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경향><한겨레>, “국민성금 옳지 않아” 한 목소리


2MB의 "국민성금으로 숭례문 복원"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그리고 한겨레신문이 사설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먼저 중앙일보는 <숭례문은 국가 예산으로 복원해야>란 제하의 사설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불타버린 ‘국보 1호’ 숭례문을 국민성금으로 복원할 것을 제안"했고, "이에 따라 대통령 취임 후 공식적인 모금운동을 펼치기로 했다고 인수위가 이날 밝혔"지만, 그러나 "숭례문 복원은 국민의 성금이 아니라 정부 예산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 복원은 정부의 기본적인 임무"인데, "이 사업을 국가 예산이 아닌 성금으로 해야 할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

중앙일보는 또 숭례문 화재는 "국보 1호를 일반에 개방해놓고 문화재청과 서울 중구청이 관리를 소홀히 했고, 소방방재청이 사전 준비를 게을리 하고 현장 대처를 잘못한 탓"이 큰데, "이를 복구할 재원을 성금으로 메우면 국민에게 위안이 될 것이라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럴 경우 "잘못은 정부가 해놓고 공연히 국민에게 책임을 미루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중앙일보는 "성금은 자발적이어야 한다. 대통령이 될 사람이 나서서 주장하면 혹시 기업들이 앞다투어 납부하는 준조세가 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정부의 역할과 민간의 역할을 혼동해선 안 된다"는 충고로 사설을 마무리했다.

경향신문도 <숭례문 국민성금 복원 제안 부적절하다>는 사설을 통해 숭례문 복원을 서두르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강하게 질타했다. "화마의 흔적을 물로 씻고, 그 자리에 똑같은 모양의 건축물을 세운다고 해서 국민의 아픔도 함께 씻어지는 것"도 아닌데, "외양만 번듯하게 지으면 그만이라는 사고는 전형적인 개발주의"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복원에 드는 비용을 국민 성금으로 충당하자"는 2MB의 제안을 한 마디로 "부적절하다"고 평가절하하면서, "천재지변도 아니고 정부가 관리를 잘못해 발생한 손실을 국민의 부담으로 메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성금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낼 때 의미가 있다.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촉구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 대통령 당선인이 모금을 독려하면 아마 공직자와 기업인들은 다투어 봉투 들고 줄을 설 것이다. 이런 성금 행렬을 TV에서 비춰주는, 그런 구시대적 풍경은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냉소했다.

2MB의 국민성금 제안에 대한 가장 강도높은 비판은 한겨레신문에서 나왔다. 한겨레신문은 <지금이 복원을 들먹일 땐가>라는 사설에서, "복원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잘라 말한 뒤, "숭례문 개방, 부실한 방재대책, 경비, 진화 문제 등 화재 발생에서 전소에 이르기까지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낱낱이 밝히는 일"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MB를 겨냥한 한겨레신문의 속 시원한 강펀치를 잠시 감상해 보시라.

"그럴 리야 없겠지만, 이 시점에서 복원 운운하는 것은 책임있는 자들이 자신에게 떨어질지 모르는 책임을 모면하려는 술책으로만 보인다. 문화재 관련자들의 우려에도 대책 없이 숭례문 개방을 밀어붙였던 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었고, 방재 대책 마련 등과 관련해 지자체를 지도해야 했던 것은 문화재청이었으며, 정부나 지자체의 문화재 행정을 감독하는 책임은 국회에 있었다...

특히 이 당선인의 ‘국민모금 방식’ 복원 제안은 차라리 ‘허무 개그’이길 바란다... 그러나 그의 제안에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바로 맞장구를 쳤고, 서초구가 재빨리 덩달이로 나섰다. 왜 정부나 지자체의 잘못으로 전소된 숭례문의 복원을 국민이 맡아야 할까? 국민은 청소부가 아니다. 정부와 재벌의 안전불감증이 빚은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재앙의 뒤처리도 국민이 도맡았다. 도대체 무슨 염치로 그런 제안을 하는가..."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이 2MB의 제안을 정면으로 치받고 나선 것은 두 신문의 평소 소신을 감안하면 능히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 있다. 여기서 정작 눈에 띄는 것은 12일 저녁 7시 44분에 메이저신문 가운데 가장 먼저 2MB 제안에 반대하는 사설을 올린 중앙일보의 뚝심이다. 중앙일보는 심지어 온라인판 메인톱으로 이 사설을 내걸고, 제목도 좀더 자극적인 <'숭례문 성금' 거둘 이유 찾을 수 없다>로 바꿔 다는 강수를 구사했다. 하루 전만 해도 <숭례문 우리가 태웠다>는 1면 헤드라인으로 네티즌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은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늦은 밤시간까지도 다음날 사설을 올리지 않았을 뿐더러, '국민성금' 문제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해 중앙일보와 현격한 대조를 이뤘다. 특히 조선일보는 그 전날 2MB의 입에서 '국민성금' 얘기가 나오자마자 온라인판에 토론공간을 유도하고 폴(poll)까지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이슈만들기에 나섰으면서도, 사설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를 거부함으로써 부정적 여론과 2MB 사이에서 줄타기 내지는 시간끌기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MB의 한마디 한마디를 무조건 무차별 무작정 띄우다시피 하던 동아일보의 외면도 비겁하기는 마찬가지.

'국민성금' 건에 대해 네티즌들의 분노에 가까운 질타가 쇄도하고, 그나마 믿었던 메이저신문에서조차 두 곳은 입을 다물고 한 곳은 강력하게 반대입장을 피력하고 나옴으로써 이 문제를 처음 제안한 2MB의 모양새가 난감하게 됐다. 2MB가 코너에 몰린 절박한 상황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앞으로 어떤 정치력(?)을 보여줄 것인가. 그를 지켜보는 재미도 솔솔할 듯 하다. (2008.2.13)




- 어른이 -
by 어른이 | 2008/02/13 20:07 | 문한별 칼럼(2008) | 트랙백 | 덧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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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ペリドツト at 2008/02/13 09:57
중앙일보가 왠일이래요. 하하
어쨌든 책임소재 분명히 밝히고
이벽박당선자는 전재산 기부해서 그 돈으로 숭례문 복원하고
국회의원들 1억씩 십시일반해서 일본처럼 문화재 보호하는 시설확충하는데 쓰면 되겠네요.
Commented by 炎帝 at 2008/02/13 10:19
중앙은 한때 뉴라이트라는 이름의 꼴통들을 정면으로 비난한 적이 있죠.
Commented by 문틈사이 at 2008/02/13 10:32
이번에까지 언론사들이 2mb을 편들면서 물타기를 할까 걱정했습니다만
여론이 급격하게 한쪽으로 기울자 수구언론사들까지 한목소리를 내게 되는군요.

중앙일보쪽은 꽤 의외라 느껴져서 신선합니다.
Commented by 大望 at 2008/02/13 10:32
흠...사랑의 매를 또 드셨군요.

아니면 삼성비자금 사건 물타기용?
Commented by 세라프메이트 at 2008/02/13 11:07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재산 300억 기부는 입밖에도 꺼내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국민 성금으로 복원하자는 말을 꺼낼 수가 있는건지...말이라도 안했으면 알아서 국민들이 했을걸 오히려 긁어부스럼이다 못해 칼로 후벼파고 있군요.
Commented by TokaNG at 2008/02/13 12:11
그나마 언론에서 동조하고 부추기는 모습은 안보여서 다행입니다..;;;
Commented by 쩌비 at 2008/02/13 14:22
중앙일보가 간만에 옳은 소리를 한것 같은데, 어찌 뒤가 찜찜한게 뭘달라고 했는데, 명박이가 안준다디?? 왜 저럴까? 내가 이상한건가? 흠...
Commented by 뇌를씻어내자 at 2008/02/13 16:02
옳지 않죠. 우리가 무슨 처리반도 아니고 무슨 일 터질 때마다 쫓아다니면서 치닥거리를 해줘야 합니까? 아무 재미들렸군요.
Commented by FrozenFish at 2008/02/13 16:51
중앙일보가 저런 기사를.... 천지가 개벽할 노릇이네요.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3 17:04
炎帝 / 중앙일보가 좀 왔다리 갔다리 합니다. 대북 이념문제에서 조선일보와 차별성을 주장하며 유연성을 노래하다가 느닷없이 강정구 발언을 물고 늘어지며 공안정국을 조성하기도 하고 말이죠... 이런 놈들 상대하기가 더 피곤해요.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3 17:05
ペリドツト, 쩌비, 大望, FrozenFish / 중앙일보가 아무리 명박이 똥꼬를 잘 핥아도 자기네에게 직접적 이익이 없고 명분이 안서는 일은 아마 정략적으로 조금씩 간격을 유지하려는 듯 보입니다. 무조건 빨아주는 어떤 신문하고 차별성을 견지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그래봤자 '타잔 줄타기 놀음'입니다.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3 17:08
뇌를씻어내자 / 저는 이런 행태를 볼 때마다 교회에서 배운 버릇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교회에서 무슨 문제만 생기면 끄떡하면 교회성금으로 해결하려는 버릇들이 있거든요. 교인들이 낸 헌금이 수북히 쌓여 있는데도 말이죠. 명박이의 뇌를 정화시키든가 해야지, 이대로 가면 정말 열불나서 속병 앓는 국민들 천지겠습니다.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3 17:08
TokaNG / 경제지들은 2MB 발상을 즉시 빨아주던데요. 특히 <매일경제>...!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3 17:10
문틈사이 / <조선>과 <동아>가 어떻게 나올지 좀더 지켜봐야 해요. 이경숙이가 발뺌하는 걸로 봐선 그들도 여론동향이나 언론보도에 충격을 먹은 듯 보이긴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죠. 워낙 간교한 놈들이니...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3 17:11
세라프메이트 / 명박이 350억도 안 반가워요. 제발 입이나 닥치고 가만 있으면~!
Commented by 쑴쑴쑴 at 2008/02/13 18:03
저는 성금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성금이 아니고서야 국가 예산으로 재건축을 할텐데
(세금으로 헛지랄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낼 사람만 내는게 더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미 재일교포 단체가 2억원을 기부한 것도 있고하니
좀 유치하더라도 성금 모금이 괜찮을듯하군요. 물론 국민 부담 이전에
국가기관의 책임소홀을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면요.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3 18:06
쑴쑴쑴 / 찬송하시면 그냥 내시면 됩니다. ^^ (반대하는 이유는 다른 이들이 수도 없이 말했기 때문에 더 보태지 않겠습니다.)
Commented by 쑴쑴쑴 at 2008/02/14 06:51
어른이 / 저는 숭례문 재건축에 부담을 질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찬성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국민 세금이 투자되기 보단 다른 사람이 돈을 내기를 바라는 겁니다. 혹시 성금을 부정하는 사람중에 숭례문 재건축을 반대하면서 성금을 반대한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어차피 국민부담은 매한가지죠.

어른이님이 계속해서 올리는 이명박 비판에 상당부분 찬성했으나
성금찬성이 이명박지지라고 혹여 생각하신다면 엄청 잘못생각하고 계신듯하군요.

더욱이 성금찬성을 곧 기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도요.
성금에 관한 찬반은 돈을 내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마디로 돈내기 싫은 사람이 성금에 반대하고 돈 낼사람이 찬성하는 구도가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따지고 보면 돈내기 싫은 사람이 성금에 찬성하는게
더 논리에 부합합니다.
Commented by 炎帝 at 2008/02/14 11:54
쑴쑴쑴//문제는 이명박이 잘못했다 말하는 사람은 인터넷층의 일부에 지나지 않다는 겁니다.
대선전엔 인터넷에서 mb안깠나요? 그런데도 된건, 세상사람들은 인터넷에서처럼 mb에 대한 반대적 정보가 많지 않다는 겁니다.
만약 이게 실제로 진행되어 버린다면, 서민중 피박 안쓰는 사람은 인터넷을 본 일부에 지나지 않게 될거라 봅니다.

아마 성금이 잘 안된다고 저런 애널언론들이 호도한다면
거기에 넘어갈 순진한 서민들도 꽤 될걸요?
Commented by 연주 at 2008/02/14 12:38
좃선도 깠습니다. 조갑제 어른이 나섰거던요... ㅎㅎㅎ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4 12:53
쑴쑴쑴 / 제가 오해한 부분도 있군요. 그건 사과드리구요. 그러나 님이 넘 앞서 나간 측면이 있네요. 여기서 포인트는 내가 성금을 낼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 그것이 아니라 그런 엽기적 발상 자체를 했다는 것에 맞춰져 있는데...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4 12:57
연주 / <조선>도 국민성금을 비판했다구요?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데요? 혹 이것에 비판적인 누구 말이 거기 실렸더라, 이런 것이라면 잘못 짚으신 거구요. 내가 찾는 건 사설입니다. 왜 하필 사설이냐? 그것이야말로 신문사의 공식입장이거든요.
Commented by 어처구니 at 2008/02/14 19:48
웃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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