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들이여, 이제 그만 가운 벗읍시다.


목사가 가운 입는 것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마 왠만한 교회마다 가운 입고 설교하는 목사님들 모습 많이 봤을 거에요.
저도 이전에 목사안수 받을 때 잠깐 입어 봤습니다.
(제가 동기생 대표로 축도했답니다.) 그거 입으면 폼 납니다.
뭔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고, 강단 밑에 앉은 평신도들과는
차원이 다른 거룩한 신분의 소유자라는 착각마저 들지요.
우스운 말이지만, 말하는 것도 그렇고, 몸짓도 괜히 우아해지더라니까요.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운은 빨리 벗어 던지는 게 좋습니다.
이건 순전한 허위 덩어리입니다. 가식의 산물입니다. 교만의 결정체입니다.
목사가 가운을 입는 이유는 하나 밖에 없습니다.
거룩해 보이기 위해서, 위엄있게 보이기 위해서, 무게있게 보이기 위해서....!
그래서 평신도들을 어줍잖은 권위로 누르고, 그들 위에 군림하기 위해서....!
그거 아니라면 굳이 비싼 돈 들여 가운 입을 까닭이 없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봅시다.
언제부터 교회에서 가운이 유행하기 시작했을까요?
예수도 걸친 적 없고, (세례 요한은 거의 벗고 다녔으니 더 말할 나위도 없지요.)
베드로나, 바울, 요한... 기타 등등도 전혀 걸친 적 없는
이 낯설고 생소한 옷쪼가리가 주님의 교회에 언제 숨어들었을까요?
기록을 보면, 그건 바로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하고 받아들인 시기와
일치합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주후 313년에 기독교를 로마의 종교 중 하나로 공인하고
이어 데오도시우스 황제가 주호 381년에 기독교를 로마의 국교로 선포하면서부터
십자가에 못박힌 나사렛 예수를 믿던 카타콤의 교회는 황제가 참예하고
로마의 권력가들이 줄줄이 참석하는 제국의 교회로 탈바꿈합니다.
기독교의 성격과 운명을 바꾸는 엄청난 전환이 바로 이때 이루어진 거지요.
제3제국을 뒷받침한 제국교회나 팍스 아메리카를 떠받드는 미국의 극우기독교, &
오늘날 우리가 지탄해 마지 않는 한국의 대형교회들의 뿌리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이전에 교회는 사회불안을 야기하던 불순한 세력이었습니다.(참조. 행 16:19~21)
그러나 제국의 종교로 옷을 갈아 입은 순간부터 교회는
황제 위해 조찬기도회 하고 체제안정을 희구하는 보수세력으로 화하고 말았습니다.
이 땅에 들어온 기독교도 비슷한 길을 걸었으니 그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거에요.
전래 초기에 개신교가 얼마나 박해를 받았습니까?
당시에는 죽을 각오를 하고서야 교회 다닐 수 있었어요. 그러나
오늘날은 어떻습니까? 교회가 곧 권력입니다.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무써븐 권력!

권력자의 교회는 더 이상 예수의 교회가 아닙니다.
십자가를 달고 성경을 보고 찬송을 불러보지만 거기에 정작 예수는 없습니다.
아다시피 부시와 럼스펠드, 체니는 다같이 '독실한' 크리스챤이랍니다.
그러나 그들이 농(弄)하는 예수가 성경이 증언하는 예수와 같을까요?
성경의 예수는 밑바닥에서 섬기라고 했지 위에서 군림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지 '악의 축'들을 쓸어버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Peace-maker'가 되라고 했지 'War-maker'가 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합니다.
카타콤의 교회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교회를 그릇되게 하는 모든 거품을 빼고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야 합니다.
스스로를 높이는 성직자는 가운을 입지만
성도를 양육하는데 전념하는 목사는 가운을 입지 않습니다.
개혁은 결코 거창하고 으리번쩍한 게 아닙니다.
그것은 가운 하나 벗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가운을 벗음으로써 교회는 허위와 위선의 탈을 벗을 수 있습니다.
가운을 벗음으로써 교회는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정직해 질 수 있습니다.
가운을 벗음으로써 교회는 보다 더 낮아질 수 있습니다.
가운을 벗음으로써 교회는 예수께 더 가까워 질 수 있습니다.
가운을 벗음으로써 교회는 변혁의 파워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가운을 벗음으로써 교회는 성령을 덧입을 수 있습니다.
가운를 벗음으로써 교회는 비로소 교회다워 질 수 있습니다.

목사들이여, 이제 그만 가운 벗읍시다.


- 어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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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 2007/04/26 23:05 | 교회개혁을 위한 묵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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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제기랄 at 2007/04/26 09:28
현제 열심히 교회를 신림동으로 다니는 이유도 우리 목사님 모습에선 권위가 보이지 않아서 이지요..^^
마치 단벌신사 처럼 항상 같은 모습이에요..ㅋ
혹시 신양교회 아시려나..??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7/04/26 10:03
목사님이 소탈하신 분인 모양이로군요. 좋은 목사님 만나서 좋겠습니다. 신앙교회는 잘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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