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의천 발해뗏목탐사대장의 성공을 빌며....


언론인권센터에서 요청이 왔다. 새해에 있을 뗏목탐사와 관련, 방의천 대장에 관한 글을 써 달라고. 송년의 밤 전에 나올 회보에 실을 거란다. 내가 방 대장하고 가장 친해 보여서 부탁하는 거라고 했다. 센터 사정상 원고료는 못 준다는 말까지 친절하게 곁들이면서.... 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요 우정으로 사는 것임을 익히 아는 터라 군말 없이 승낙했다. 사실 방 대장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나 말고 누가 있겠는가.

내가 방 대장을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00년 1월의 일이다. 옥천에서 열린 안티조선 대회에서 그를 처음 보았는데 나를 몹시 반겼다. '안티조선 우리모두' 사이트에서 글로 먼저 나를 접하고 만나기를 흠모했는데 이제사 얼굴로 만나게 됐다며. 내 글에 거짓이 없고 일관성이 있어 꼭 만나고 싶었다나? 처음의 기쁨은 이 모양 그의 몫이었다. 나도 반갑긴 했으나 이름만으로 그를 흘려 들었는지라 그 기쁨은 일상의 범주를 넘지 못했다.

우리는 강당 맨 뒤에 앉아서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이들의 눈총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는 내게 반가움이 많았을 것이나 나는 그에게 궁금함이 많았다. 그래서 발해뗏목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뗏목 타면 위험하지 않느냐, 1차 원정대도 다 죽었다는데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 하느냐 운운.... 소심한 자의 질문에 그는 너무도 당당하고 시원시원하게 답했다. 죽을 각오는 이미 돼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뗏목 타다 죽으면 그게 기쁨 아닙니까?

나는 그 말에 뿅 갔다. 죽을 줄 뻔히 알면서 제 좋아하는 것을 즐기겠다는 그의 말에서 나는 아무 것에도 제약되지 않는 자유혼을 봤다. 자유, 내가 얼마나 우려먹었던 말인가.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자 했다. 가정과 사회에 속박됐으되 그러나 내면적으로나마 한없이 자유롭고 싶었다. 구속이 심했기로 더욱 그리했는지도 모른다. 자유와 해방은 말하자면 내 삶의 모토요 슬로건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한 뼘만큼 내 앞에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토록 갈구하던 자유를 이 낯선 사내는 벌써 누리고 있다니. 부러웠다.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방형, 우리 의형제 맺읍시다. 난 당신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소. 당신은 진짜 남자요. 당신을 대하고 보니 마치 십년지기를 만난 느낌이오. 만난지 1시간도 안돼 내 입에서 나온 말의 엉뚱함이 이러했다. 방 대장의 대답 또한 즉각적이고 씩씩했다. 그럽시다. 나도 문형을 만나서 너무 기쁩니다.

우리의 우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후 우리는 수많은 날밤을 새며 가슴으로 대화했다. 거듭된 대화를 통해 서로를 깨치고 더욱 깊이 알아갔다. 나는 그의 맨발철학에 경도됐다. 산악인으로서 죽을 뻔한 수많은 위기를 넘기며 터득한 그의 지혜는 먹물에서 비롯되는 얍삽한 지식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그는 내 친구며 스승이었다. 종교가 달랐으되 우린 말이 통했다. 삭막한 세상에서 우리는 서로를 통해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원고매수가 한정되어 있으니 길게는 못 쓰렸다. 내년 2월이면 그는 그토록 그리던 뗏목을 탄다. 모든 것 다 바쳐 기다린 형극의 세월이 어언 5년이다. 영양분이 없어 이빨 빠지고 하루 한끼만으로 버티며 유리 방황한 그 집념과 고통, 울부짖음과 발악이 하늘에 통한 것일까. 어느날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년엔 드디어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뻤다. 악을 쓰고 싶을 정도로. 동시에 슬펐다. 목숨 걸고 타야만 하는 탐사의 위험성을 아는 까닭이다.

그는 평소 내게 자신의 무덤에 술 한 잔 따라 줄 친구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러기 싫다. 나는 멀쩡한 방 대장과 코 삐뚫어지도록 술잔을 나누고 싶다. 하여 이 자리에서 말하노니 방 대장이여, 내 기쁨을 위하여 부디 몸 건강히 돌아오시라. 뗏목의 꿈이 실현되는 2005년이 내게도 벅찬 감격과 기쁨의 해가 되게 해 주시라. 아니 당신을 아는 모든 이들에게 동일한 즐거움이 되게 해 주시라. 당신의 기쁨은 뗏목일 것이나 내 기쁨은 바로 당신이다. (2004.12.14)



- 어른이 -
---------------------------------------------------------------------------------------------- ***
#. 지난 2004년 말, '언론인권센터' 회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by 어른이 | 2007/04/19 11:53 | 문한별 칼럼(2004)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iandyou.egloos.com/tb/15367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상냥한J씨 at 2007/04/20 18:32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찡했습니다.
두분의 우정에 박수를 치고 싶네요!!!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7/04/20 19:18
'친절한 금자씨'보다 더 예쁜' 상냥한 J씨'를 예의와 격식을 다해서기쁨으로 맞이하는 바입니다. 어서 오시오소서~~~ ^^* 님의 예쁘고 상냥한 얼굴을 자주 못 뵈서 유감이외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을 말해도 될런지.... 사진을 보면 얼굴의 반쪽만 공개한 것들이 꽤 되던데 어인 이유입니까? 굳이 절반을 가리지 않아도 다 예쁜데 말에요. ^^*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언어는 '지금, 여기서' 화육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장의 언어로..
by 어른이 2007 Egloos top100
Calendar
카테고리
문한별 칼럼(2008)
문한별 칼럼(2007)
문한별 칼럼(2006)
문한별 칼럼(2005)
문한별 칼럼(2004)
문한별 칼럼(2003)
문한별 칼럼(2002)
문한별 칼럼(2001)
문한별 칼럼(2000)
교회개혁을 위한 묵상
성경공부(강의) 연재
한별의 시편
한자로 풀이한 성경
살아가는 야그
먹는 즐거움
issue hunting
crazy media
today's cartoon
all that sports
laugh with me
and so on....
김영호의 매운 정치훈수
하재근의 보다 나은 세상
정문순의 여성 플러스 문학
황문성의 감성사진 앨범
김종선의 부동산 비밀과외
최근 등록된 덧글
스파이다...;
by 봉♡ at 10/08
십할 ㅋㅋㅋㅋㅋ 라따..
by thswogns at 09/27
미국하고 깨지면 바로전..
by 어른이 at 09/25
나는 옛날에 축구공 만드..
by 대명그린 at 09/24
기도하고 응답받은데..
by 참어이가없군 at 09/21
엘프 옛날에도 이상한 짓..
by s at 09/20
위엣놈. 엘프 잘못 아니..
by s at 09/20
-__-그게 왜 엘프잘못..
by 엘프잘못이니? at 09/16
푸하하하 재밌게 잘보고..
by _REN at 09/14
이 불쌍한 양반들아~ ..
by 제임스딘 at 09/11
가 볼 만한 곳...


네오이마주
포토로그

바람 불어 좋은 날...
이글루 링크
rss

skin by zodiac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