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무엇일까요? 한번 알아 맞춰 보세요. 나는 전능한 칼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메스가 되기도 하고 생명을 빼앗는 흉기가 되기도 합니다. 나는 신의 손입니다. 진실과 거짓을 뒤바꾸고, 흑을 백으로, 백을 흑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나는 마술스피커입니다. 편의에 따라 볼륨을 절로 조절하여, 어떤 소리는 파도처럼 키우기도 하고 어떤 소리는 침묵의 바다에 묻어 버리기도 합니다.
 
나는 무엇일까요? 나는 영구히 쇠하지 아니하는 권력입니다. 대한민국의 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소리요, 남산보다 더 든든한 반석입니다. 나는 스스로 비판받지 아니하면서 모든 것을 비판하는 신적인 존재, 세상의 모든 것을 한 손에 쥐고 멋대로 주무르는 수퍼울트라맨입니다. 나는 무오류한 절대선입니다. 나와 맞서는 모든 것은 자동적으로 악하고, 따라서 심판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내가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네?  아직도 감이 안오신다구요? 그러면 좀 더 라이브하고 콘크리트하며 파워풀한 예를 몇 개 들어 드리지요. 
 
나는 죽음의 신입니다. 나를 믿고 따르는 자에게 절대 깨지 않는 영원한 수면을 선사합니다. 지방의 한 순진한 여학생이 내가 설파한 수능점수 예측보도를 보고 스스로 절망에 사로 잡혀 옥상에서 몸을 날려 자살한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나의 위력이 그 정도입니다. 어떻습니까? "나를 믿으라. 그러면 살아도 죽으리니...."
 
나는 또한 꺼지지 않는 촛불입니다. 내 나이 80을 넘긴지 꽤 되지만 그러나 힘은 오히려 팔팔하고 정력은 젊은이들을 능가합니다. 사람들은 나를 가리켜 카멜레온이라고 부릅니다. 주변 지형에 맞게 오토매틱하게 색깔을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나요? 이 모든 게 다 조상님들로부터 물려받은 똑똑한 유전자 덕분이려니 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제감정기에는 친일의 기치를 높이 들고 '덴노 헤이까 반자이'를 선창하고, 해방 후엔 '박정희.전두환 만세'를 주도하고, 팩스 아메리카나 하에선 '헬로 헬로 미스터 양키'를 따라하는 것도 아무나 못하는 능력 아니겠어요?

나는 봅 호프 아니 죠지 부시 주니어를 능가하는 코미디언입니다. 나의 신묘막측한 재주를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만족한 웃음을 금치 못합니다.  일전에 대한민국의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상을 돈을 주고 로비해서 탔다 '카더라'고 동네방네 퍼트린 것은 특히 왕대박이었습니다. 그때 전세계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단번에 뒤집어지지 않았습니까? 아, 그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립니다. 내게 있는 재능을 갈고 닦아 앞으로도 이와 같은 포복절도할 웃음거리를 전세계에 계속 끊임없이 항구적으로 무기한 공급할 작정입니다. 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나는 장희빈입니다. 내 맘에 들지 않는 인간을 제거하기 위해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나는 전임 김대중 대통령을 난도질했듯이 노무현 당선자도 갖고 놀 자신이 있습니다. 노 당선자가 정식으로 대통령직에 오르려면 아직도 보름이나 남았지만, 그러나 싸움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내 사전에 허니문은 없습니다.  오로지 초전박살 뿐입니다. 세대갈등 조장, 인수위 실책 부풀리기, 재벌과 싸움 붙이기 등등 노무현을 공격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합니다. 수구기득권세력들이 'OK'할 때까지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내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은 이 밖에도 많습니다만, 읽는 이의 사정을 생각하여 마지막으로 내 비장의 무기, 나의 필살기 한 가지만 보여드리지요. 그것은 바로 머털도사를 뺨치는 나의 둔갑술입니다. 나는 마음 먹은대로 무궁무진하게 변신 내지는 둔갑을 할 수 있습니다. 발신자 전화기, 믹서기, 압력밥솥, 정수기, 21단 자전거, 김치냉장고, 수능문제지, 칼라TV, 비데, 상품권 등등 말씀만 해 보세요. 어느 것이든 눈 앞에서 확실하게 변해 보이겠습니다. "기쁨 주고 사랑받을" 수만 있다면야 이 한 몸 망가지는 것이 대수겠습니까? 
 
이젠 아시겠지요, 내가 무엇인지? 그렇습니다. 나는 신문지입니다. 기사보다 광고량이 더 많은 '신문지 그 이상한 신문지'입니다. 구독부수 1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일등신문지입니다. 대한민국의 정치.사회.경제.국방 등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대단한 신문지입니다. 대한민국의 이념과 사상을 검열하는 신문지입니다. 대한민국에 미국의 혼을 심기 위해 숙야분려하는 신문지입니다. 내가 말하면 여론이 되는 세상, 그 중심에 내가 있습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2003.2.9)
 
"언론사와 그 발행책임자들은 남을 비판하는 입장에 서 있다는 특성상 일반 기업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유지해야.... 언론은 스스로의 도덕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독자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사명을 다할 수 있다. 신뢰가 무너지면 언론은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조선 사설, 조선일보의 사명감, 2001.6.30)</font>


 
- 어른이 -
------------------------------------------------------------------------------------------ ***
#. 지난 2003년 2월에 <오마이뉴스>와 <인터넷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by 어른이 | 2007/04/21 13:14 | 문한별 칼럼(2003)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iandyou.egloos.com/tb/15713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언어는 '지금, 여기서' 화육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장의 언어로..
by 어른이 2007 Egloos top100
Calendar
카테고리
문한별 칼럼(2008)
문한별 칼럼(2007)
문한별 칼럼(2006)
문한별 칼럼(2005)
문한별 칼럼(2004)
문한별 칼럼(2003)
문한별 칼럼(2002)
문한별 칼럼(2001)
문한별 칼럼(2000)
교회개혁을 위한 묵상
성경공부(강의) 연재
한별의 시편
한자로 풀이한 성경
살아가는 야그
먹는 즐거움
issue hunting
crazy media
today's cartoon
all that sports
laugh with me
and so on....
김영호의 매운 정치훈수
하재근의 보다 나은 세상
정문순의 여성 플러스 문학
황문성의 감성사진 앨범
김종선의 부동산 비밀과외
최근 등록된 덧글
안녕하세요! 저는 세계적..
by TNS at 08/19
예전 글이군요... 공모..
by 흠... at 08/19

by 엄마 at 08/17
이글을 복사해서 단 3군..
by ddd at 08/13
이대통령에게 너무나 안..
by 안영목 at 08/09
진짜 막장이네, 어떻게..
by 에구 at 08/08
ㅁ맛잇어 보이네요 위치..
by 영숙 at 08/06
와 정말 예쁘네요. 블로..
by 아톰 at 08/03
..
by 프리 at 07/24
씨발 엘프새끼들아 니네..
by 프리 at 07/24
가 볼 만한 곳...


네오이마주
포토로그

바람 불어 좋은 날...
이글루 링크
rss

skin by zodiac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