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vs 부시를 바라보는 '조중동'의 대조적 눈길
노무현 대통령은 봉이다. 호구다. 샌드백이다. 적어도 언론에 관한 한 그렇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레임덕이 아니더라도 그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만만한 최약체 대통령이니까.

참여정부 4년 내내 그는 언론에게 구타당하고 몰매맞았다. 그의 언과 행 모든 것이 언론의 놀림감이 됐다. 까닭에 그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언론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끝없이 싸워야 했다.

그가 오보에 적극 대응하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일일이 반박문을 싣고, 정부 각 기관을 독려해 악의적 왜곡을 일삼는 언론사에 협조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도 이러한 피해의식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가해자로 지목된 언론들은 노 대통령의 말을 터무니없는 중상모략 내지는 우스개소리 쯤으로 간주했다. 나아가 자신들이야말로 정치권력에게 끊임없이 핍박받고 있노라고 앓는 소리를 해댔다.

" '악의적 왜곡' 여부는 사법부만이 판단할 수 있는 일"(조선 사설, <기사 배급제를 실시하겠다는 정부>, 2005.9.2)인데, 정부가 나서서 '악의적이냐 아니냐'를 시비하는 것은 "결국 정권에 비판적인 특정언론을 감시하고 옥죄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게 그들의 한결같은 변이었다(조선 사설, <정부가 언론을 감시하는 나라>, 2003.4.12).

누구 말이 사실일까? 군 말 보태거나 에두를 것 없이 그림 몇 개를 훑어 보자.

노무현 대통령의 23일 신년연설 바로 뒷날, 조선일보가 뽑아든 1면 헤드라인은 <"민생파탄 책임없다">였다. 다른 신문의 제목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라이브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경향 "민생문제 책임 모두 질 순 없어"
중앙 "민생 어려움 만든 책임 없어...."
동아 "민생문제 과거정부서 물려받아"
한국 "민생문제 다 책임질 순 없다"

이어 조선일보가 4면에 배치한 그림을 보시라. 의도적인 연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서울역 대합실의 한 노숙자가 노 대통령이 연설할 때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진 하나로 노 대통령의 신년연설은 완전히 전국적인 조소감으로 전락했다. "떡 됐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 조선일보 1월24일자 4면

다른 신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 조선일보의 '신묘한' 편집술이 이 정도였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이를 보고서 영감을 받은 것일까? 이틀 후 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가졌을 때, 이 두 신문은 조선일보에게 배운 편집의 묘를 독자들에게 한껏 자랑하기에 이른다. 이런 식으로....

▲ 중앙일보 1월26일자 5면
▲ 동아일보 1월26일자 6면

조중동의 사진이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기실 한 가지다. 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는 것. 아니, 노 대통령이 이제 무슨 말을 하건 국민들에겐 관심 밖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얼굴이 뜬 TV 화면을 쳐다보지조차 않고 있는 그림 속 중년신사의 모습이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는 명백히 '악의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같은 날 한국일보 4면에 뜬 아래 사진과 조중동의 사진을 비교하면, 왜 '악의적'이라고 단정해 말하는지 금세 알 수 있을 게다.

▲ 한국일보 1월26일자 4면

이 사진에는 조중동이 그토록 보여주고자 했던 무관심이 존재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주의깊게 시청하고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분명 조중동의 그것과 현격한 대조를 이룬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조중동의 '악의적' 보도태도를 보다 극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부시 미 대통령에 대한 그들의 '호의적' 시각을 마저 검사해 보기로 하자.

아다시피 부시 미 대통령도 노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신년 연설을 했다. 부시의 신년연설에서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의회를 지배한 '마담 스피커' 낸시 펠로시 의장(민주당)과 부시의 관계다.

▲ 조선일보 1월25일자 1면
▲ 중앙일보 1월25일자 8면
▲ 동아일보 1월25일자 4면

조중동의 사진을 보면, 부시와 펠로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동아일보는 부시의 연설에 펠로시가 기립박수로 화답하는 사진을 선택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또한 부시와 펠로시가 '굳센 악수'(조선일보 사진제목)를 나누는 동일한 사진을 골랐다. 민주당이 지배하는 의회에서 공화당의 부시가 초당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신년 연설을 마쳤다는 인상을 전해 주려는 것일까.

그러나 같은 날 경향신문 12면에 실린 사진 한 장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부시의 연설에 부통령인 딕 체니는 일어나서 박수치고, 펠로시는 박수도 치지 않은 채 불편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진을 통해서 의회 지배력을 상실한 부시의 곤혹스런 표정이 생생하게 읽혀진다.

▲ 경향신문 1월25일자 12면

딕 체니와 낸시 펠로시, 그리고 부시의 삼각관계를 한 장에 담아낸 이 사진이야말로 부시 신년연설의 분위기를 가장 리얼하게 포착한 사진으로 평가할 만 하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왜 이 사진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간단하다. 그들이 추앙하는 부시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한 그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자리에 노무현 대통령이 있었다면, 아니, 부시가 노무현이고 노무현이 부시였다면, 조중동의 사진선택은 필경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이상의 대조를 통해서 노 대통령을 바라보는 조중동의 눈길이 얼마나 매몰차고 악의적인가를 새삼 절감 통감하셨을 게다. 글자로 기록한 기사에서 뿐만 아니라 사진기사에서도 그 독기가 얼마나 진하게 우러나오는지에 대해서도.

폐일언 왈, 이것이 대한민국 대통령과 언론의 현주소다. 선출되지 않은 무기한의 언론권력이 정당한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위임받은 5년 단임의 정치권력을 희롱하는 이 땅의 슬픈 자화상이다. (2007.1.30)



- 어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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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7년 1월,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입니다.
by 어른이 | 2008/03/15 22:52 | 문한별 칼럼(2007)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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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ovaStorm at 2008/03/15 22:58
조중동.. 역시 돌아버릴 정도로 권력에 물든 놈들.. 에휴..
Commented by PERIDOT at 2008/03/15 23:10
그런것들이 메이저라고 웃기지도않는것들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3/15 23:18
NovaStorm / 얘네들은 호.불호가 뚜렷하죠. 문제는 신문지면과 일기장의 차이를 구별 못 한다는 것...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3/15 23:19
PERIDOT / 국민의 각성이 있으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을텐데...
Commented by bonheur at 2008/03/16 02:09
조중동은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고, 진실을 만들어 왔죠. 왜곡과 편집질로다가. 진실에 근접한 사실보도에 신문사의 의견/논평이 더해져야 하는데, 신문사 입맛에 맞는 진실만을 보도하니 답답합니다.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3/16 02:57
bonheur / "우리가 보도하면 그것이 여론이 된다" 조선일보 예전 편집국장 변용식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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