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노무현 정권 때는 ‘사법부 파괴공작’ 했나?
- 저널리즘 원칙 저버린 ‘자칭 1등’의 한입 두말 ‘꼴불견’

조선일보가 재판외압 비판을 "인민재판식 집단 몰매"니 "사법부를 향한 파괴공작'이라느니 하며 색깔론을 덧씌워 매도한 일로 요즘 언론계가 시끌벅적하다죠?

그 때문에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 사설까지 쓰고, 특히 경향신문 기자는 9일 1면에 올린 '기자메모' <친여보수언론의 색깔론 저널리즘 위기 자초한다>에서 "(이번 사건을 추적해 온) 동료 기자들의 노력을 좌파 운운하며 매도하고 조롱하는 짓”에 대해 “너무 슬프다”고 토로했다던데, 그 속상한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그러나 '저널리즘'이 뭔지도 모르는 저들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한 건 아닐까요?

저널리즘은 '시'(是)를 '시'라고 하고 '비'(非)를 '비'라고 하는 올곧은 언어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시대따라 상대따라 눈치밥을 굴리며 말을 빙빙 돌리고, 한 입에서 나왔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말을 늘어놓는 비루한 영혼에선 도저히 불가능한 거지요.

그런데 조선일보는 어떻습니까? 아다시피, '시'를 '비'라 하고, '비'를 '시'라 하는 것을 밥 먹듯 하는 신문입니다. 그런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 자체를 못 느끼는 '신문 그 이상한 신문'입니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저널리즘'이 아니라 '애널리즘'이 체질화된 신문이라고 손가락질 하겠습니까.

시간 나시면 어제 오늘 지면을 한번 들여다 보세요. 자기가 낸 사설이 그렇게 자신있고 떳떳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 정색하고 비판사설을 썼을 때 응당 그에 반박하는 기사 하나 작성할 법 한데 그러나 아무리 훑어 봐도 뵈지 않습니다. 대신 외부인사를 내세워 '이명박 대법원'을 두둔하는 글을 올리는 등 비겁한 작태로만 시종하더군요. 신설된 <편집자에게> 공간을 빌어 "법원장의 이메일, 재판간섭 아니다"고 강변한 9일자 독자칼럼이 그 대표적입니다.

그런가 하면 10일엔 <'김재윤 구하기 탄원서' 법조계가 화났다>(A8) 기사에 이어 <동료 구속반대 탄원 줄 선 163명 의원의 법 의식 수준>이란 사설까지 띄워, 법조계를 화나게 만든 이 나라 정치인들의 저질스런 법 의식 수준을 나무라는 적반하장의 묘기까지 선보였습니다. 지금 법조계가 누구 때문에, 그리고 무엇 때문에 정말 열받았는지 안다면 저런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이게 다가 아닙니다. 11일엔 <'경찰 폭행' 제판받은 9명중 실형 1명도 없어>(A8) 기사와 <법원 판결만이 거리의 無法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사설을 통해 "대한민국 법을 우습게 아는 전문 시위꾼들"에게 법의 엄중함을 보여주라고 닦달했습니다. 대한민국 법을 자기네 머슴처럼 여기는 조선일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우습지 않습니까?

조선일보는 이전 노무현 참여정부 때 틈만 나면 사설을 작성해 법원을 물고 늘어졌습니다. 중심을 잡아야 할 법원마저 '노무현 코드'에 발맞추면 안된다고 흰자위를 번뜩이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자기네 마음에 안드는 진보적인 판결이 나오면 "법원이 진보의 정치구호에 감염됐나"느니 하며 온갖 말로 비난하기를 마지 아니 하였습니다.

"재판장은 이런 아우성과 욕설과 고함 속에 법정 질서가 무너져 내렸는데도 이미 했던 감치 명령까지 20분 만에 스스로 거둬들였다. 한 명의 방청객도 처벌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법원은 판사와 검사를 모욕하고 재판까지 중단시킨 난동꾼들에게도 이처럼 자비롭다... 이 정권이 퍼뜨린 ‘무법적 진보 바이러스’에 사법부가 이 정도로 심하게 감염돼 버린 것이다..."(사설, <법원이 제 손으로 法의 권위를 무너뜨리면>, 2006.12.23)

"법원이 한미FTA 반대시위 참가자 6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기각했다. 법원은 “달아나거나 증거를 없앨 우려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법원의 영장 기각은 국민의 이런 목소리와 확실히 어긋난다. 법원은 지난 3년간 집시법위반죄로 기소된 91명 중 단 한 명에게도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법원까지 ‘밥이 法법보다 먼저다’라는 식의 대중 영합적 얼치기 진보 물결에 올라탔다는 우려를 낳을 만하다..."(사설, <법원도 進步의 정치구호에 감염됐나>, 2006.12.21)


조선일보는 또한 이용훈 대법원장을 가르치고 훈계하거나 대법관 인사를 좌우하는 듯한 주제넘은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런 조선일보 입에서 "사법권 독립’은 법원 바깥뿐 아니라 상급 법원이나 선배 법관 등 법원 안에서의 어떤 압력이나 지시·명령도 없어야 가능하다"는 말이 튀어 나왔다는 겁니다. 믿거나 말거나.

"문제는 ‘대법관 다양화’로 포장된 이번의 파격 인사에서 ‘사법부판 코드 인사’의 냄새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와 김 연구법관은 진보 성향 시민단체와 노동계에서 적극 밀었다고 한다... 특히 박 변호사는 대통령 탄핵심판 때 대통령측 대리인이었고 정권과 코드가 맞는 판사·변호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사설, <‘대법관이 돼야 할 사람’이 된 人事를 바라보며>,2005.10.20)

"문제는 정권과, 정권과 가까운 특정 세력 쪽에서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인사 ‘훈수’를 두려 한다는 것이다. 대법관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동의 권한을 가진 집권당 의원들이 ‘대법관의 다양화’ 얘기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대법관 다양화를 바라는 희망과 여론을 정권과 이념적 코드를 같이하는 사람을 대법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뜻으로 왜곡해 대법관 제청권자인 대법원장을 압박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다..."(사설, <대법원장은 대법원 ‘코드화’에 휘둘려선 안된다>, 2005.10.06)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사법권 독립을 해치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사법권 독립’은 법원 바깥뿐 아니라 상급 법원이나 선배 법관 등 법원 안에서의 어떤 압력이나 지시·명령도 없어야 가능하다는 건 헌법학 원론에 나와 있다. 법관 인사권을 쥐고 있는 대법원장이 특정 판결에 대해 호불호를 말하기 시작하면 법관들은 승진에 초연하지 않은 이상 판결할 때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헌법 103조)하기보다 대법원장 맘에 들지 안 들지부터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사설, <대법원장의 ‘판결 채점’과 법관의 독립>, 2006.02.18)


2005년 8월 19일자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을 지켜내야>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새로 지명된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이 시점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지명자의 새 대법원이 권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훈수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굳이 헌법상의 ‘사법 독립’의 원칙을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법원은 권력과 거리를 두고 정치에 영향받지 않아야 존립 근거를 갖고 스스로 권위를 세울 수 있다. 이러한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받고 있는 이 지명자와 사법부가 가야 할 길은 권력이 법을 주무르는 것이 아니라 법이 권력을 통제하고 그래서 진정한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이 신영철 대법관의 행위를 문제삼는 것은,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바로 지적했듯이, 그것이 "헌법상의 ‘사법 독립’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법이 권력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법을 주무르는 '권치주의'의 위험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자신이 앞에서 한 말들을 잊어 버리고 이러한 노력들을 "자기 성향이 맞지 않는다고 법원 내부 일을 외부에 조직적으로 폭로하거나 일부 언론과 편을 짜 법원 내부 인사에 대해 인민재판식으로 집단 몰매를 가하는 것은 건전한 사법부 비판을 벗어난 사법부를 향한 파괴공작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매도하고 있으니, 이야말로 자신들이 노무현 정권 때 한 모든 말이 ‘사법부 파괴공작’ 차원에서 나온 것임을 스스로 실토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2009.03.11)



- 어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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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서프>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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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 2009/03/11 14:40 | 문한별 칼럼(2009)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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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노랑잠수함 at 2009/03/11 18:35
언젠가 조선일보의 길거리 광고를 본 기억이 납니다. (아마 광화문 지하도였을 겁니다.)
그들의 슬로건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신문"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맞습니다. 그들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신문입니다.
"해야 할 말은 하지 않는 신문"인 겁니다.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9/03/12 11:14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신문'이라... 못 들어 본 슬로건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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