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평촌지국' 판촉사원이 찾아 왔습니다.
[문한별의 언론따지기] 방상훈 사장에게 드리는 글

방상훈 사장에게

대한민국이 문명화된 국가가 되기를 소망하는 한 국민으로서, 그리고 공정한 거래행위가 말 그대로 이 땅에서 실현되기를 바라는 한 시민으로서, 또한 조선일보를 구독해서 보지는 않지만 인터넷으로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한 비판독자로서 귀하에게 한 말씀 드립니다.

귀하는 일전에 신학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구독자 확장을 위해 지국에서 경품을 나눠주는 행위에 대해 앞으로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경품 제공은 신문사가 스스로를 죽이고 제 살을 깎아먹는 일이기 때문에 무조건 금지할 것”이며 “만약 경품을 제공하는 지국이 있다면 해당 지국장에 대해 지국 계약을 파기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2004.11.23).

나는 그 말을 듣고 몹시 반가웠습니다. 귀하의 말대로, 불법과 혼탁에 앞장섰던 조선일보가 지금이라도 뉘우치고 돌아서기만 한다면 예전의 불법쯤이야 눈감아 주지 못할 일도 없다고 그리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나의 기쁨은 얼마 되지 않아 곧 실망과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혹시나’로 시작해서 ‘역시나’로 빠지는 대한민국의 유구한 전통의 늪에 빠지고 만 거지요.

▲ <미디어오늘> 471호 1면 관련기사

어제(6일) 오후 나는 집에서 조선일보 판촉사원의 방문을 받았습니다. 그는 내게 조선일보를 구독해 주면 이마트 상품권과 자전거를 주겠노라고 했습니다. 아직도 자전거를 주느냐는 물음에 그는 이번 달까지 준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에게 이래도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건 공정거래법 위반 아니냐고. 그러자 뭐가 문제냐는 듯이 생글거리며 말하더군요.

나는 재차 물었습니다. 공정거래법을 읽어 보았느냐고. 지지 않고 답하더이다. 읽어 보았다고. 무가지를 주게 되었느냐고 물으니 20%까지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상품권이나 자전거를 돌리게 되어 있느냐 하니까 그때서야 말을 바꾸며 왜 자꾸 따져 묻냐고 반문하더군요. 귀하의 다짐을 떠올리며 나는 그에게 “방 사장이 얼마 전에 경품을 나눠주는 것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건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모른다고 했습니다.

나는 신문은 질로 승부를 걸어야지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충고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먼저 법을 지키는 훈련부터 해야겠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는 마치 이런 놈을 처음 본다는 듯이 기가 막힌 표정을 지으며 투덜대며 돌아갔습니다. 참, 그는 조선일보 평촌지국(경기도 안양시)에서 나온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명함을 받지 못해서 확인은 못 했지만 그가 그런 것까지 거짓말하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조선일보 판촉사원들은 명함을 달라면 절대 안주더군요).

내가 겪은 일이 이와 같습니다. 그럴진대 방 사장, 귀하의 다짐이 티끌만큼의 허위도 없는 진실한 것이라면, 그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짓을 한 평촌지국장에게 “지국 계약을 파기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 ”를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조선일보가 사실 확인을 위해서 나를 부른다면 얼마든지 응하겠습니다. 나는 직업이 소설가가 아니라서 없는 말을 지어내지 못 합니다. 게다가 나는 목사입니다. 내 입의 말이 거짓이라면 저는 하나님 앞에 큰 죄를 짓는 게 되겠지요.

방 사장.

내가 귀하의 말을 받아 이런 식으로 추궁하는 것에 대해 기분 나빠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귀하는 이전에 여러 차례 실언하여 듣는 이들에게 크낙한 실망을 안겨 준 적이 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지난 2003년 1월17일에 조선노보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귀하는 “온갖 유용한 정보가 가득찬 지식상품에 ‘자전거신문’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은 수치다”고 단언하며 “앞으로 법과 협약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경품을 사용해야 하고 6개월 이상 1년까지 무가지를 살포하는 정책도 우리가 앞장서 단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로부터 한달 뒤엔 “ ‘자전거경품’을 없애겠다”는 ‘사고’(社告)까지 내 “조선일보사는 신문 판매 촉진을 위한 일부 판매지국의 고가(高價) 경품 제공을 오늘부터 전면 중단한다”고 큰소리쳤습니다. “설령 경쟁 신문사들이 자전거 등 고가의 경품을 계속 제공하고, 그로 인해 조선일보사가 큰 손실을 입더라도 이 같은 결정을 우리는 확고하게 지켜 나갈 것”이라며 이러한 “고가 경품 중단 조치는 독자 여러분들께 신문의 질(質)로 승부하겠다는 조선일보사 임직원들의 다짐”이라고 언명하기도 했습니다(2003.3.12).

그 약속들이 지켜졌습니까? 아니지요. 지켜지지 못했기 때문에 “재차 지국에서 경품을 나눠주는 행위에 대해 앞으로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신 것 아닙니까? 선조들은 ‘삼세판’이라 해서 두 번까지는 봐줘도 세 번째는 강력하게 응징하는 것을 ‘관습’으로 삼아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 나는 감히 이러한 ‘관습헌법’을 깨고 세 번까지 봐주는 파격(?)을 감행하려 합니다.

부디 이제라도 귀하의 약속을 지키십시오. “그러면 그렇지, 조선일보가 거짓말 말고 뭐 잘하는 게 있어?”라는 세간의 냉소와 조소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대조선일보를 이끌어가는 귀하의 공신력에 흠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귀하의 입에서 나온 약속은 반드시 꼬옥 지키십시오. 나는 어제 조선일보 판촉사원에게 “오늘 일에 대해 글을 쓰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것 아닙니까?

나는 세계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자전거 받고 신문 보는 미개한 나라’라고 비웃을까봐 겁이 납니다. 건강한 시장경쟁이 이뤄져야 할 이곳에서 저급한 공짜심리가 판을 치고 불공정이 공정의 자리를 대신할까봐 등에서 식은 땀이 납니다. 무엇보다도 고급 지적상품이라는 신문지가 자전거나 상품권 따위에 얹혀 팔리는 비참한 현실을 보고 기자들이 스스로 좌절하고 열등감에 빠질까봐 가슴이 아픕니다.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이 땅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힘써 주십시오. 귀하의 결단을 지켜 보겠습니다. (2004.12.7)



- 어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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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4년 12월,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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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 2008/03/03 00:31 | 문한별 칼럼(2004) | 트랙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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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metavital's .. at 2008/07/16 17:45

제목 : meta의 생각
'상품권 일보'가 타사의 합법적 업무 제휴를 가지고 돈으로 트래픽을 샀다고 운운하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너희는 셀 수 없이 많은 해 동안 돈으로 독자를 매수하지 않았던가?...more

Commented by 無名공대생 at 2008/03/03 08:45
조선일보를 안 본다는 말씀에서 바로 접어버린 것 아닌지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ticktackto at 2008/03/03 09:16
"대조선일보" 는 반어법이겠죠 설마 (웃음)
Commented by 신문판촉싫다 at 2008/03/03 19:03
근데, 한겨레 판촉 사원이 안 오는 이유는 한나라가 불법 판촉을 안 해서가 아니라 그 동네에 판촉을 할 여력도 없기 때문 ㅋㅋ 자전거 판촉으로 처음 걸린 게 한겨레라는 건 아시는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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