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금’ 소동과 조중동 언론권력의 교체


"국민성금으로 숭례문 복원을~~~~!"

이 말을 꺼냈다가 뻘쭘해진 사람은 2MB와 이경숙 인수위장만이 아니다.
2MB의 말이라면 무조건 빨아주던 <동아>와 <조선>도 이번에 큰 낭패를 봤다.

사실 2MB으로선 숭례문 전소를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자신의 지도력을
내외에 발산하고 과시하는 기회로 생각했음직 하다.

숭례문이 불에 타서 무너지고 국민들의 울분과 눈물 퍼레이드가 이어지자 그 틈을 타
재빨리 "국민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하자"는 뜬금멘트를 던진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게다.

그러면서 2MB은 행복한 상상을 했겠지. 온 언론들이 그의 제안을 애드벌룬 띄우고
국민들도 새로운 지도자의 한 마디에 국민적 운동으로 호응하는 그런 야무진 상상...

그러나 상상과 현실의 갭은 너무나 컸다. 그의 제안은, 언론을 통해서 알려지자마자
즉각 폐기처분 됐다. 그에게 돌아온 것은 열광적 호응이 아니라 차디찬 분노였다.

국민들은 주제파악 상황파악도 못하고 뚫린 입으로 아무 말이나 씨부려대는 2MB의
경박함과 철학의 빈곤에 아연실색했다. 욕설과 조롱이 이어진 것은 당연했다.

여론이 이처럼 생각 이상으로 안좋게 돌아가자 곤란에 빠진 것은 조중동이었다.
이제껏 2MB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 빨아줬는데 이번엔 위험부담이 너무 큰 탓이다.

악화된 국민여론에 귀 막고 무조건 2MB를 빨 것인가, 아니면 입바른 소릴 할 것인가...
진퇴양난의 갈림길에서 <중앙>은 후자를 선택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13일자 "숭례문은 국가 예산으로 복원해야" 사설 .
<중앙>은 이 글에서 "이 사업을 성금으로 해야 할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당선인의 제안은 셋째의 ‘국민통합 이벤트’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에 맞지 않는다...화재는 국가의 관리 소홀로 인한 인재일 뿐이다...이를 복구할 재원을 성금으로 메우면 국민에게 위안이 될 것이라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잘못은 정부가 해놓고 공연히 국민에게 책임을 미루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대통령이 될 사람이 나서서 주장하면 혹시 기업들이 앞다투어 납부하는 준조세가 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2008.2.13)

여기서 주목할 것은 <중앙> 사설이 온라인에 실린 시점이다.
<중앙>은 그 전날인 12일 저녁 7:44분에 '국민성금 반대' 사설을 온라인에 걸었다.

비슷한 내용의 사설을 5시 59분에 내건 <경향>보다는 조금 뒤쳐졌지만,
그러나 같은 색깔을 자랑하는 메이저신문 가운데선 가장 앞서 나온 것이다.

<중앙>이 이처럼 사설로 '국민성금 반대' 입장을 천명하며 제 목소리를 내는 동안
경쟁지인 <조선>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 이 침묵은 16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왜 그랬을까? 사회적으로 뜨거웠던 이슈에 대해 가장 먼저 말문을 열고 여론을 주도한 건 
여태껏 <조선>의 몫이었다. <조선>이 앞서고 <중앙><동아>가 따라오는 모양새...

그런데 이명박 시대 접어들어 변동이 생겼다. 순서가 바뀐 것이다.
<조선>이 타이밍을 잃고 헤매는 동안, <중앙>이 그 자리를 냉큼 꿰찼다.

하룻밤의 꿈으로 끝난 '국민성금' 해프닝은 2MB의 경박성과 자발없음 뿐 아니라
메이저신문 간의 권력이동도 이처럼 라이브하게 보여줬다.
 
<동아>는? 여론과 2MB 사이에서 고심하던 <동아>는 회사의 공식목소리를 대변하는
사설 대신 "국민성금 복원"에 동조하는 논설위원의 칼럼을 내거는 꼼수를 선보였다.
 
"베네치아 시민과 이탈리아 국민은 슬픔에 잠겨 있지만은 않았다. 화재 다음 날부터 재건을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기업과 개인의 정성이 쏟아졌다.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나흘 만에 100만 달러가 넘는 성금을 모았다... 비슷한 운명의 숭례문 또한 불사조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숭례문을 불사조로 부활시키는 일,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숭례문, 베네치아 '不死鳥극장처럼>, 오늘과 내일, 2008.2.13)

그리고 이에 대해 비난이 빗발치자 <동아>는 그 다음날인 2월 14일 
<숭례문 참화, 문화에 다시 눈뜨는 계기 돼야>라는 제하의 물타기 사설로 응수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 성금으로 복원하자는 이야기를 꺼내자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다. 숭례문을 복원하는 비용이 국가예산에서 나와야 하느냐, 아니면 국민 성금이어야 하느냐는 이번 참화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는 논란이다. 우리 경제 규모에 비추어 복원 비용은 큰 부담이 아니다. 안타까운 마음에서 수천만 원 또는 수억 원씩 성금을 내는 기업들도 있고, 어떤 기업은 사회 환원 차원에서 모든 복구비용을 혼자 부담하고 싶다는 의사를 비친다. 그러나 지금은 돈 걷는 방법을 말할 때가 아니다..."
 
논설위원의 개인칼럼으로 '돈 걷는 방법'을 장황하게 논하고, 비난이 일자
그 다음날 사설로 "지금은 돈 걷는 방법을 말할 때가 아니다"고 말 돌리는 저 간교함.

대통령 당선자 입에서 '국민성금' 얘기가 나오고 그에 대해 전국이 들썩거리는데도
"국민성금이냐 국가예산이냐 논하는 건 참화의 본질이 아니다"고 발뺌하는 저 뻔뻔함.

나아가 '국민성금' 제안에 대해 비난여론이 빗발치는 와중에도 <동아> 홀로 꼬리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2MB의 애완견은 역시 다르다"는 것을 이참에 확실히 증명했다.

이명박 정부를 맞아 '권력의 기관지'로 탈바꿈한 <동아>의 지저분한 애널서킹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 하다. 어차피 버린 몸, 기댈 데라곤 2MB 밖에 없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말빨을 주도했던 <조선>의 하향세는 작금의 해프닝을 통해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중앙>에게 넘겨줄 공산이 크다.

그렇잖아도 <중앙>은 년초부터 '휴먼 신도시' 등 새 정부에 필요한 아젠다를 발빠르게
제시하고 있다. '김만복 파동'도 <중앙>의 변화된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케이스다.

14일자 1면을 크게 장식한 '꽁꽁 언 중국'이라는 제목의 초대형 오보사고 또한 <중앙>의
갑작스런 상승세가 야기시킨 내부 파열음이라고 말할 수 있을 터다.

반면, <조선>의 하향세는 스스로 자초한 탓이 크다. '불편부당'의 사시를 제 손으로 욕보이며
선택한 불륜상대가 2MB인데, 어찌 그를 향해 노무현처럼 비판의 칼을 들이댈 수 있을까.

참여정부와 맞짱 뜨던 그때가 <조선>의 전성시대였다. 그땐 '씹을꺼리'가 무궁무진했고
권력핵심과 싸운다는 명분도 있었다. 장사도 잘 됐고, 엄살과는 달리 잃은 것도 거의 없었다. 

그러던 <조선일보>가 한나라당 경선과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점점 야수성을 잃기 시작했다.
행여 2MB에게 불리할 새라, 그의 문제점에 입을 닫음으로써 이빨 빠진 사자꼴이 된 것이다.

<조선>의 방황은 언제쯤에나 끝날까. 2MB에 '묻지마 올인'한 <동아>와 '갈짓자걸음'으로
차별성을 확보하려는 <중앙>의 틈바구니에서 <조선>은 제 색깔을 찾을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 등장과 함께 다시 시작된 조중동 간의 저질스런 막장암투와 이전투구를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커밍 쑤운~~~!!!  (2008.2.17)



- 어른이 -
by 어른이 | 2008/02/17 11:00 | 문한별 칼럼(2008) | 트랙백 | 핑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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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Incarnation : <조.. at 2008/02/19 18:15

... ;이 2MB과의 어정쩡한 관계설정 때문에 옛포스를 잃어버리고 &lt;중앙&gt;에도 밀려 2등으로 뒤쳐지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http://iandyou.egloos.com/1426626언론의 힘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에서 나오는 법인데,그 권력이 자기가 좋아하는 편이라 하여, 그에게 문제가 있어도눈 감고 모른 체 하고 ... more

Commented by saltyJiN at 2008/02/17 08:21
언제나 날카로운 시각에서의 의미깊은 글 잘 보고있습니다.

"악화된 국민여론에 귀 막고 무조건 2MB를 빨 것인가, 아니면 입바른 소릴 할 것인가...
진퇴양난의 갈림길에서 <중앙>은 전자를 선택했다."

문맥상 전자가 아닌 후자인 듯 싶네요.
Commented by 炎帝 at 2008/02/17 09:40
한가지 궁금한게... 미국같은 동네도 저러고 놉니까?
그쪽도 성향 개념이 없는건 아니라 들었지만 설마 저정도로 막장인가요?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08/02/17 13:46
"뚫린 입으로 아무 말이나 씨부려대는 ... 경박함과 철학의 빈곤에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포스팅이로군효 ^^

오바도 오바도 이정도면 수준급이랄까 ㅋㅋㅋ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7 14:08
saltyJiN / 헉~! 이런 실수를... 즉시 고쳤습니다. 일깨워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7 14:11
炎帝 / 미국에 <조선일보>같은 신문만 있어라. 아마 이보다 더 지독한 반미발언은 없을 겁니다. 이렇게만 말하겠습니다. ^^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7 14:12
지나가다 / '이뭐병' 지지자께서 보기기엔 꽨 불편할 포스팅이지요. 지다가시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나 마세요. 마음이 심란하면 눈도 안뵌다는데... ^^
Commented by 바비 at 2008/02/17 14:38
마지막 4줄이 너무 무섭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Commented by 역성혁명 at 2008/02/17 15:42
이글루스 5년부작 대하드라마 "누구를 위하여 펜을 굴리나."

2bit와 인수위 그리고 조중동 형제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치사와 쪼잔 그리고

몰염치와 게그의 연속이 지금 펼쳐집니다.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7 16:56
역성혁명 / 영화카피 같군요. 멋지네요.^^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7 16:57
바비 / 엄살이 넘 심하시다. ㅋㅋ
Commented by adnoctum at 2008/02/17 17:15
조선을 얕보신듯... 지금 조선은 이해득실을 한참 따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들은 단지 권력을 옹호하되 실이 더 크면 찌그러니는 형국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때가 되면 다시 열심히 권력을 옹호할 뿐...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7 17:31
adnoctum / <조선>을 얕본 것처럼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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