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개 채널과 함께 하는 ‘MB 원맨쇼’와 <조선>의 침묵
대한민국은 더이상 민주공화국이 아닙니다. 이명박 일 개인의 왕국, 곧 '명박민국'일 뿐입니다. 돼 가는 꼴을 보면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대통령이 각본.연출.제작.주연을 맡은 <국민과의 대화>를 27일 밤 지상파 3사를 비롯, 전국 35개 방송사가 동시 생중계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선글라스와 군홧발이 지배하던 권위주의 시대에서도 결코 볼 수 없었던 풍경입니다. 민주주의 명찰을 단 나라에서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저 아연하고 당혹스러울 따름입니다.


아다시피 '국민과의 대화'가 처음 시작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 때의 일입니다. 그때 방송3사가 동시 생중계를 했는데, 전파를 독점했다는 이유로 조선일보를 포함한 보수언론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개별 방송사 시사토론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바꿔 진행했습니다. 그래도 보수언론의 비판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당시 조선일보가 이들 전임 정부에게 어떤 식으로 독설을 퍼부었는지 잠시 감상해 보시렵니까. 1998년 5월 10일, 김대중 전 전 대통령의 첫번째 '국민과의 대화' 이후에 나온 사설 한 대목부터 보시죠.

"방송협회가 주관한 「국민과의 대화」는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방송이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tv는 정부 홍보기관이 아니며 전파의 주인은 국민이다... 공정성 면에서도 방송사는 「형평의 원칙」에 입각해 야당에도 그들의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사설, <진정한 「대화」가 되기 위해서>, 1998.05.12)

한 해 지나서 김 전 대통령이 imf로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경제회복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두번째 '국민과의 대화'를 가졌을 때, 조선일보는 "정치 경제 국방 외교 등의 국가 중대사를 tv 토크쇼 같은 형식으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며 뜬금없이 대중정치의 위험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대통령 혼자 너무 많은 것을 책임지고 또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국회, 행정관료, 지식층, 전문집단, 시민사회보다도 「대통령+익명의 대중」이 위력을 발하는 풍조가 생겨서도 곤란하다... tv를 통한 정치는 당장의 캠퍼주사 효과는 거둘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정치를 토크쇼로 만드는 포퓰리즘에 이르게 될 수 있음을 우리는 경계한다..."(사설, <대통령과 TV와 대중정치>, 1999.02.23)
 
그리고 2000년 2월 27일, 김 전 대통령의 세번째 '국민과의 대화'를 방송3사가 생중계하기로 편성하자 조선일보는 그보다 무려 10일이나 앞서 <DJ ‘국민 대화’ 시의적절한가>(2000.02.18)란 사설을 배치, 예의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이란 레파토릭을 되풀이했습니다.

"우리는 앞서 가진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때마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음을 거듭 지적했다. 특히 3개 방송사 동시편성은 전파의 주인인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며, 방송사 고유권한인 편성권 독립에도 정부가 영향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을 소지가 없지 않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대화'(2001.03.01)를 비판한 조선일보 사설은 제목부터 아예 <3개 TV 동시 생중계?>(2001.02.24)입니다. " ‘국민과의 대화’를 보고싶지 않은 수용자의 권리도 보호되어야 한다"며 채널 독점의 문제점을 강도높게 질타한 조선일보의 비분강개한 목소리를 들어 보시죠.

"국민의 공공재산인 전파 사용권을 위탁받은 방송사의 편성은 국민과의 계약사항이다. 재난 등 긴급상황이 아닌 이상 방송사 임의로 정규편성을 변경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처사다. ‘국민과의 대화’를 보고싶지 않은 수용자의 권리도 보호되어야 한다. 그런데 공·민영 가릴 것 없이 같은 메뉴를 동시에 담아내는 것은 시청자 주권을 빼앗는 횡포가 아닐 수 없다. 그럴 권한은 방송사에 없으며 그 이상의 힘이 작용했다면 이는 월권이다..."

"편성 역시 방송 3사가 자발적이라고 하지만 각사마다 두고 있는 시청자위원회는 앞서 가진 대화 때마다 동시편성의 문제점과 방송의 독립성 침해를 지적했음을 보면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TV가 정권의 홍보매체는 결코 아니며 정권 또한 방송을 홍보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는 한 방송이면 충분하다... 그 어떤 권력도 시청자의 채널선택권을 제한할 명분은 없다."


노무현 참여정부 들어서 이러한 비판은 현저히 줄어 들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이런 논란을 의식, 전임 정권과는 달리 '국민과의 대화'를 한 번에 한 채널씩 돌아가며 운영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조선일보는 토론 내용을 문제삼으며 헐뜯기를 마지 아니 하였습니다. 이렇게 ;

"결과는 국민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감동도 느끼기 힘들었다... ‘국민과의 대화’를 맥빠지게 만들었다... 적절한 설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발언도 굳이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혼란스런 느낌을 주었고...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사설, <무엇을 위한 ‘대통령 TV토론’이었나>, 2003.05.03) 
 
"한국 민주주의 선배에 대한 예의를 벗어난 것이다... 그냥 말문이 막힌다... 도저히 한 나라를 책임진 대통령의 것이라고 볼 수가 없다... 대통령이 앞으로도 과거에 한 이야기를 한 자도 틀리지 않고 되풀이할 양이면 국민과의 대화는 이걸로 마감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사설, <이런 국민과의 대화는 이제 그만두는 게 낫다>, 2006.09.29)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이런 조선일보의 목소리를 더는 들을 수가 없게 됐습니다. 국민과 대화한다면서 "과거에 한 이야기를 한 자도 틀리지 않고 되풀이"해도 벙어리 흉내만 내고 있고, 김 전 대통령 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전파를 독점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탓입니다.
 
방송3사가 김 전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생중계하기로 했다며, 무려 열흘 전부터 그리고 1주일 전부터 사설로 입방아 찧어대던 그 열심은 어디로 가고 만 것일까요? 김 전 대통령의 방송 독점은 문제지만, 이 대통령의 방송 독점은 전혀 문제가 안된다는 것일까요? 김 전 대통령과의 대화는 한 방송이면 충분하지만, 이 대통령과의 대화는 35개 채널도 부족하다는 걸까요? 정권이 바뀌어 이명박의 나라가 됐으니 이제 시청자의 채널선택권을 제한해도 된다는 말일까요?

채널 35개가 이 대통령의 면상을 클로즈업하는 세기의 원맨쇼가 코 앞에 다가 왔는데도 조선일보 사설란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그저 조용하기만 합니다. 참으로 해괴한 일~! (2009.11.27)
 


- 어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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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글입니다.
by 어른이 | 2009/11/27 14:10 | 문한별 칼럼(2009)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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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oulbomB at 2009/11/27 14:20
저걸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믿을까요 ㅋ_ㅋ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9/11/28 14:41
'노노데모' 쪽 반응 봤더니 거의 부흥회 수준이던데요? -.-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1/27 20:07
35개 채널... 후덜덜 하네요;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9/11/28 14:42
KBS2가 다른 방송으로 넘어가면
채널독점 100%를 기록할 수 있었을 것을...
Commented by NB세상 at 2009/11/27 23:15
좀 보다 마다 합니다만... 김경란 아나도 급 비호감이 되고 있네요....

그것보다 이제는 국민과의 대화가 아니라 대통령과의 대화로 그 핵심적 주체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습니다...

결국 mb홍보마당이 되어 버린... 지지 여부를 떠나 이게 바로 전파의 낭비.. 차라리 청춘 불패 보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9/11/28 14:40
전 KBS를 보지 않는답니다.
어제 언론개혁 떠들다가 오늘 해바라기짓 하고 있는
기자들 꼬라지 보기 싫어서.
아니 그런 모습들 보는 게 괴로워서...
Commented by NB세상 at 2009/11/28 21:17
시청률 올려 주는 게 싫어서 전 mb출연작은 보질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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