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나는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단다"
- '부재(不在)하는 나라'에서 사는 사람이 외국의 어린이에게 띄우는 글

얘들아, 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해 말해 줄까?

여기는 자식을 군에 안 보낸 사람들이 큰소리치는 나라야. 재물과 권력, 명예깨나 가졌다는 사람들 중에 제 자식을 정상적으로 군대 보낸 이들은 거의 없어. '썩은 고추'만 먹는 그런 데는 '빽' 없고 가난한 서민의 '자제분들'만 가는 곳으로 인식돼 있거든. 그쪽 동네에서는 이러저러한 희안한 이유를 내세워 병역을 면제받은 비율이 높으면 높을 수록 성골(聖骨), 진골(眞骨)로 더 우대받는대. 정말 '골'(骨) 때리지 않니?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런 사람들일수록 오매불망 '국가안보'를 역설하며 입만 열면 '전쟁'을 호언한다는 거야. 전쟁이 일어나도 제 자식들은 죽을 염려가 없어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야. 그들은 어떻게든 이 땅에 평화를 유도해서 전쟁 없는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사람들을 향해 '사상이 의심스러운 친북적 인사'라느니 '조선노동당 2중대'라느니 심지어 '빨갱이' 운운하면서 온갖 조롱과 욕설을 맘대로 퍼붓고 있지.

그런데도 자식을 군에 보낸 사람들, 좋게 말해서 '무골(無骨)호인' 나쁘게 말해서 '골빈당'들은 그런 말을 듣고도 대꾸 한마디 못한 채 그저 눈만 내리깔고 있다는군. 하긴 무능한(!) 이류인간들이 무슨 말을 할 수나 있을까마는, 군말없이 자식 군에 보내고, 세금 바치라면 고분고분 갖다 바치고, 이 모양 위에서 시키는 대로 다하고도 '우리는 입도 없소. 배알도 없소'하고 돌아앉아 씨익 웃는 풍경이 웬지 서늘해보이지 않니?

암튼 내가 사는 나라는 그래. 이곳에서는 하늘마저 군에 자식을 못보낸(?) 사람들 차지란다. 자식을 군에 보낸 못난 에미 애비들은 지은 죄가 많아서 감히 하늘을 우러르지도 못하지만, 자식들 병역면제에 성공한 '반듯한' 부모들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다"고 큰소리치기도 하고 "하늘이 두쪽 나도 집권해야 한다"며 사자후를 발하기도 해. 그래도 이 사람들은 끄떡없어. '보이지 않는 손'들이 '학실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거든.

이들을 밀어주는 '보이지 않는 손'들 중에는 '자전거일보'란 애칭으로 걸신들린 사람들에게 폭넓게 사랑받고 있는 신문들도 있대. 이들은 '반듯한' 정당 사람들이 모종의 의혹을 제기하기만 하면 그 사실 여부는 전혀 따지지 않고 무조건 나팔 불어댄다는구만. 뭐? 그러다가 나중에 그것이 흠집내기용 무분별한 정치공세임이 들통나면 어떡하냐구? 하하하. 웬 걱정? '아니면 말고'하고 입씻으면 그만이야. 여기선 다들 그래.

그러나 이들 '카더라' 신문지들이 아무 의혹이나 무조건 유포시키는 건 아냐. 앞서도 말했지만, '반듯한' 정당 사람들이 퍼트리는 것에 한해서만 그런 특권이 주어지고 반대로 반듯하지 못한 정당쪽 사람들이 제기하면 그때는 얄짤 없다고. 오히려 "폭로를 했으면 그에 대한 근거를 대는 게 먼저"라고 입바른 소리를 해대질 않나, 심지어 "헛소문이면 너희들은 다 죽었다고 각오하는 게 좋을꺼야"하고 눈을 부라리기까지 한다니까.

최근 이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노벨상 수상 로비설'만 해도 그래. 노벨상이 어디 돈 몇 푼 쥐어주고 몇몇 사람 동원해서 로비하면 탈 수 있는 그런 하찮은 상이야? 그런데도 '반듯한' 정당 사람들과 '자전거일보'는 독창 중창 합창하면서 실체도 없는 '로비설'을 마구마구 퍼트렸어. "진실을 밝혀라"고 오도방정을 떨면서. 그러다가 여론이 안좋아지니까 '대쪽'씨가 한마디 하대? "이제 그만 하는 게 좋겠다!" 갑자기 조용해지더만.

사실 '자전거일보'들과 '반듯한' 사람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을 설명하자면 몇 날 밤을 새도 모자랄 거야. 나는 매일 아침 인터넷을 통해 신문지를 뒤적일 때마다 '오늘은 어떤 판이 새로 벌어졌나?'하고 가슴을 졸이며 구경하는 재미로 살아. 겉으로는 '정치 중립'이다 '공정보도'다 뭐다 하면서 온갖 폼을 다 잡는 '신문지, 그 이상한 신문지'들이 코 앞으로 다가온 2002 대선에서 어떤 역량을 발휘할지 그것도 정말 기대가 된다구.

어때, 너희들도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니? (2002.10.14)



- 어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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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2년 10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넷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by 어른이 | 2008/03/08 23:11 | 문한별 칼럼(2002)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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