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테러’에 ‘노사모 잔치’?···<중앙>13일자 1면 노림수
▲ 숭례문 방화사건과 봉하마을 귀향잔치를 대조시킨 2월 13일자 <중앙일보> 1면

2월 13일자 중앙일보 1면입니다.
지면을 일별하고, 무엇이 느껴지십니까?
위.아래가 뭔가 정서적으로 뭔가 강하게 대조되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으세요?

좌측 하단을 보세요.
노 대통령이 귀향하는 날 봉하마을서 1만명이 잔치를 벌인답니다.
"국악.연예인 공연도"라는 부제도 보이네요.

모두가 흥겹게 어울리는 마을잔치에는 웃음이 제격.
그런데 어인 일인지 웃음이 잘 지어지지 않습니다.
바로 상단에 붙어있는 '국가 테러'(숭례문 전소)에 먼저 눈이 가는 탓입니다.

... 나라가 이 지경인데, 잔치를 벌이다니!
... 일국의 대통령이란 자가 그게 할 짓이야!
... 책임을 지고 근신해도 모자랄 판에 뭐 마을잔치?

아마 자기도 모르게 속에서 이런 원망의 소리를 내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어떤 면에서 그게 당연한 반응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우리들의 이런 반응이 누군가에 의해서 교묘히 조종당한 결과물이라면~?

고전적 의미에서,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신문은 단순히 '보여주는' 것을 넘어 스스로 '조작하고' '세뇌하려' 듭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따옴표 붙여 제목으로 낚기, 그리고 상술한 편집의 경우입니다.

오늘의 주제인 '봉하마을 잔치'로 눈을 돌려 보죠.
<중앙일보>는 노 대통령의 퇴임잔치를 비난하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았습니다. 전혀~!
그런데도 13일자 <중앙일보> 1면을 대하는 이들은 이 기사를 보고 뭔가 기분이 찜찜합니다.

그러던 차에 한나라당이나 혹은 다른 곳에서 봉하마을 잔치를 숭례문 전소와 연관지어
비난하는 말이라도 튀어나오면, 자기도 모르게 심정적으로 비난에 쉬 동조하게 됩니다.
앞서 스쳐 지나간 '국가 테러-봉하마을 잔치'의 대조가 잔상으로 남아있는 까닭입니다.

신문은 여러가지 방식으로 독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편집술에 의한 무언의 심리전은 그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미 매트릭스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노무현 대통령 퇴임 후 귀향 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진다고 한다. 환영행사 추진위가 구성되었고 봉하마을 일대에 노란색 풍선과 걸개그림을 내건다고 한다. 1억3천만 원의 경비를 모아서 무려 1만명 분의 떡국을 준비한다고 한다. 수천부의 초청장을 발송하고 연예인 공연과 한마당 잔치까지 벌어진다고 한다... 더구나 지금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타 무너져 온 국민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노대통령은 아직 숭례문 화재 현장도 한 번 가보지 않았고 이번 사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의식한다면 노대통령은 봉하마을 사람들과 노사모 그리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귀향행사를 조촐하게 하자고 설득하는 것이 마땅할 것 같다..."(한나라당 대변인 브리핑, 2008.2.13)

"노무현 대통령의 유별난 귀향 행사 예정 소식을 접하면서 씁쓰레한 표정을 짓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대통령 고향 마을 사람들이 환영 모임을 열겠다는 것 자체야 뭐라 할 일이 아니지만 너무 요란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가 퇴임 이후 더 돋보이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면 퇴임하면서부터 구설에 오르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러지 않아도 봉하마을 일대에 쏟아붓는 엄청난 국가 예산 때문에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터다..."(국민일보 사설, <봉하마을에서 큰 잔치 벌일 때 아닌데>, 2008.2.14)

[Tip] 

<조선일보>는 봉하마을 잔치소식을 2면에, <동아일보>는 14면(사회면)에 배치했더군요.
요즘 이슈를 주도하고 아젠다를 선점하는 신문은 <조선>에서 <중앙>으로 바뀐 듯 합니다.
전날 '국민성금 반대' 사설을 맨먼저 실은 것도 그런 자신감의 발로 아닐까요?(2008.2.13)




- 어른이 -
by 어른이 | 2008/02/14 11:10 | crazy media | 트랙백 | 핑백(1)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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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류다 at 2008/02/13 21:40
신문에 놀아나는 우리는 요지경 세상 속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Commented by 장재천 at 2008/02/13 22:49
불가능한 바램입니다만, 조중동 각 사가 '저희는 극우입니다.'라고 신문 타이틀 밑에 적어놨으면 좋겠네요. -_-
Commented by 채채 at 2008/02/13 22:53
저도 의아했어요,,,뭔가 언밸런스한 느낌.. 중앙일보 1면은 가끔 정말 어이가 없죠. 저번엔 소말리아 피랍 석방 기사는 아래에 조그맣게 실어놓고, 전면에 커다랗게 지들 마라톤한 사진과 기사를 실은거있죠,, 전 중앙 마라톤 따윈 관심없는데. ㅋㅋ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4 00:15
채채 / <중앙>이 조금 아스트랄해요. -.-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4 00:16
장재천 / 수요 있는 곳에 공급 있는 법입니다. 썩은 고기를 더 반기는 하이에나같은 무리들이 이 땅에 많습니다.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4 00:17
류다 / 그래서 언론을 모니터링해서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지요.
Commented by zizi at 2008/02/14 00:39
장재천님/그럼 아마, 극우라서 좋다고 할 것 같습니다. 허허..
Commented by 매일졸려 at 2008/02/14 00:46
얘네들은 자기들이 바란 정권도 교체되겠다 뭐가 두려워서 까고 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이제 임기가 한달도 채 남지 않은 허수아비가 그렇게 무서울까요?
다른 얘기 조금하자면 언론과 한나라당도 참 웃기지요. 힘든 일이 있으면 어떤 계기로 재미나고 신나는 일이 있어야지, 언제까지 숭례문 불탔다고 가슴아파하며 있어야 하나요? 한나라당과 언론의 논리를 확장해 보면 언제까지인지 알수 없는 때까지 전 국민은 관혼상제를 간소하게 하고 금주와 금욕적인 생활을 해야겠지요.
Commented by 뇌를씻어내자 at 2008/02/14 10:25
오옷, 저거 전두환이 노태우 당선되게 수썼던 거랑 같은 수법이군요. 어디 가겠어.
Commented by 역성혁명 at 2008/02/14 11:15
조중동 3개언론이 "우리는 극우에염" 이라는 말은 못붙여도, 일장기와 성조기를

신문 앞부분에 나란히 붙여놓으면 답은 풀릴거 같은데요.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4 12:12
역성혁명 / <조선>이 일제 강점기에 신문 제호 위에 일장기를 붙였다는 거, 모르시냐 봅니다.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4 12:32
zizi / 우리나라에 극우는 없어요. 조중동이 극우입니까? 극우는 혈통입니다. 민족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반민족이에요. 민족은 뒷전이고 일본과 미국에만 매달려요. 웃기지요?
Commented by 역성혁명 at 2008/02/14 13:32
어른이/ 물론 알고있답니다. 그런데 저는 해방된 이후에도 변한게 없으니 차라리 본성을 드러내놓고 옛날처럼 제호 위에 일장기와 지금은 칼쌈쿨한 성조기를 붙여놓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4 13:36
역성혁명 / 지금 직접적인 식민상태가 아닌데도 미국에게 이렇게 굽신거리는 거 보면, 옛날 일제 식민지 때 <조선>이 어찌 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생각하면... 이가 갈려요. 어쩐지 요새 이가 안좋더라니...
Commented by 역성혁명 at 2008/02/14 13:52
어른이/ 다큐멘터리나 마이크로필름을 통해서 당시 조선일보가 얼마나 미친짓을 많이 했는지를 봤는데, 뭐 일본지방신문이랑 똑같더라구요. 일왕 결혼식 했을때는 아예 신문 1면이 아부와 굽신으로 뒤덮었죠. 옛날버릇 어디갑니까...
Commented by 炎帝 at 2008/02/14 14:57
우리나라에선 우파는 자본주의자, 좌파는 공산주의자라는 사고를 가진 자들이 많죠.
그도 그럴게, 우파=보수라는 의미인데, 보수는 주로 가진 자들의 지위거든요.
가난한 자가 현실에 안주하려고 목숨 거는 것 봤습니까?
Commented by 어처구니 at 2008/02/14 19:17
우리의 슬픈 현실이 느껴지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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