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조·조갑제·지만원, 미스터 재팬~!"
요즘 '한조지' 삼형제가 대히트입니다. '한조지' 삼형제란 한승조-조갑제-지만원 이 세 사람을 줄여서 말하는 것으로, 대한민국이 감당키 어려운 현대판 친일 모리배 3인방을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 왼쪽부터 한승조, 조갑제, 지만원 씨

친일논쟁에 먼저 불을 지른 이는 자유시민연대 공동대표요 고려대 명예교수를 지낸 한승조입니다. 그는 일본의 월간 <정론(正論)> 2005년 4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지지배는 오히려 매우 다행스런 일이며, 원망하기보다는 오히려 축복해야하며 일본인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라는 요지의 망언을 내뱉었습니다. 조선일보의 사주 방응모가 '조광'('월간조선'의 전신)이란 잡지에서 주장한 "한일합방은 조선의 행복과 동양의 평화를 위해 체결한 조약"(1940년 10월호)이란 말을 65년만에 정확히 반복, 재현해 낸 거지요.

한씨의 망언은 전국민의 가슴에 의분을 일으켰고 그는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혀 대학에서도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됐습니다. 그러자 조갑제와 더불어 극우의 쌍라이트로 맹활약하는 자칭 '시스템의 대가' 지만원이 긴급히 '한승조 일병 구하기'에 나섰습니다. 그는 4일, 10일 연거푸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한승조 교수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은 "어른을 공경하지 않는 후레인간들"이라고 욕설을 퍼붓는 한편 친일청산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못 말리는 자폐증 환자들"이라느니, " '인간 로봇'일지 모른다"는 등의 극단적인 인신공격을 마구 마구 퍼부어 댔습니다.

지씨의 입은 오프라인에서도 거침이 없었습니다. 자칭 어른을 공경하는 '비-후레인간'의 입에서 나온 말을 잠시 감상해 보시죠. "정신대 할머니들이 아무리 억울하게 당했어도 대중 앞에 얼굴을 들고 나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할머니들은 자손들도 없느냐. 은장도로 자결했어야…" 운운. 이쯤되면 후레자식 정도가 아니라 인간말종이란 욕설을 들어 마땅하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그는 세상의 비난 따윈 아랑곳 않고 지금도 여전히 제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정말 못말리는 자폐증 환자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친일잡지 '조광'의 후신인 '월간조선' 대표이사 조갑제가 이 판에 안끼면 섭하지요. 그가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논쟁에 뛰어든 것은 지난 8일의 일이었습니다.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에는 자기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필살기를 구사하라는 가르침 그대로, 그는 위기에 빠진 한승조.지만원 양씨를 구하기 위해 빨간 페인트통을 들고 나와 "친일(親日)보다 더 나쁜 건 친북(親北)이다~!"고 떠들어댔습니다. 그러나 약발이 다한 것일까요. '친일'에서 '친북'으로 포인트를 옮겨보려던 조씨의 의도가 먹혀 들기는커녕, 외려 '보수'라 칭하는 이들의 뿌리가 바로 친일 민족배반세력들에 닿아 있다는 사실만 확인시켜주고 말았습니다.

저는 학생조폭 '일진회'를 능가하는 이들 '한조지' 삼형제의 막가파 활극을 구경하면서 문득 한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맨발의 성자'로 널리 알려진 고 최춘선 옹입니다. 최 할아버지는 백범 김구와 함께 독립운동에 몸바쳤던 사람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에 도쿄에 유학하기도 했던 엘리트 출신이요, 인천에서 소문난 땅부자였지만 예수의 부름을 받아 전재산을 거의 대부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고 그 자신은 30여년 동안 맨발로 행세하며 지하철 등지에서 일인전도활동을 벌였습니다. 그가 지하철에서 사람들에게 외치는 말이 있습니다.

"안중근, 미스터 코리아!... 유관순, 미스 코리아!... Why Two Korea?"

이 말의 의미를 알아채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안중근 유관순 같은 이야말로 진정한 한국인이며, 그러한 한국인들이 이 땅에 넘쳐난다면 왜 이 땅이 남북으로 두 동강이 나겠느냐는 겁니다. 그는 자신이 맨발로 다니는 까닭 또한 "통일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때까지 죄인의 심정으로 맨발의 형벌을 치르겠다는 뜻이지요. 저는 그분의 삶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서 신앙적으로 큰 도전을 받은 동시에 애국지사가 스스로 고난을 감수하고 친일파는 떵떵거리는 이 땅의 불의한 현실에 형용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平安壯士目雙張....평안장사(황해장사의 착각인 듯)가 두 눈 부릅 뜨고서
快殺邦讐似殺羊....양을 잡듯이 나라의 원수를 통쾌히 척살했다
未死得聞消息好....죽지 못한 이 몸이 이 소식을 들으니 너무 좋아
狂歌亂舞菊花傍....국화 곁에서 미친듯 춤추고 노래하노매라


고종 대의 학자 김택영이 지은 '안중근이 나라의 원수를 갚은 일을 듣고'(聞安重根報國讐事)라는 시의 전문입니다. 창강(김택영의 호)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된 직후 나라를 등지고 중국으로 망명했습니다. 망명살이를 하는 그의 비통한 심정은 3연에 나오는 '미사(未死)' 두 글자 그대로 였습니다. 그야말로 죽지 못해 사는 목숨이었던 거지요. 그러다가 1909년 안중근이 하얼빈 역에서 침략의 원흉 이토오 히로부미를 총으로 쏴 죽였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순간 너무 좋아 체면불구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는 게 이 시의 내용입니다.

창강의 시를 읽고 저도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은 다름아닌 우리가 한 민족이기 때문입니다. 민족이 무엇입니까? 발가락 하나가 아프면 온 몸이 아파하는 것처럼, 고난과 기쁨을 같이 하는 운명공동체입니다. 나라가 망한 것을 더불어 슬퍼하고, 안중근이 이토오 히로부미를 척살한 것을 더불어 기뻐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상기한 '한조지' 삼형제의 생각은 우리들과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한승조는 일본의 지배를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만원은 백범 김구를 빈 라덴과 다를 바 없는 테러리스트라고 욕합니다. 조갑제는 민족보다 국가가 우선이라고 떠벌입니다.

국가가 무엇입니까? 외부의 담벼락입니다. 반면 민족은 내부를 결속하는 핏줄입니다. 본디 '보수'란 민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보수는 특이하게도 민족을 적대시하고 침략세력인 이민족 일본을 찬양, 고무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습니다. 저는 일본 극우들의 망동을 보면 가슴으로 화가 치솟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됩니다. 제 나라 이익을 위해서 다 저러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이 땅의 극우들은 정말이지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제 민족을 저주하고 일본의 따까리를 자처하는 저들을 멀쩡한 정신으로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하여 최 할아버지의 말투를 빌어 저들 '한조지' 삼형제에게 이렇게 말할 밖에.

"한승조, 미스터 재팬!... 조갑제, 미스터 니뽄!... 지만원, 진짜 일본인!..." (2005.3.17)



- 어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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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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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 2008/03/09 00:37 | 문한별 칼럼(2005)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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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류다 at 2008/03/09 16:09
한조지 삼형제는 조지 부시와 동급인 인간들이로군요.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3/09 18:58
류다 / 동급이라뇨. 그렇게 말하면 부시가 섭하죠. 한조지는 훨씬 더 저질입니다. 부시는 적어도 제 나라를 욕보이지는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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