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100분토론> 대박! 모처럼 눈물나게 웃었다”
 나경원 의원, MB정권 ‘방송장악 음모’ 자기도 모르게 시인

MBC 100분 토론(이하 <백토>) 400회 특집. 대박이다. 빵 터졌다. 모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봤고, 눈물나게 웃었다. 재미가 이만하면 가히 레전드급이라 할 만 하다. 나만 그런가 해서 인터넷을 둘러 봤더니, 게시판마다 <백토> 얘기로 난리다. 어록을 퍼나르고 평점을 매기는 것만으로 몇 페이지가 훌쩍 넘어갈 정도다. 울림이 그만큼 컸다는 증거다. 

사실 백토 <400회> 특집은 시작하기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유시민 전 장관, 진중권 중대 겸임교수, 가수 신해철 등으로 짜여진 막강 라인업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토론의 달인들을 한 자리서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가. 더구나 이들이 보수진영에 맞서 환상의 드림팀을 이뤘다는 데에야..(방송인 김제동은 '초짜'라서 제외.) 

이에 비해 보수진영의 패널구성은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졌다. 나온다던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출연하지 못해서 더 그랬을 게다. 그러나 나경원 의원이 평소의 스탯을 유지하고 전원책 변호사가 발군의 활약을 한 덕분에 언발란스가 생각했던 것만큼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제성호 교수와 이승헌 변호사는 존재감이 없어 언급을 회피한다.) 

토론은 1,2부로 나눠 진행됐다. 에피타이저격인 1부에선 ‘2008년 한국사회의 주요 이슈’ 등을 소재로 가볍게 입을 풀고, 이어 2부에서 ‘이명박 정부 1년 평가와 전망’을 메인디쉬 삼아 본격적으로 토론에 돌입했다. 이쯤해서 잠시 <백토> 400회 특집을 빛낸 화려한 말빨의 향연을 감상해 보자.

네티즌들로부터 '줏대있는 보수'라는 평을 받은 전원책 변호사는 보수진영에 몸담은 사람답지 않게 이명박 정부의 실책을 거칠게 비판하는 '팀킬' 플레이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그의 입을 통해 배출된 말들 가운데 가장 큰 환호를 받은 것은 "제발 좀 대운하 소리좀 꺼내지 말라고..."란 야무진 일갈이었다. 국민들이 대운하 문제에 얼마나 극심한 반감을 갖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

'진본좌'란 닉네임으로 친숙한 진중권 교수도 히트발언을 여럿 남겼다. 사이버 모욕죄의 부당함을 역설하면서 "최진실법이 아니라 전여옥법"이라고 받아친 것이라든지, 옆자리에 앉은 유시민 전 장관을 돌아보며 "내가 진짜 좌파인데..."라고 말한 것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네티즌들이 꼽은 그의 가장 대표적인 명언은 이명박 대통령의 비전 부재를 꼬집은 "머리 속에 삽 한 자루"였다.

마왕 신해철의 입심도 대단했다. 아마 가짓수로만 따지면 가장 많을 것이다. 기억나는 것들만 대충 떠올려도 대여섯가지가 된다. "(올 해 좋은 일)넥스트 신보 발매"와 "(악플 관련)영생획득", "(기부문제에 대해) 내가 불우이웃",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보는 것은 박정희 모습이 아니라 전두환의 모습”, 그리고 "국회를 19금 유해장소로 지정, 시청 금지시켜야 한다" 기타 등등.

네티즌 선정, 이날 토론회의 MOM으로 등극한 유시민 전 장관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발군의 토론솜씨로 좌중을 압도했다.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침착하게 상대를 설득하고 해체시키는 그의 모습에 네티즌들은 매료됐고 환호했다. '왕의 귀환'이란 타이틀도 그래서 붙여졌다. 그에 대한 관심은 토론회 직후 각 게시판에서 정치적 재기가능성에 대한 열띤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최고의 명언도 그의 입에서 나왔다. 절차와 합의를 무시하고 자신의 원하는 바를 강압으로 해치우려고 하는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성을 비판하면서 그는 고양이와 쥐의 예를 들었다. 힘없고 약한 쥐가 얼마나 두려워 떠는지 권력을 쥔 고양이는 결코 알지 못한다는 비유였다. 특히 그가 손동작을 사용하며 "고양이가 발톱 세우고 '괜찮아 괜찮아'..." 라고 말할 때, 네티즌들은 뒤집어졌다. 그외 "유신교과서로 공부했는데도 좌익이 됐다"는 고백도 <백토> 어록집에 포함됐다.

인터넷에 많이 거론된 어록들 위주로 모은 것들이 대강 이 정도다. 귀를 즐겁게 하는 럭셔리한 말빨들을 되새김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유쾌.상쾌.통쾌해지지 않는가. 그런데 안타깝게도 여기 한 가지 빠진 게 있다. 너무나 중요한 발언이다. 그게 뭔가? 바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의 "방송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자기 사람 심었겠죠"라는 말이다.

이명박 정권이 KBS 정연주 사장을 강제로 쫓아낸 것은 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상대 패널의 주장에 반박하려다 무심코 튀어나온 말이었는데, 요컨대 KBS사장 자리에 MB캠프에 참여한 사람을 앉히지 않고 순수 KBS출신 이병순을 내세웠으니 이걸 보더라도 방송 장악 의도가 없었다는 게 분명하지 않느냐는 요지의 답변이었던 셈.

그러나 이는 이명박 정부를 두둔하는 나 의원으로선 절대 입에 담아선 안될 치명적인 말실수다. 그 논리대로라면, 이 대통령이 YTN 사장에 '자기 사람'인 MB캠프 출신 구본홍을 강제로 심은 것이나 방통위원장 자리에 자신의 멘토인 최시중을 심은 것 자체가 "방송 장악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음이 너무도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토론에 참여한 패널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에 대해 가장 많은 발언을 할애한 민주당 전병헌 의원도 흘려 듣기는 마찬가지. 그의 귀에는 나 의원의 이런 '삑사리'가 안 들렸을까. 그가 이걸 잽싸게 낚아채서 나 의원을 제대로 추궁했더라면, 이 정부의 반민주성에 쐐기를 박는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었을 것을... 그랬으면 잊혀진 패널에서 벗어나 유 전 장관을 제치고 명예의 전당에도 오를 수 있었을 것을... (2008.12.19)



- 어른이 -
---------------------------------------------------------------------------------------------- ***
#. <데일리서프>에 기고한 글입니다.
by 어른이 | 2008/12/19 16:36 | 문한별 칼럼(2008) | 트랙백 | 핑백(3) | 덧글(12)
트랙백 주소 : http://iandyou.egloos.com/tb/222232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Incarnation : 유시.. at 2017/06/07 03:15

... “MBC &lt;100분토론&gt; 대박이다, 모처럼 눈물나게 웃었다” ... more

Linked at Incarnation : '1.. at 2018/05/24 02:47

... “MBC &lt;100분토론&gt; 대박이다, 모처럼 눈물나게 웃었다” ... more

Linked at Incarnation : 대한.. at 2019/03/26 11:10

... “MBC &lt;100분토론&gt; 대박이다, 모처럼 눈물나게 웃었다” ... more

Commented by 炎帝 at 2008/12/19 16:43
저놈들 팀킬이 하루이틀이 아니네요.
뭐, 하도 떡실신당하는게 불쌍해서 일부러 봐준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것까지 지적했으면 한나라당에서 짤렸을지도 모르니까...=_=;;
Commented by 無名공대생 at 2008/12/19 20:25
나경원이 그 발언한 후에 민주당 의원이 YTN 낙하산 언급하긴 했지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 정도입니다.
재미있는 건 민주주의의 위기다에 대해선 사실 부정
유시민이 이북의 독재는 답없다고 하니 덥썩 물어드시는 전원책 변호사
"왜 북한앞에서는 그 이야기를 못합니까?"
사실 전원책 변호사의 자폭이 제일 화려했습니다.
낙하산에 대해 패거리 문화는 당연하다.
이 정부는 능력보다 자기 사람을 쓰고 있다.
이 두 말 모두 전원책 변호사가 한말이거든요...
자기 모순에 빠져 버리는 모습이 있긴 했지만, 이런 보수라면
저는 나쁘게 생각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런데, 노무현의 국방개혁만 해도 편제 장비하고 상당히 현대화 시키는
건데, 마음에 안 든다니... 육군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계획을 다 알고 있다면, 참 그점에서는 골 때리는 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2MB 가카께서 국방부 예산줄이라고 해서, 계획은 수정된 걸로 압니다.)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12/20 14:58
전원책 변호사의 좌충우돌도 흥미롭긴 했지만,
그러나 권력 안쪽에 서있는 나경원 의원에 비할 바는 아니지요.
그 발언의 무게나 책임성 면에서 말에요.
제가 나 의원의 자뻑에 주목한 것도 그래서구요.
Commented by FINA at 2008/12/19 21:09
백 뿜 토 론
이였습니다 푸풉
Commented by NovaStorm at 2008/12/19 21:28
어허허..(어디서 구해봐야하나..)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12/20 14:58
"이거 안 보셨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개콘 말투...) ㅎㅎㅎ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8/12/19 23:28
제성호 교수은 입보다는 표정으로 말했죠. 특히 분할화면에서 진중권에게 보여줬던 표정은 정말 영화'구타유발자'에서나 봤었을 법한 표정연기였습니다.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12/20 14:59
맞아요. 표정이 더러웠지요. 야비했다고 해야 하나?
Commented by 류노스케 at 2008/12/20 01:53
ㅎㅎ
제성호씨는 교수라는 직함이 아까울 정도의 후안무치를 보여주더군요... 보는 제가 부끄러워질 정도...

나의원의 논점흐리기, 말꼬리 잡고 흐리기 때문에 짜증이 몰려왔지만
유시민 전 장관 말씀 듣고 가슴이 차분해 지더군요
아무튼 진보진영은 민주당 의원을 빼고는 제 몫 이상을 다 했다고 보여요..
저 또한 오랜만에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리뷰 잘 보고 갑니다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12/20 15:01
유시민과 진중권, 둘만 따로 떼어 놓으면 스파크가 이는데
한 팀으로 나서서 수구진영을 상대하니까 시너지가 보통이 아니더군요.
신해철도 팀플에 도움이 됐구요.
첫 출연한 김제동도 그만 하면 역할은 한 듯... ^^
Commented by 大望 at 2008/12/20 21:44
나경원 대신 전여옥이 나왔으면 진짜 대단한 개싸움이 되었을텐데 무지 아쉬울 뿐입니다.
유시민, 진중권 크로스는 감동이었다능~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12/21 22:35
나경원도 만만찮죠. 물론 전여옥이 나왔으면 더 대단한 개싸움이 되긴 했을 겁니다.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언어는 '지금' '여기서' 화육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장의 언어로..
by 어른이 2007 이글루스 TOP 100
Calendar
카테고리
공지사항
문한별 칼럼(2019)
문한별 칼럼(2018)
문한별 칼럼(2017)
문한별 칼럼(2016)
문한별 칼럼(2013)
문한별 칼럼(2012)
문한별 칼럼(2010)
문한별 칼럼(2009)
문한별 칼럼(2008)
문한별 칼럼(2007)
문한별 칼럼(2006)
문한별 칼럼(2005)
문한별 칼럼(2004)
문한별 칼럼(2003)
문한별 칼럼(2002)
문한별 칼럼(2001)
문한별 칼럼(2000)
문한별 칼럼 BEST
-----------------
한국 개신교는 지금...
교회개혁을 위한 묵상
짧은 설교
성경 강해
성경공부(강의) 연재
한자로 풀이한 성경
-----------------
한별의 시편
살아가는 야그
안티조선 1인시위(2001)
먹는 즐거움
[중드] 후궁견환전
-----------------
촛불혁명 & 적폐청산
2017 제19대 대선
2019 기해왜란
조국 사태 - 검찰의 난
문재인 정부(2017~22)
-----------------
Politic issues
Social issues
crazy media
today's cartoon
all that sports
laugh with me
and so on....


최근 등록된 덧글
안읽어봤으나 빙고. 젊은..
by 까진 돌고래 at 00:09
'악뮤' 찬혁 사진은 참..
by 어른이 at 11/12
근데 찬혁군은 잘생겼..
by 까진 돌고래 at 11/12
그렇군요.
by 여신같은 북극곰 at 11/11
조선일보는 '조선놈 일보'..
by 어른이 at 11/11
"숨기고 있던 본성"이 ..
by 어른이 at 11/11
뭐.... 숨기고 있던 본..
by 여신같은 북극곰 at 11/10
뭐 어차피 조선놈 일보가 ..
by 여신같은 북극곰 at 11/10
일본차가 불매운동을 견..
by 어른이 at 11/10
고작 몇푼 아끼겠다고 ..
by Tomufu at 11/10
가 볼 만한 곳...


네오이마주
포토로그

바람 불어 좋은 날...
이글루링크
이글루 파인더

rss

skin by zodiac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