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사람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동아> 두 얼굴 화제


요즘 언론들의 행태를 보면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초록은 동색"이라, 이명박 정부에게 우호적일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한 일이지만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숙명을 가진 언론이 한 입 두말의 궤변을 일삼는 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조중동, 그 중에서도 가장 극렬한 정파적 편향성을 보이고 있는 동아일보의 서방질이 최근 화제거리로 등장했는데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노무현 당선자에게 던지는 말과 이명박 당선자에게 던지는 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잠시 감상해 보시죠.

먼저 2003년 노무현 당선자 시절에 작성한 사설입니다. <與野, 머리 맞댈수록 좋다>는 1월 7일자 사설에서 동아일보는, "노 당선자는 취임 전이라도 야당 인사들과 두루 만나 새 정부의 국정기조를 이해시키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5년간의 국정설계는 대선 승자만의 전유물이 아닌 만큼 패자도 동참토록 해야 정권출범기의 정국운영 코스트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설은 이어 "여야는 머리를 맞댈수록 좋다"며 "우선 노 당선자가 야당에 보다 성실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행여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여론몰이로 야당이 따라오지 않을 수 없게 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떨쳐버려야 한다. 그렇게 하려다 야당의 반발만 부른 현 정권의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랬던 동아일보가 2008년 이명박 당선자가 등장하자, 말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시죠.

"신당은 이제라도 당리당략을 버리고 새 정부가 차질 없이 정시에 출발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정부조직 개편안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고심 끝에 내놓은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 당선인만큼 ‘성공한 대통령, 성공한 정부’가 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새 정부조직으로 국정을 펴도록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지게 하는 것이 순리다. 신당이 자신들의 안(案)을 강요할 일이 아니다. 더욱이 실패로 끝난 ‘큰 정부’의 아류가 아닌가. 이를 협상 카드로 들고 나온 것부터 잘못된 것이다..."(<새 내각은 25일 定時에 출발해야 한다>, 2008.2.6)

"손학규 신당 대표에게 묻고 싶다. 25일 0시를 기해 출범하는 차기 정부가 이명박 정부인가, 아니면 손학규 정부인가. 신당은 인수위가 졸속(拙速)으로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차기 정부 5년을 성공한 정부로 만들기 위해 가장 고심한 사람들이 누구이겠는가. 새 정부의 조직 개편은 어디까지나 앞으로 5년간 국정을 끌고 갈 이 당선인의 책임이다. 손 대표와 신당의 견제와 비판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이명박 정부인가, 손학규 정부인가>, 2008.2.13)

"신당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제때 마치고 25일 새 정부를 정상 출범시키려면 양보하라고 한나라당 측을 압박한다. 파업 시간표를 정해 놓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노조를 연상시킨다. 신당은 국정 실패에 대한 반성은커녕 새 정부에 대한 견제력 과시를 ‘새로운 선명 야당상(像)’으로 여기는지 모르겠다. 그런다고 총선에서 표를 더 얻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정부 조직 ‘역겨운 흥정, 누더기 개편’>, 2008.2.16)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새 정부의 장관 후보자 1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일각에선 이 당선인의 정치력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본말을 따져보면 민주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 정부의 조직은 앞으로 5년간 나라를 끌고 갈 이명박 정부가 정하는 것이 맞다. 성공도 실패도 결국 새 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책임질 처지도 아니면서 훼방만 놓아서야 되겠는가.

더욱이 이 당선인이 ‘작은 정부’를 들고 나온 것은 대선 민심에 충실히 따르기 위한 것이다. 민심은 일은 못하고 덩치만 큰 아마추어 정부에 환멸을 느껴서 이 당선인에게 압승을 안겨줬다. 민주당이 원내 다수당이라고 하지만 이미 민심의 지지를 상실한 다수일 뿐이다. 신법이 구법에 우선하듯이 지금 국정의 바로미터로 삼아야 할 민심은 2004년 4월 총선 결과가 아니라 작년 12월 19일 대선 결과다..."(<민주당, 이명박 정부의 정상 출범에 협조하라>, 2008.2.19)

"손학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그제 밤에 정부 장관 내정자를 일괄 발표하자 한나라당과 이 당선인을 “오만하고 무책임하다”고 격렬히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손 대표가 그럴 자격이 있는가. 오히려 새 정부의 정상 출범을 방해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는가...

국민은 작년 대선에서 ‘적은 규제, 작은 정부, 큰 시장’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국민이 선택한 정부의 정상 출범에 협조하기는커녕 이를 가로막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인가.

지금 손 대표는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는 식물정부가 되고, 경제 살리기도 물거품이 된다’는 점을 국민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그의 ‘강수’가 한나라당 탈당의 ‘원죄’를 씻고 취약한 당내 기반을 강화하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으나 오히려 한나라당의 안정론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손학규 대표의 경우>,2008.2.20)


어떻습니까? "여야가 머리를 맞댈 수록 좋다"던 <동아일보> 입에서, 그리고 "앞으로 5년 간의 국정운영은 승자의 전유물이 아닌 만큼 패자도 동참토록 해야 한다"던 <동아일보> 입에서, 나아가 "노 당선자가 야당에 보다 성실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행여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여론몰이로 야당이 따라오지 않을 수 없게 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떨쳐버려야 한다"던 <동아일보> 입에서 기껏 나온 말이, "앞으로 5년간 국정은 이명박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니, 신당은 무조건 협조.협력하고 절대 딴지를 걸지 말라"는 겁니다.

신당에서 행여 무슨 말이라도 할라치면 "선거에서 패한 주제에 무슨 자격이 있어 입을 놀리는가" 하고 핀잔을 줍니다. 신당에 무엇을 말하기만 하면 그건 모조리 총선을 의식한 '당리당략일 뿐'이라고 깍아내립니다. 심지어 "지금 신당이 하는 짓을 보니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티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가 식물정부가 되고 경제살리기도 물거품이 될지 모르겠다"며 '한나라당의 안정론'을 호소하는 낯뜨거운 삐끼짓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유구무언, 정말 할 말이 없어지지요? <동아일보>가 일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언론의 존재이유라고... 혼탁한 세상에서 바른 언론을 가려내는 건 독자들의 몫이라고... 자기들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걸 혹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요? (2008.2.21)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바로 언론의 존재 이유라고 배웠다. 사랑받는 대통령이라고, 약한 척한다고 ‘맞습니다. 맞고요’만 하면 언론이랄 수 없다... 여론은 뜨거울 수도 있고 돌아설 수도 있지만 정론은 그렇지 않다. 한 정권보다는 언론의 사명이, 대한민국이 더 막중하다. 혼탁한 세상에서 바른 언론을 가려내는 건 깨어 있는 독자들의 몫이다."(동아광장 김순덕 칼럼, <누구를 향한 분노인가>, 2004.3.27)



- 어른이 -
by 어른이 | 2008/02/21 14:52 | 문한별 칼럼(2008)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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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ERIDOT at 2008/02/21 15:24
어처구니가 없군요.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21 15:55
PERIDOT / 이런 일이 한국이란 나라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진답니다. 독자들이 봉이라서 그런 모양이죠.
Commented by 炎帝 at 2008/02/21 16:18
생각해보면 저런 신문들이 아직도 건재하는건,
진실을 알지 못하고 저거 보면서 자위하고 있을 누군가들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도 박통때의 향수로 자위하는 사람들 있잖습니까.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8/02/21 16:21
근데 그런 봉이 많으니 더 문제죠
이글루에나 봉 아닌 사람이 좀 있는거고요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21 16:27
比良坂初音 / 우리가 인터넷에서 이렇게 떠든다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같이 인식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오산이죠. 언론문제를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조중동이 무슨 짓을 해도 그런가 보다' 하고 무조건 믿고 따르는 인간들이...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21 16:30
炎帝 / 공급이 있는 곳에 수요가 있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말. 자기들끼리 돌려보면서 딸딸이치는 패거리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조중동이 진실이라 믿고, 또 무조건 진실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죠.
Commented by 역성혁명 at 2008/02/21 17:44
사랑해 오빠~ 우리는 빠순이~ 사랑해 오빠~ 우리는 조중동, 누가뭐래도,

우리만 믿어~ 귀여운 오빠오빠~ 라는 가사로 재미있게 부른 노래가 생각납니다.
Commented by at 2008/02/21 19:15
숭례문이 불탔어두 MB 잘못 없다네 MH 탓이라는 군. 옛말에 일구이언은 이부지자라 했는데 도대체 저들은 애비가 몇인걸까?
Commented by RESISTANCE at 2008/02/21 19:17
이글루스도 좀 커져야 이런 글들이 빛을 발할 텐데...아직까지 이글루스는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만 보고 답하는 그런... 뭐, 그래도 차차 나아질 거라 봅니다.
그런데 이글루스에는 같잖은-나름 안다고 깝치는- 비관주의자와 방관주의자가 많다는 게 문제...그런 종자들 속에서 어른이 님의 포스팅은 이글루스에 새 집을 틀기 시작하는 많은 이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21 21:56
RESISTANCE / 고맙습니다. 덕담해 주셔서... ^^;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21 21:57
原 / 이부니까 애비가 둘~! ^^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21 21:57
역성혁명 / 가사까지 지으실 생각인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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