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4] 십자가와 사랑


"해골이라 하는곳에 이르러 거기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고 두 행악자도 그렇게 하니 하나는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있더라. 이에 예수께서 가라사대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짓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하시더라. 저희가 그의 옷을 나눠 제비뽑을 새, 백성은 서서 구경하며 관원들도 비웃어 가로되 "저가 남을 구원하였으니 만일 하나님의 택하신 그리스도여든 자기도 구원할지어다" 하고 군병들도 희롱하면서 나아와 신포도주를 주며 가로되 "네가 만일 유대인의 왕이어든 네가 너를 구원하라" 하더라...."(눅 23:33~37)

3-1.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까닭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유가 없는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세상은 이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이유가 없다'는 것은 어리석음일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이유를 앞세우는 세상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요 심판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땅은 너무나 많은 인과의 끈으로 얽혀 있다.

이 끈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놀랍게도 최초의 인간에까지 가 닿는다. 인간이란, 아무리 최선의 인간이라 하더라도 별 수 없이 이유를 찾아 헤매는 존재인 것이다. 하나님의 명령에 불복한 아담은 이렇게 말한다 : "당신이 내게 주신 그 여자가 나로 범죄하게 했습니다."(창 3:12) 여자도 여자대로 할 말이 있다 : "뱀이 나를 꾀었기 때문에 그랬던 거에요."(창 3:13)

3-2. 이것이 인간의 비참이요 죄악이다. 범죄한 인간의 입술은 늘 ".... 때문에"를 찾는다. 그래서 하나님의 사랑은, 하나님의 구원은 이유가 없어야 했다. 죄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이유들의 근원적인 뿌리다. 그래서 죄를 이기는 사랑은, 구원은 이유 없이 와야만 했던 것이다.

3-3. 이유 없는 사랑은 합당치 못한 것이고 합당치 못한 것은 제지시켜야 한다는 것은 세상의 상식이다. 그래서 사랑은 불가피하게 고난을 동반한다. 그리스도가 처음부터 십자가를 예감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진실로! 사랑하려는 자는 십자가를 예감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은 사랑의 제3 원리로 우리를 이끈다. "사랑의 그림자가 십자가다. 이유 없는 사랑이 발걸음을 옮기면 그 그림자는 언제나 빠알간 색을 띠며 따라간다."

3-4. 이것은 또 역설적으로 어떤 사랑이 참인가 거짓인가를 구별해 주는 시금석이 되기도 한다. 고난에서 사랑은 참과 거짓으로 나누어진다. 고난은 사랑의 최고의 정점에 매달려 있다. 이미 고난은 사랑의 특권이다. 고난에서 사랑이 증명되기 때문이다. "사랑은 고난을 동반한다"고 할 때,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세상은 사랑을 알지 못할 뿐더러 나아가 이러한 사랑과는 적대적인 위치에 있음을 가리켜 주는 것이다.

3-5. 그래서 그리스도는 죽어야 했다. 사람들은 사랑을 십자가에 높이 매달았다. 그들은 소리내어 비웃었다. 보라! 말로써는 다할 수 없는 이 부끄러움을! 그러나 그것은 영광이었다. 말로써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그리스도는 죄 없이 죽었다. 사람들은 그에게서 죽일 만한 이유를 발견해내지 못했다 : "나는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하노라."(요 18:38) 그럼에도 그들은 사랑을 못박았다. 그것은 진정 그들의 부끄러움이었다. 그리스도는 죄 없이 죽었다. 그것은 이유 없는 사랑에 꼭 어울리는 자랑스러운 죽음이었다. 그것은 진정 사랑의 승리였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사랑이 한 걸음을 옮기면 핏빛 십자가가 그림자처럼 그 뒤를 따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그러나 더욱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십자가는 결코 부끄러움이 아니라 영광 그 자체라는 사실이다. 사랑은 오직 십자가에서 증명되고 승리한다.



- 어른이 -
by 어른이 | 2007/04/20 10:54 | 성경공부(강의) 연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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