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유태준을 도대체 몇 번이나 죽이려고 하는가?
[조율.1] "유태준은 죽었다~!"

조선일보가 '죽었다'고 단언한 유태준 씨가 다시 살아서 돌아왔다고 해서 화제다. 98년 12월 3살난 아들과 함께 남한으로 귀순했다가 아내를 데리고 오기 위해 2000년 6월 재입북했던 유태준(34) 씨가 지난 9일 극적으로 탈북에 성공, 남한으로 재입국한 것. 유 씨의 생환기사는 국내 각 일간지마다 빠짐없이 게재됐다.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한 유 씨의 이야기에 미스테리적 요소를 가미시킨 곳은 바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재입북하다 붙잡힌 유 씨가 북한당국에 의해 3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작년 3월 '유 씨가 공개처형당해 죽었다'고 대서특필했다.

"한국에 정착했던 탈북자가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 중국의 북·중 국경지대에 갔다가 북한 당국에 체포돼 북한에서 공개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가 북한에서 처형당한다는 사실은 그동안 알려져 왔으나, 구체적인 신원이 밝혀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유씨의 경우 한국에 정착해 한국 국적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씨의 공개 처형은 함흥의 많은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집행됐고, “남조선에 갔다 온 민족반역자를 처형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돌았다고 한다...."(조선, 한국정착 탈북자 北에 체포 공개처형, 2001.3.17)

MBC보도에 의하면, 그 즈음 통일부는 유 씨의 공개처형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통일부의 발표마저 무시하고 공개처형을 단독으로 특종 보도했다.

오보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선일보의 용감무쌍한 행태는 3월 20일 <탈북자 ‘입막음’에 급급한 당국>이란 사설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

"유씨가 공개처형될 것이 뻔한데도 중국당국에 협조요청은 고사하고 유엔 난민고등판무관(UNHCR)에게도 알리지도 않았다. 유씨 문제를 국제적인 쟁점으로 부각시켰더라면 상황이 달리 전개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국제문제화하면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남북화해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사설] 탈북자 ‘입막음’에 급급한 당국, 2001.3.20)

고 주장하면서, 유 씨의 '죽음'을 김대중 정부와 대북한 햇볕정책을 비난하는 정치적 호재로 활용했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노림수가 적중했던지 같은 날 [조선일보를 읽고]란에는 "‘유태준 씨 처형’에 분노"한다는 독자의 글이 실리기도 했다. 잠깐 소개한다. 이를 통해 조선일보의 기사가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로 수렴되는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납치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는 명백히 국가의 직무 유기이며,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공개적인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북한의 인권에 대한 태도이다. 납치되자마자 공개처형하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북한 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조선일보를 읽고] '유태준씨 처형'에 분노, 2001.3.20)

조선일보는 유 씨의 죽음을 더욱 설득력있게 전하기 위해 3월 26일에는 북한 관련 섹션인 [NK리포트]를 이용, 북한의 비참한 '공개처형 목격담'을 긴급히 편성하는 열의를 과시했다.

"북한에 남아있던 아내를 데려오려다 북한에서 공개 처형당한 탈북자 유태준씨의 비극적 사연은 충격적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공개처형이 일상처럼 돼 있고, 북한 주민이면 공개 처형 장면을 몇번 씩은 목격한다...."([NK리포트] 탈북자들이 증언하는 공개처형 목격담, 2001.3.26)

[조율.2] "유태준은 살았을 리가 없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6월 7일, 북한 중앙통신은 "유 씨가 공화국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12일에는 유 씨의 육성 기자회견을 들려주면서 유 씨가 국가정보원에 속아 남한에 끌려갔다가 북한으로 귀환했다고 주장하며 남한에 있는 아들을 북으로 보내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그 다음날 유 씨의 어머니 안정숙 씨의 기자회견소식을 보도하며 유 씨의 생존사실을 부인하고 나섰다. "평양방송에 나온 목소리는 절대 내 아들의 목소리가 아니다"는 안 씨의 말을 타이틀로 뽑아 유 씨의 생존가능성을 강하게 반박한 것.

같은 시기 연합뉴스는 <유태준 씨 어머니 "아들이 살아 있다니">를 제목으로 달아 "태준이가 처형당했다고들 하길래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살아있다니 다행입니다. 태준이가 계속 살아만 있어준다면 언젠가 가족들이 다시 만나서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유태준 씨 어머니 "아들이 살아있다니>, 2001.06.07)이라는 어머니의 애끓는 마음을 전했다.

산 자를 죽은 자로 몰아세우는 조선일보의 무책임한 선동은 그 후에도 계속됐다. 조선일보는 6월 18일 [NK리포트]를 통해 <‘北처형 유태준 씨’어머니 안정숙 씨 분노의 호소>를 내보내면서 유 씨의 죽음에 침묵하는 정부를 집요하게 공격했다.([NK리포트] “왜 정부는 아무 말이 없나요”, 2001.06.17)

그리고 7월 3일에는 [주간조선]을 통해 유 씨가 생존해 있다는 북한 방송에 대해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거듭 물타기를 시도했다.

유 씨의 '죽음'을 특종보도(?)한 조선일보의 김미영 기자는 주간조선의 기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유씨의)‘공개처형’을 단정지은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서 아무런 논평이 없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런 전례없는 기자회견에 더욱 의혹을 보탠 것은 유씨의 어머니 안정숙씨(58)를 비롯한 주변인물들의 반응이다. 목소리를 들어본 10여명의 지인들은 한결같이 “이건 결코 유태준의 목소리가 아니다”고 말한다.... 여기서 유태준 기자회견의 '조작 가능성'에 대한 추론이 가능하다"([주간조선] 행방불명 1년만에 평양방송서 '얼굴없는' 기자회견, 1660호)

김 기자는 또 이런 말도 덧붙였다.

"'유태준 공개처형' 기사를 썼던 기자로서는 그의 생존 여부에 대한 판단이 위험해 보인다. 기자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유태준 기자회견’과 그의 생존에 관한 북한 입장에 의혹을 제기해 왔으나 이에 대해 ‘오보를 인정하기 싫은 기자의 변명’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거듭 말하건대 그의 ‘생존 여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조율.3] "유태준이 살아 있다니...."

그리고 마침내 조선일보가 그토록 죽었다고 우겼던 유 씨의 생존모습이 MBC 화면을 타고 전국에 방영됐다. 한 시민단체의 노력을 통해 그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가 공개된 것이다. 지난 8월 30일의 일이다.

유 씨의 육성마저도 '조작 가능성' 운운하며 부인으로 일관했던 조선일보도 명명백백한 사실 앞에서 달리 할 말이 없었던지 [NK리포트]란을 이용해 "낭보이자 오보가 돼 버린 이 역설적인 기사가 남긴 교훈을 기자는 쓰라리게 간직할 것이다"는 담당기자의 짤막한 멘트를 내보냈다.

유태준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게임이 조선일보의 ‘유태준 공개처형’보도 6개월 만에야 비로소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치명적인 오보가 드러난 다음에도 알량한 사과문 하나 올리지 않았다. 유 씨의 '죽음'을 선창하며 정부와 북한을 헐뜯기 바빴던 조선일보가 그의 생존 앞에서 돌연 꿀먹은 벙어리가 된 것일까.

이후로 유 씨의 이름은 조선일보 지면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가 다시 북한을 탈북하여 남한땅에 재입국할 때까지.

[조율.4] "결과적으로 오보...."

귀경전쟁으로 소란스러운 설날 끝무렵, 탈북-재입북-재탈북을 반복하며 서울에 입성한 유 씨의 소식이 각 일간지의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조선일보도 유 씨의 소식을 보도했음은 물론이다. 유 씨의 '죽음'을 단독보도했던 조선일보의 김미영 기자는 관련 기사 말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유씨가 기자회견을 한 것은 조선일보가 작년 3월 17일 유씨가 처형됐다고 보도하고 인권단체들이 이를 국제적 문제로 부각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본지 보도는 탈북자들의 증언과 정보소식통의 확인을 거친 것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다...."(조선 사회면, [유태준씨] ‘탈북→北체포→재탈북’ 20개월 드라마, 2002.2.14)

그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다"는 말 이외에 다른 말은 없었다. '사과한다'는 말 한 마디, 나아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따위의 의례적인 멘트조차 보태지 않았다. 산 자를 죽은 자로 둔갑시켜 가족의 애간장을 끊어놓고, 잘못된 정보로 국민을 기망하고 국제적 파문을 일으키고도 '나몰라'라 하는 조선일보의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보도행태가 이러했다.

[조율.5] "조선일보는 유 씨의 생명을 갖고 장난치지 말라!"

2001년 9월 3일자 [기자수첩]란에 <살아있는 죽음>이란 제하의 글이 실렸다. 기사를 쓴 이는 조선일보 박민선 기자. 이 글에서 그는 1999년에 별세한 이**씨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전몰자로 분류되어 야스쿠니신사에 모셔져 합사돼 있었던 기막힌 사연을 취재하면서, 산 자를 죽은 자로 몰고간 일본의 몰염치·파렴치를 아들의 입을 빌어 강하게 질타했다.

"멀쩡히 살아계셨던 아버님을 42년동안이나 전범들과 함께 모셔놓다니... 도대체 일본은 아버님을 몇번이나 죽이려고 하는지...."([기자수첩] '살아있는 죽음' 42년, 2001.9.3)

그 질타를 자칭 '대한민국 일등신문'이라는 조선일보에게 그대로 돌려준다.

"멀쩡히 살아있던 한 청년을 거의 1년 동안이나 죽은 자로 분류하여 조선일보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해 먹다니!.... 도대체 조선일보는 유태준을 몇 번이나 죽이려고 하는가?" / (2002.02.15)



- 어른이 -
by 어른이 | 2002/02/15 07:15 | 문한별 칼럼(2002) | 트랙백 | 핑백(7)
트랙백 주소 : http://iandyou.egloos.com/tb/262361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Incarnation : <조.. at 2018/01/15 17:39

... &lt;조선&gt;은 유태준을 도대체 몇 번이나 죽이려고 하는가? ... more

Linked at Incarnation : 조선.. at 2018/02/11 00:20

... &lt;조선&gt;은 유태준을 도대체 몇 번이나 죽이려고 하는가? ... more

Linked at Incarnation : 조선.. at 2018/05/12 22:56

... &lt;조선&gt;은 유태준을 도대체 몇 번이나 죽이려고 하는가? ... more

Linked at Incarnation : "北.. at 2018/05/22 21:00

... &lt;조선&gt;은 유태준을 도대체 몇 번이나 죽이려고 하는가? ... more

Linked at Incarnation : 찌라.. at 2018/08/14 16:22

... &lt;조선&gt;은 유태준을 도대체 몇 번이나 죽이려고 하는가? ... more

Linked at Incarnation : 조선.. at 2019/06/04 18:44

... &lt;조선&gt;은 유태준을 도대체 몇 번이나 죽이려고 하는가? ... more

Linked at Incarnation : '김.. at 2020/05/02 17:56

... &lt;조선&gt;은 유태준을 도대체 몇 번이나 죽이려고 하는가? ... more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언어는 '지금' '여기서' 화육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장의 언어로..
by 어른이 2007 이글루스 TOP 100
Calendar
카테고리
공지사항
문한별 칼럼(2020)
문한별 칼럼(2019)
문한별 칼럼(2018)
문한별 칼럼(2017)
문한별 칼럼(2016)
문한별 칼럼(2013)
문한별 칼럼(2012)
문한별 칼럼(2010)
문한별 칼럼(2009)
문한별 칼럼(2008)
문한별 칼럼(2007)
문한별 칼럼(2006)
문한별 칼럼(2005)
문한별 칼럼(2004)
문한별 칼럼(2003)
문한별 칼럼(2002)
문한별 칼럼(2001)
문한별 칼럼(2000)
문한별 칼럼 BEST
-----------------
한국 개신교는 지금...
교회개혁을 위한 묵상
짧은 설교
성경 강해
성경공부(강의) 연재
한자로 풀이한 성경
-----------------
한별의 시편
살아가는 야그
안티조선 1인시위(2001)
먹는 즐거움
[중드] 후궁견환전
-----------------
촛불혁명 & 적폐청산
2017 제19대 대선
2019 기해왜란
조국 사태 - 검찰의 난
문재인 정부(2017~22)
-----------------
Politic issues
Social issues
crazy media
today's cartoon
all that sports
laugh with me
and so on....


최근 등록된 덧글
그냥 애도 없고 결혼도 ..
by 무식한 맘모스 at 09/25
참 혼자 고상한 척은 다하..
by 어쩌다보니 얼음집 at 06/11
[답이 늦었습니다. 방금..
by 어른이 at 05/04
근거 없이 마구 던지는 ..
by 까진 펭귄 at 05/03
태영호 검증을 극구 회..
by 어른이 at 05/03
정세현 얘기는 뺐습니다...
by 어른이 at 05/03
보수 세력들은 탈북자들..
by Tomufu at 05/02
태영호가 잘못했죠. 그리..
by 까진 펭귄 at 05/02
뒤늦게 터졌다기보다는,..
by 어른이 at 04/19
코로나 성과를 다른 분..
by 어른이 at 04/19
가 볼 만한 곳...


네오이마주
포토로그

바람 불어 좋은 날...
이글루링크
이글루 파인더

rss

skin by zodiac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