서만 제대로 성숙할 수 있다. 이런 관행이 없다면 결국은 다수의 횡포, 다수에 의한 독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열린우리당은 수의 유지와 확장에 집착하기보다는 정치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것은 민주주의와 대의정치의 본질인 대화와 설득, 소수의견의 존중 등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그밖에 "타협의 정치, 협상의 정치 없이는 의회주의도 없다"(사설, <사학법 장외투쟁 이제 국회로 옮겨라 >, 2006.01.14), "열린우리당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근본으로 돌아가기 바란다"(사설, <여당은 사학법 재개정에 나서라>, 2006.04.31) 등등, 중앙일보 입에서 발성된 명언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스크롤 압박을 우려해 이만 줄이련다.

각설하고, 여아가 대립하여 싸우는 경기장이 국회라면, 언론은 그들이 게임의 룰에 입각해 정정당당하게 시합하는지 감시·감독하는 심판에 해당될 터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공정·무사해야 할 심판이 한 쪽 편만 일방적으로 싸고 돌면서, 한나라당이 다수당일 때는 "다수결이 의회정치의 본질"이라 주장하고, 한나라당이 소수당일 때는 "대화와 타협 없이는 의회주의도 없다"고 입방정을 떨고 있으니, 어느 누가 이를 보고 소리 높여 비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것만으로도 전세계의 놀림감이 되기에 충분하거늘, 항차 방송까지 넘보겠다며 저리 설쳐대니 그 부끄러움이 지구를 넘어 안드로메다에 닿는구나. 아아, '시일야 방송대곡'(是日也 放送大哭)이로고. (2009.07.28)



- 어른이 -
by 어른이 | 2009/07/28 10:14 | 문한별 칼럼(2009)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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