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뚜껑을 열었더니 냄새가 진동한다. 악취도 이런 악취가 없다. 전국 방방곳곳에서 쓰레기를 긁어 모은 탓이다. 어디서 이런 쓰레기들을 다 모았는지 발굴한 사람의 재주가 차라리 감탄스러울 지경이다. 15명 평균재산만 39억, 그중 12명이 집 2채 이상 보유...'강부자' 내각 모습 드러내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의 면면이 공개됐다. 장관 후보자 15명의 평균 재산만 무려39억원. 이 가운데 오피스텔을 포함해 집을 2채 이상 소유한 사람 수가 12명에 이른다. 평균 주택 보유수는 3.5채. 이 가운데 모 여성장관 후보는 전국적으로 보유한 부동산만 25곳, 아들 것까지 더하면 40곳에 달한다. '강부자'(강남 부동산 자산 40억) 정부라는 비아냥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여기에 수석비서관들의 의혹까지 따지고 들어가면, 화생방마스크를 집어 써야 할 판이다. 오죽하면 한나라당조차 내각 인선 때문에 총선에서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며 우는 소리를 했을까. 23일, 중앙일간지들이 일제히 이 문제를 사설로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나 '강부자'에 대한 어프로우치는 2MB 에 대한 정치적 거리에 따라 현저히 달랐다. <중앙>은 "공직 검증과 부동산"이라는 무미건조한 제목을 달았다. 분노를 가라 앉히고 차분하게 대응하자는 뜻일 터다. <조선>은 "장관 청문회, 재산 형성 불·탈법 샅샅이 가려내라"고 짐짓 엄한 소리를 냈다. <동아>는 '2MB의 공인된 애완견'답게 "‘장관 재산’ 철저히 검증하되 정치공세는 말아야" 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 "집 많고 돈 많은 새 정부 내각"에 주목했다. " 과다한 부동산 보유는 장관이 되려는 사람들에게는 결격 사유가 될 만하다"는 것이다. 앞서 조중동이 인선의 문제점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돈 많은 게 무슨 죄냐"고 싸고 도는 것과는 차별된 태도다. <경향>은 "부동산 프렌들리’가 이명박 내각 인선 조건인가"고 냉소했다. <한겨레>는 "뭐가 문제냐는 태도가 바로 문제다"며, 2MB쪽과 한나라당의 대응태도를 정면으로 치받았다. 이하에서 조중동 사설을 중심으로 그들이 무어라 말했는지 살펴 보기로 하자. <중앙>,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내정자는 사퇴하는 것이 옮다" 먼저 <중앙> 사설. <중앙>은 "고위 공직자의 자격 검증은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기준을 따라야 한다"며, "그 중심에는 법이 있고, 당연히 법이 제일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바리케이트를 쳤다. '강부자'로 통칭되는 2MB2정부에 대해 혹 있을지도 모를 부정적인 여론 혹은 국민정서법에 끌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중앙>은 사설의 대부분을 할애해서 "부자라는 사실만으로 허물을 삼거나 부동산을 많이 보유했다고 해서 투기행위자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주식을 사면 투자지만 부동산을 구입하면 투기행위고 따라서 부도덕하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물론 법규상 금지된 위장전입을 하거나 가짜 계약서로 양도세 등을 면탈하는 등의 불법·탈법 행위를 했을 경우는 다르다. 과거 일반적 풍속의 범위 안에 있었던 일이라면 용인할 수 있는 아량도 필요하다.." <중앙>은 이처럼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장관후보자들을 감싸면서도, 그러나 논문표절 혐의를 받고 있는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에 대해선 사퇴를 종용하는 듯한 단호한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현재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내정자가 이 같은 의혹을 받고 있다. 만일 그의 논문이 학문 세계의 기준으로 봤을 때 명백한 표절로 인정된다면 사퇴하는 것이 옳다. 노무현 정부 때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표절 문제로 물러난 예가 있다..." <조선>, "박미석 내정자와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는 스스로 진퇴를 결정해야..." <중앙>과 마찬가지로 <조선>도 사설을 통해 박미석 수석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논문 표절 논란을 보면 자체 검증의 정확도와 엄격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믿기 어려운 것도 사실"인 만큼,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스스로 진퇴를 결정하는 것이 새 정부 출발을 돕는 길"이라는 게 <조선>의 주문. <조선>은 박 수석 내정자 외에, 전국에 40건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자도 '강부자'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지목했다. 이 후보자가 "재산 대부분은 부모와 사망한 남편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이라고 했지만 "이 갖가지 형태의 부동산 취득 과정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중앙>의 박미석 카드에 더해 버릴 수 있는 카드를 여유있게 하나 더 장만한 셈이라고나 할까. 부자를 적대시하는 사회심리를 경계하며, 법적으로 문제 없으면 재산의 다과를 트집잡아선 안된다고 훈계하는 사설 후반부는 스킵한다. <조선>이 겉으론 "장관 청문회, 재산 형성 불·탈법 샅샅이 가려내라"고 큰소리쳤지만, 그러나 그 본심이 어디 있는지는 초등학생도 훤히 아는 사실이니까. '2MB의 수족'을 자처하는 <동아>는 <조선>.<중앙>보다도 한 발 더 나아갔다. <동아>는 "‘장관 재산’ 철저히 검증하되 정치공세는 말아야"라는 사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철저한 검증' 대신 '정치공세 말아야' 쪽에 무게를 실었다. 여기서 <조선>.<중앙>과 확실히 차별되는 <동아>의 좀스런 꼼수를 두어가지 구경해 보자. <동아>, "'부자 되세요'가 덕담인 세상에서 재산많은 건 차라리 부러움의 대상일 뿐..." 우선,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강부자' 내각의 문제를 거론할 때조차 비판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 말을 달리하는 <동아>만의 다이어트스킬. - <중앙> : "12명이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을 두 채 이상씩 가진 탓이다." - <조선> : "15명 중 12명이 오피스텔을 포함해 집을 2채 이상 소유하고 있었다." - <동아> : "주택을 3채 이상 가진 사람도 6명이다..." 어떤가. 80%(12/15)의 문제를 40%(6/15)로 절반 이상 감량시켜 주는 <동아>의 기술력이 놀랍지 않은가. <조선>.<중앙>을 낯뜨겁게 만드는 <동아>의 '묻지마 충성심'은 이것만이 아니다. 평균 39억 원에 달하는 새 정부 각료들의 재산규모를 소개하면서 아둔한 독자들이 미처 모를 새라 "이 중 30억 원 이상이 8명이고, 8억∼11억 원이 5명이다. 가장 많은 사람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140억 원이다. 유 후보자로 인해 전체 평균이 9억3300만 원 올랐다"고 친절하게 풀이해 주는 센스까지... '강부자' 장관 후보자들을 임명한 2MB를 옹호하기 위한 <동아>의 눈물겨운 몸부림을소개하자면 이모양 끝이 없다. <동아>의 열변을 마저 들어 보시라. "재산이 많다고 장관 부적격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재산이 장관으로서의 능력과 상관없는 것처럼 재산이 도덕성과 직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른바 ‘진보’를 자처하는 인사들 중에도 거액의 재산가가 적지 않다. 재산이 많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유산이나 상속을 받은 경우도 있고, 정당하게 취득한 부동산의 가격이 크게 올랐을 수도 있다. 노력해서 번 돈을 주식 투자처럼 합법적 방법으로 불린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정상적 능력, 정당한 방법, 남다른 근검절약으로 부자가 됐다면 부러워는 할지라도 지탄할 일은 아니다. ‘부자 되세요’가 덕담인 세상이다..." "‘부자 되세요’가 덕담인 세상"에서 왜 장관 후보자들 재산 많은 것을 탓하느냐고, "오히려 돈 많은 그들을 부러워 할 지언정 지탄할 일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대목에 이르러선 기가 막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는 보는 이들의 정신을 혼미케 하는 마무리 펀치 한 방. "어떤 경우에도 정치공세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통합민주당은 벌써부터 장관 후보자들의 재산 문제를 정치 쟁점화할 태세다. 4월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자’ 대 ‘없는 자’의 구도로 몰아갈 것이란 관측마저 있다. 이런 식으로 국민 편 가르기를 재현한다면 양식 있는 국민으로부터 싸늘하게 외면 당할 것이다." <조선>.<중앙>에게 '사퇴 0순위'로 찍힌 박미석 수석 내정자 심정은 어떨까? 이상으로 살펴본 것처럼, 조중동 사설은 한 편으론 매를 드는 척 하면서 그러나 다른 편으론 부자 장관들을 옹호.엄호하는 이중적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면서도 세 신문은 2MB와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온도차를 달리 하는 재주를 부렸다. <동아>는 국민이 요구하는 '철저한 검증'을 "정치공세 말아야" 라는 주멜로디를 드러내기 위한 배경음으로만 활용했다. 반면, <중앙>과 <조선>은 모종의 해법을 제시하는데 주력했다. <중앙>은 부자 내각에 대해선 변명으로 시종하면서도 논문표절 의혹을 문제삼아 박미석 수석 사퇴카드를 뽑아 들었다. <조선>은 여기에 '강부자' 장관 후보들 대표로 이춘호 카드를 보탰다. 이 모두가 2MB와 한나라당에 보내는 정치적 메시지임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2MB이 누구의 손을 들어 줄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여론에 떠밀려 낙마할 사람을 뽑는다면, <조선>.<중앙>이 이구동성으로 내친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이 0순위에 해당될 거라는 것 쯤은 앞질러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어차피 대한민국은 2MB와 조중동이 다스리고 통치하는 나라 아닌가. (2008.2.24) - 어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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