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맛 개운치 않은” 특검결과를 무조건 믿으라는 조중동문


이명박특검이 종결됐다. 예상대로 무혐의. 사실 특검이 시작할 때부터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새 대통령이 될 사람을 기소한다는 건 이 땅에서 불가능을 넘어 아예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걸 다 아는 까닭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파헤친다는 모양새는 갖춰주길 바랬다. 그러나 정호영특검이 이끄는 이명박특검팀은 그런 기대마저 무참하게 저버렸다. 막바지에 터진 3만5천원짜리 삼청각 꼬리곰탕 식사는 권력자에 우호적인 특검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대부분의 중앙일간지들은 22일 특검팀의 수사결과를 사설로 다뤘다. <조선>.<중앙>.<동아>.<문화> 등 친이명박 신문들은 "이 당선자의 무혐의가 확정"된 사실에 안도감을 나타내면서 특검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통합민주당측에 비판의 칼끝을 겨눴다. <한국>.<서울> 등 비교적 중도적 입장을 견지한 신문들은 특검수사의 아쉬운 점을 지적하면서도 "모든 의혹을 털고 새출발하자"고 바람 잡았다. <경향>은 특검수사에 의문점을 제기하면서도 이걸 더 이상 정치쟁점화하는 건 부질없는 짓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한겨레>는 "이번 발표로 의혹이 풀렸다고 보는 이는 그리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먼저 <조선>은 "특검의 정치적 악용 되풀이는 막아야 한다"는 사설에서, "특검팀이 사상 최대로 편성돼 자금 추적이 이미 대부분 이뤄져 있었던 수사 자료를 재검토해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수사 결과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는 힘들다"고 정호영특검팀의 손을 들어주는 한편, 특검팀의 수사결과를 비판한 민주당에 대해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비난하는 것이 정치권의 속성이기는 하지만 민주당은 책임 의식을 먼저 느껴야 한다"고 힐난했다. <조선>은 "국회 다수당이 숫자를 이용해 특검 제도를 선거에 이용"했다며 민주당을 거듭 책망했다.

<중앙>은 "의심을 털고 새 출발에 협력해야"라는 사설 제목 그대로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8개월에 걸친 이중의 검증이 끝났다. 혹시 아직도 불신하는 측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특검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그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별도의 증거나 자료가 제시되는 등의 사정 변경이 없었는데 집권 여당이 다수의 힘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정략적이었다"며 "특검을 당리당략으로 이용한 정치권은 어떤 형식으로든 반성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민주당측을 비판했다. 

'이명박의 SS'로 급부상한 <동아>는 "정호영 특별검사가 사흘 뒤면 대통령에 취임하는 이명박 당선인의 BBK 의혹 멍에를 벗겨 주었다"로 시작하는 사설에서 "특검 수사결과가 나온 지금은 이 모든 논란을 접는 게 순리"라면서도 "대선 과정에서 BBK 의혹 부풀리기에 앞장섰던 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현 통합민주당, 뒤늦게 이 후보의 ‘BBK 낙마’ 가능성을 구실로 대선 가도에 뛰어들었던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사죄해야 한다"고 정적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을 내보였다.("BBK의혹 부풀린 정치세력 사죄해야")

이른바 '문조동'이란 신조어까지 스스로 작명해가며 기존의 조중동 라인에 끼기 위해 애쓰던 <문화> 또한 사설을 통해 反이명박 진영을 까는데 힘을 보탰다. <문화>는 "이명박 특검법이 헌법재판소의 위헌여부 심판까지 받은 것도 특검법 8년사 그 초유의 이례임을 특기한다"면서, ‘참고인 동행명령제’에 대한 위헌 실효에 이어, 합헌으로 판명된 '무죄추정의 법리 및 과잉금지 원칙 위배' 등 소수의견의 맥락 역시 경청해 앞으로 제기될지도 모를 ‘제8 특검법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검찰 이어 특검이 재확인한 ‘이명박 무혐의’ ")

<한국>은 중도입장을 천명한 신문답게 이쪽저쪽을 배려하는 두루뭉실한 사설을 내놨다. <한국>은 "특검 결론에 당선인부터 겸허해야"라는 사설에서, 특검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찾는 사법적 노력과 절차가 마무리"됐고 "범죄 관련 혐의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그러나 "자신의 명망과 신뢰가 실린 강연과 명함 등을 통해 김경준과 BBK를 과장되게 알린 책임이 크다"며 "무엇보다 이 당선인은 진정 겸허한 자세로 자신의 불찰을 국민에게 사과하고 관용을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권교체 와중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서울>은 "BBK 논란 이제 끝내자"라는 사설을 통해 "검찰 수사에서도 문제가 없었고, 특검 역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면 이제 소모적인 논란은 접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부 참고인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이 당선인에 대한 조사는 고급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하는 등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 당선인의 불법성을 밝힐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차제에 정치적 특검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은 "이 당선인은 취임을 앞두고 법적으로는 확실한 면죄부를 받게 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설 제목에 의문부호를 달아 여운을 남겼다("이 당선인, 법적인 면죄부는 받았지만"). <경향>은 이명박 당선자의  BBK명함과 강연동영상 그리고 도곡동땅 매각 등에 대해 "쉬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뚜렷한 근거없이 마냥 ‘의혹’만 입에 올리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한발 물러섰다. 사설은 또 "특검수사 종결에도 불구하고 지워지지 않는 것은 이 당선인의 도덕성 논란"이라며 "정직하지 못한 태도가 오늘의 소모적 특검을 가져온 한 원인임을 당선인은 인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예단과 부실투성이로 면죄부만 준 특검". 사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한겨레>는 이명박특검에 대한 비판으로 사설을 채웠다. <한겨레>는 "예단에 따라 사실을 끼워맞춘 것 아니냐...주요 쟁점에선 대부분 당선인 주장이 받아들여졌다...진실 규명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특검수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특검을 아니함만 못하게 됐다"고 특검팀을 성토했다. 사설은 이어 "의심이 다 해소되지 않았으니 언제든 다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게 됐다"며 "검찰에 이어 특검까지 ‘살아있는 권력’을 의식해 정치적 판단을 한 것아니냐는 말을 듣게 된 것도 걱정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상으로 간단히 살펴본 바대로, <한겨레>와 <경향>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문들은 특검결과를 환영하면서 이로써 BBK의혹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반색했다. 그런데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도 좋을까? 과연 이들 신문들 말대로 이번 수사결과로 이명박 당선자를 둘러싼 모든 의혹이 말끔히 해소된 걸까? 이틀 전 삼청각 꼬리곰탕 식사 건이 불거졌을 때, <조선>과 <중앙>은 각각 사설을 통해 이렇게 개탄했다.

"당선자와 특검팀은 음식점에서 2시간이 조금 넘게 머물렀다고 한다. 식사하는 데 30분은 걸렸을 것이다. 실제 조사는 기껏해야 1시간30분이었다고 봐야 한다... 특검팀 조사가 조사했다는 증거만 남기기 위한 요식 절차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특검보들이 '만찬 조사'를 끝내고 특검 사무실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를 쳤다고 한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수사를 엄정히 하라고 임명한 사람들의 행동이 이러했으니 조사 결과를 기다려 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조선>, "삼청각에서 곰탕 먹으며 한 특검의 '이명박 조사'", 2008.2.20)

"부적절한 수사 방법과 그 형식 때문에 수사 결과를 국민들이 온전히 받아들일지 우려된다... 특검팀원들이 불과 2시간여 동안 당선인을 조사한 뒤 꼬리곰탕 식사를 함께 한 것도 국민들이 그들에게 부여해준 독립성과 당당함을 유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이 조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서자 몇몇 동료가 크게 반기며 격려했다는 부분에선 어이가 없어진다. 법적 절차와 판단에 따라 조사했으면 그만인데 말이다. 좌고우면할 요소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인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중앙>, "이명박 특검의 `식당 조사`", 2008.2.20)


<조선>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수사를 엄정히 하라고 임명한 사람들의 행동이 이러했으니... 기다려 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고 냉소한 특검팀의 조사 결과를 독자들은 '의미 있게' 받아 들여야만 하나? <중앙>조차 제 입으로 "좌고우면할 요소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인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적시한 특검 결과를 우리는 '깔끔하게' 받아 들여야만 하나? 불과 이틀 새, 말이 현저히 달라진 22일자 <조선>.<중앙> 사설엔 왜 우리가 그래야만 하는지 그 이유가 밝히 나타나 있지 않다. 

폐일언 왈, 특검은 끝났어도 의혹은 여전하다. 어떤 의미에선 의혹만 더한 꼴이 됐다. 친이명박 신문들은 이를 수세에서 벗어나 공세적 태도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고 싶어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특검책임론을 들고나와 통합민주당을 공격하는 조중동문의 사설이 딱히 그렇다. 관건은 역시 국민 여론이다. 혹 조중동문이 사설로 특검결과를 선전하고 의혹이 해소됐다며 동네방네 나팔을 불어대는 자체가 외려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시키기 역부족이란 걸 자인하고 있다는 방증은 아닐까. (2008.2.23)



- 어른이 -
by 어른이 | 2008/02/23 13:18 | 문한별 칼럼(2008)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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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eneesi at 2008/02/23 08:12
특검도 그렇고 이번 내정자 들도 그렇고.. 보고 있으면 두근두근해지는거 같아요. 나라 돌아가는 사정이 저질쇼프로 보다 훨씬 너저분하고 하이-로우 를 왔다리 갔다리 하니

그래도 하이는 한동안 오렌지 아니죠 어륀쥐 맞습니다~ 가 이끌듯- 그거 의외로 늦게 동영상 만들었더라구요. 더 빨리 나올줄 알았는데-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23 08:20
peneesi / 인수위 뻘짓에다 이명박 이빨쇼, 거기에 부동산내각까지... 정말 환상입니다.
Commented by 됴취네뷔 at 2008/02/23 08:26
노무현아재는 들어오고나서 파타지를 보여주고 이명박 아재는 들어오기전에 판타지를 보여주었으니 취임식이라는 마법의식을 걸면 정상인으로 돌아오는 거 아닐까 싶은데...

싶은데..

시뱅..
Commented by 휴이 at 2008/02/23 08:58
중앙일보 사설 보니 기가 막히더군요. 특검을 못믿는 것을 마치 불신증에 걸린 환자 취급하더라고요. 결과는 예상했었지만, 좀 적당히 애널써킹할 것이지 ㅡㅡ 이건 뭐.
Commented by 휘륜 at 2008/02/23 11:29
……반쯤은 특검을 믿고 있었건만. BBK 사건이 속시원히 해결되고 사과할 거 사과하고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이런식으로 대충 떼우고 넘어가다니 기가 막히네요. 어차피 이 문제는 취임 기간 중에 한 번은 더 터져나오겠죠.
Commented by 타바요이치 at 2008/02/23 12:13
이명박이 전특검사들만으로 이뤄진 법무팀이 따로있다고 들었는데 그들의 성과일지도...
Commented by 炎帝 at 2008/02/23 16:55
장담컨데, 50년 후에는 지금 우리가 보는 3,4,5 공화국따위완 비교도 안되는 코미디물을 후손들이 보게될지 모르겠습니다.
손자들이 '왜 저런 십새들이 정권잡게 놔뒀어요?' 라고 말하면 뭐라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23 18:31
휴이 / 대형교회 신도들이 자신들의 교주(?)를 대하는 듯 하죠? 밖에서 비판해도 "우린 믿습니다"를 연발하고 스스로 핍박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스트랄한 정신세계 말이에요.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23 18:33
炎帝 / 그게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부끄러움이지요. -.-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23 18:34
휘륜 / 약발은 떨어지겠지만 그러나 저들의 기대대로 말끔히 사라지진 않을 겁니다. 민중들의 의심은 생각보다 강인하거든요.
Commented by 탐탐or고지마 at 2008/02/23 22:38
제생에 이렇게 어이없는 수사 첨 보더군요 검사가 수사대상인의 해명에
네 그렇죠 그렇고 말고요 하고 읍소 하는건 첨 보겠더라구요.

광운대 동영상 해명에 김경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과장을 한거다 라는
이명박 당선인 말에 네 그럽지요 그렇고 말고요 그대로 믿는게 수사 였나요?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23 22:39
탐탐or고지마 / 이게 상식인데, 많이 배우신 분들의 상식은 우리와 다른가 봐요. -.-
Commented by 無名공대생 at 2008/02/24 14:55
예상했던 일이지요. 저는 경향의 입장입니다.(조금이라도 기대한 내가 바보지)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24 15:16
無名공대생 / <경향>은 "법적인 문제는 일단락됐다. 다만 도덕성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로 요약할 수 있을 듯. 내겐 조금 불만족스런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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