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에 '마법의 숫자'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115란 숫자가 그것입니다. 대체 무엇을 말하자는 것일까요?
3월 24일자 2면에 그 답이 나와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지난 3월 5일 창간 89주년을 맞아 지면 개편을 단행했는데, 서체를 더 세련되게 고치고 지면 레이아웃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지면 개선작업을 통해 이전과 같은 신문지 크기에서 페이지당 정보량을 15% 더 증가시켰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이어 "지면에 들어가는 기사가 더 많아졌다" "읽을거리가 더 많아졌다"는 독자 반응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지면을 넓힌 것은 독자 여러분이 세상을 보는 시야를 더 넓혀드리기 위해서입니다"라고 나팔을 불어댔습니다. ![]() ▲ 2009년 3월 24일자 조선일보 2면 상단 기사 조선일보가 '독자 중심'의 편집을 강화하고 편의를 좀더 제공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만큼은 평가해 줄만 합니다. "편집이 뛰어나다"느니 "읽을 거리가 많다"느니 하는 말들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지요. 그러나...독자에게 친절하고 지면을 더 세련되게 가다듬었다 하여 조선일보를 '일등신문'이라 평가할 수 있을까요? 그런 것들은 필요조건은 될 수 있을지언정 충분조건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 많은 정보를 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을 차별없이 거기 담는 것입니다. 단지 정보량이 더 많아졌다고 해서 독자들의 알권리가 자동으로 충족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정보량이 15% 더 늘었다고 자랑하는 3월 5일 이후부터 4월 14일까지,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뉴스들 가운데 조선일보 지면에 혹 누락된 기사는 없는지 살펴 봤습니다. 조선일보가 '불편부당'의 사시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정치적 호오에 따라서 과장과 축소를 밥먹듯 하는 왜곡과 은폐의 달인이라는 것을 익히 아는 까닭입니다. 그랬더니 '역시나' 더군요. "독자들에게 세상을 보는 시야를 더 넓혀드리겠다"고 다짐하는 조선일보 지면에서 결코 구경할 수 없는 기사들을 몇 개 모아 봤습니다. (1)강희락 경찰청장의 ‘성매매 발언’ : 지난 1일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충격적인 기사가 떴습니다. 강희락 경찰청장이 최근 불거진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의혹과 관련, “재수 없으면 걸린다” “나도 공보관 하면서 접대 많이 해봤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각종 권력형 ‘성 로비’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고 성매매 근절에 앞장서야 할 치안총수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게 상상이나 되십니까? 강 청장의 발언은 개인비리를 넘어서 그가 과연 공적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최근 문제되고 있는 성상납, 성 접대 사건을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이 사실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조용히 침묵의 바다에 던져 버렸습니다. 왜? (2)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골프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4월 4일과 5일, 북한이 로켓을 발사할 것을 뻔히 알고도 기자들과 선약이 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틀 연속 골프채를 잡은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대사입니다. 한나라당이 북 로켓 발사를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이자 '도발'로 규정하고, 이명박 정부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네 어쩌네 부산을 떨고 있는 와중에 집권당 대표가 한가하게 골프 라운딩을 즐긴다는 게 당최 말이나 될 법한 소리겠습니까. 그런데도 어인 일인지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입도 뻥끗하지 않았습니다. 비판의 말은 커녕 그런 일이 있었다는 기본적인 팩트조차 지면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우국충정의 신문' 조선일보가 왜 그랬을까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참여정부 시절 조선일보는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남해안에 상륙하는데도 노무현 대통령이 한가롭게 뮤지컬을 구경했다 하여 그를 기사와 칼럼으로 모질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뿐더러 2006년 3월에는 이해찬 총리가 삼일절에 골프를 쳤다 하여 온갖 기사와 사설을 총동원, 집요하게 그를 물고 늘어졌고 끝내 옷을 벗게끔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이처럼 화려한 전력을 자랑하는 조선일보가 유독 박희태 대표의 골프 파문만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먼 산만 보고 있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3)이종걸 의원의 '장자연 리스트' 실명공개 : 지난 7일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임시국회 대정부질의 시간에 이달곤 행안부 장관을 상대로 '장자연 리스트'를 추궁하던 중, 그 리스트에 포함된 유력신문사와 스포츠신문의 사주의 실명을 공개하는 '대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를 대사건이라 한 것은, 모두가 짐작은 하면서도 유력신문사의 위세에 눌려 감히 말하지 못한 진실을 그가 용기있게 공개했기 때문이요, 그로 인해 나라가 발칵 뒤집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재밌는 사건 또한 조선일보 독자들은 결코 구경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신문들과는 달리 조선일보는 관련사실을 단 한 줄도 지면에 올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할 말이 많지만 지면 제약을 고려하여 그냥 넘어가기로 하겠습니다. (4)광우병 의심 美 쇠고기 유통 : 2003년 광우병 파동 당시 폐기처분 지시가 내려졌던 미국산 쇠고기 가운데 최소 12t이 대형 할인매장과 유명 백화점에서 호주산으로 둔갑해 판매된 사실이 13일 밝혀졌습니다. 외국계 대형 할인매장에서 일하던 선 모씨가 광우병이 의심되는 것으로 지목된 미국산 쇠고기를 빼돌렸다가 호주에서 정식 수입한 것처럼 원산지를 속여 납품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에게 불안감을 가중시킨 이런 사실은 조선일보 지면에 결코 실리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 독자들은 이런 소식은 몰라도 된다는 것일까요? (5)신경민 앵커 교체 : 그리고 4월 13일,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던 신경민 앵커가 석연찮은 이유로 돌연 낙마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엄기영 사장은 이에 대해 "외압 때문이 아니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 들이기에는 의심스러운 구석이 한둘이 아닙니다. 신경민 앵커가 현 정부의 아픈 곳을 콕콕 찌르는 촌철살인의 클로징멘트로 진작에 정권의 눈 밖에 난 것이라든지, 그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방송 관계자들의 억지행태가 남발됐다든지 하는 정황적 증거말고도 이 교체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여러 증언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점에서 신 앵커의 교체는 단순히 한 방송국의 인사문제가 아니라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중대사안이랄 수 있습니다. KBS, YTN에 이어 '최후의 청정세력'으로 남아있던 MBC마저 권력에 백기투행함으로써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가 완성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 말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14일과 15일 지면에서 이를 말끔하게 탈색시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시치미를 뗐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이명박 전 서울시장(현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 MBC 드라마 <영웅시대>가 조기종영 논란에 휘말리자 정권의 외압이 있었다며 기사와 칼럼, 외부기고 등을 동원해 융단폭격을 퍼부었던 것과는 너무나 상반된 반응 아닙니까? 최근 것들 위주로 모은 것들이 대략 이렇습니다. 누락된 것들을 다 모으자면 아마도 지면이 부족할 것입니다. 글을 매듭짓기 전에 조선일보가 예전에 썼던 사설의 한 대목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조선일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이걸 보시면 쉬 이해가 되실 겁니다. 정보량을 115%가 아니라 1150%로 늘려도 파란색에 환장하는 조선일보의 불치병은 절대 고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언론은 국민을 미로로 모느냐, 아니냐의 가치판단 이전에 사실을 보도할 의무가 있다. 없는 사실을 보도하는 것은 허위 보도가 되지만 있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 것도 언론으로서는 직무유기가 된다. 가치판단은 그 다음의 영역이다..."(사설, <노대통령의 심기와 심려, 1990.11.02) / (2009.04.15) - 虛虛 -
|
Calendar
카테고리
문한별 칼럼(2009)문한별 칼럼(2008) 문한별 칼럼(2007) 문한별 칼럼(2006) 문한별 칼럼(2005) 문한별 칼럼(2004) 문한별 칼럼(2003) 문한별 칼럼(2002) 문한별 칼럼(2001) 문한별 칼럼(2000) 교회개혁을 위한 묵상 성경공부(강의) 연재 한별의 시편 한자로 풀이한 성경 살아가는 야그 먹는 즐거움 issue hunting crazy media today's cartoon all that sports laugh with me and so on.... 최근 등록된 덧글
잘 봤습니다.by 지나가다 at 10/14 그게 사실일리가 잇냐 위.. by sss at 09/21 김빈우~ 정확히 김지영.. by 개버릇못줘 at 08/30 이명박 대통령님!!! 보.. by 장민채 at 08/28 명박이를.대통렬으로 .. by ad at 08/26 니꼴리는대로하고 한국이.. by ad at 08/26 머니///....? by ad at 08/26 노예근성에 하인천성으로.. by 이명박만세 at 08/24 '국장'을 빌미로 자기네.. by 어른이 at 08/23 네. 반드시 심판~~~!!! by 어른이 at 08/23 가 볼 만한 곳...
포토로그
이글루링크
이글루 파인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