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살이 훤히 보이는 <동아>의 야시시한 사설 한 편


시기적으로 좀 늦었지만 동아일보 사설 한 편 읽어 보시죠.
설 연휴 직전에 작성된 글입니다. 

이걸 보시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세간의 진리를 실감 체감 통감할 수 있을 겁니다.
언론이 바람나면 어떻게 전락 추락 타락하는지에 대해서도...

<새 내각은 25일 定時에 출발해야 한다>.
2008년 2월 6일자 동아일보 사설 제목입니다.

내용은 늘 그렇듯이 간단명료합니다.

정부 조직 개편안을 놓고 한나라당, 인수위, 신당 측이 조정협상에 들어갔는데
이명박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무조건' 원안통과시켜 달라는 겁니다.

동아일보가 아무리 이명박 당선자의 똥꼬를 빤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노골적일까?
의심하는 분들도 계실지 몰라 사설 몇 대목을 인용.소개합니다.

"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국무총리와 각료 내정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쳐 새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시간이 별로 없다. 신당은 이제라도 당리당략을 버리고 새 정부가 차질 없이 정시에 출발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신당은 이제라도 당리당략을 버리고...협조하라"는 대목이 동공을 때리죠?
동아일보 눈엔 신당의 모든 것이 '당리당략'으로만 보이는모양입니다.

그러면 그 상대편이랄 수 있는 이명박 당선자측과 한나라당은 어떨까요? 
세번째 단락에서 동아일보만이 선보일 수 있는 편파의 극치를 마저 감상해 보시죠.

"정부조직 개편안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고심 끝에 내놓은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 당선인만큼 ‘성공한 대통령, 성공한 정부’가 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새 정부조직으로 국정을 펴도록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지게 하는 것이 순리다. 신당이 자신들의 안(案)을 강요할 일이 아니다. 더욱이 실패로 끝난 ‘큰 정부’의 아류가 아닌가. 이를 협상 카드로 들고 나온 것부터 잘못된 것이다..."

지금 여러분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당리당략 없는 정부와 정당을 보고 계십니다.
'당리당략'은 오로지 신당의 것이고, '애국애족'은 이명박의 전유물이라는 거 아닙니까.

게다가 정부조직 개편안은 이명박 당선자가 구국의 일념으로 고심 끝에 내놓은 것인데
선거에서 진 신당이 그 앞에서 '협상'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랍니다.

이런 식이라면 사실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협상같은 것도 할 필요 없는 거 아닙니까?
아니, 그 이전에 이 땅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 그 일당만 존재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당리당략' 밖에 모르고 사사건건 새정부 발목만 잡으려 하는 야당이 무에 필요합니까?
더더욱 야당과의 협상과 조정이 기껏 "국력낭비, 혼란, 갈등"에 불과하다는 데에야...

동아일보가 그러나 예전에는 절대 이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5년전 노무현 새정부가 출범하려 했을 때, 그 입으로 내뱉은 말을 들어 보시죠.

"앞으로 5년간의 국정설계는 대선 승자만의 전유물이 아닌 만큼 패자도 동참토록 해야 정권출범기의 정국운영 코스트를 최소화할 수 있다. 원내 과반의석을 가진 야당의 도움 없이는 당장 새 정부의 정상적인 출범조차 어렵지 않은가...우선 노 당선자가 야당에 보다 성실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행여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여론몰이로 야당이 따라오지 않을 수 없게 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떨쳐버려야 한다. 그렇게 하려다 야당의 반발만 부른 현 정권의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사설, <與野, 머리 맞댈수록 좋다>,  2003.1.7)

작금의 어법과 너무나 다르죠?
명색이 언론이라면서 한 입으로 이렇게 여러 말할 수 있는 능력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사설 가운데 들어 있는 통일부와 농촌진흥청 폐지 반대 건은 그냥 넘어가지요.
이에 대한 비판과 반박은 다른 곳에서 워낙 많이 나왔으니까.

각설하고, 이처럼 바람난 신문에게 언론의 본분과 양심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정치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감시와 비판을 기대해도 좋은 걸까요?

참고로 동아일보가 2003년 9월 27일 뇌까린 사설 한 대목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미리 심호흡 크게 하시고 충격받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대통령과 정부 등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언론의 사명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모든 민주국가에서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이 같은 언론의 역할이 민주주의의 필수요건임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언론이 ‘감시견’으로서의 구실을 못하고 ‘애완견’처럼 권력을 흡족하게 만드는 보도만 하는 나라는 민주사회가 아니라 독재국가일 것이다..."(사설, <언론은 무력화되지 않는다>) 

막을 내리기 전에 잠깐~!
미처 말하지 못한 가장 중요한 것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쯤에서 우린 물어야 합니다.

- 동아일보가 왜 이렇게 신당을 당리당략만 일삼는 악의 축으로 몰아 붙이는지...
- 동아일보가 왜 이렇게 이명박 당선자를 구국의 지도자로 애드벌룬 띄우는지...
- 동아일보가 왜 이따위 사설을 설날 직전에야 작성했는지...

답을 아시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정답은 사설 마지막 문단에 나와 있습니다.
"2개월 후의 총선 민의가 그, 책임의 소재를 엄하게 따질 것"이란 말~!

결국 이 사설이 말하고자 하는 건 총선에서 한나라당에게 표를 몰아달라는 겁니다.
이게 6일자 사설의 숨은 의도요, 핵심포인트이며, 진짜 노림수입니다.

동아일보가 '신당=당리당략 전문 : 이명박=국익 위해 고민'이라는 낯뜨거운 이분법으로
뒤범벅한 이 사설을 연휴 직전에 서둘러 작성해 올린 것도 그 때문입니다.

여론이 전국적으로 소통되는 대목장을 맞아 "기선제압용 떡국, 아니 떡밥을 배치하라~!"
주인님이 시키기도 전에 알아서 총대 메는 'MB의 애완견' 동아의 헌신이 눈물겹죠?

(2008.2.11)



- 어른이 -
by 어른이 | 2008/02/11 13:06 | 문한별 칼럼(2008)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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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뇌를씻어내자 at 2008/02/11 13:41
저 망할 사설은 대체 누가 쓸 거랍니까. 살다살다 지금이 무슨 5공 시절도 아니고 저게 웬 과잉 충성행동? 어이없습니다. ㅡ,.ㅡ
Commented by 銀鳥-_- at 2008/02/11 15:20
5년만에 저런 신문기사를 보니까 참 새롭군요 :D(?)
Commented by 炎帝 at 2008/02/11 15:37
대세에 맞춰 영어로 제 기분을 말할게요.
shut the fuck up!!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1 17:53
뇌를씻어내자 / 바야흐로 <동아>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거죠.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1 17:54
銀鳥-_- / 아마 추억에 잠기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 -.-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1 17:55
炎帝 / '팍~' 아니죠. '확~'이 맞습니다. "저놈의 신문을 확~!!!"
Commented by 카리스 at 2008/02/11 22:52
정말 어른이님의 글을 볼때마다
제가 얼마나 모자른지 알게 됩니다.
저런 진의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거리던 지난 20년이 그저 눈물..

Ps. 한 1년 정신차리고 있었더니 앞으로 8일후에 군대.. ㅠ.ㅠ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11 23:08
카리스 / 헉~! 곧 군에 입대하시는군요. 건강하게 다녀 오시기 바랍니다. 내 아들놈도 작년 말에 군에 갔답니다. 3월말이면 백일 휴가 나오겠네요. 요새 군대가 넘 많이 좋아져서 걱정할 필요도 없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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