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 말은 하는 신문' 조선일보와 자칭 '정도언론' 동아일보가 마침내 인수위의 무소불위 행태에 대해 칼을 빼들었습니다. 현 정부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세정부 출범을 위한 기틀 마련에 진력해야 할 인수위가 의욕과잉으로 정부처럼 혹은 점령군처럼 행세하는 걸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동아일보는 <인수위, 부처 의견 존중해야>란 제하의 사설에서, "인수위는 결코 정부 부처의 상위기관이 아니다. 이름 그대로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 현정부의 정책을 파악해 대통령당선자가 순조롭게 대통령직을 인수하도록 하는 한시기구일 뿐"이라면서, 현 정부 부처에게 '보고'를 강요하는 인수위의 월권을 꼬집었습니다. 또 "일부 정부 부처가 인수위 입맛에 맞추려는 듯 기존 정책을 서둘러 바꾸는 것도 옳지 않다"며 "당선자측은 그런 결과가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습니다. 동아일보의 인수위 비판은 <인수위가 모든 정책 결정하나> 사설에서도 계속됐습니다. 동아일보는 "과도기구인 대통령직인수위의 활동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넘치는 의욕과 부족한 행정경험으로 인한 시행착오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인수위가 본래의 한계를 벗어나 모든 정책의 결정권자 같은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일부 부처도 정책을 인수위 요구에 맞추는 경향이 있어 국정의 주체가 정부인지 인수위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게다가 인수위 내에서조차 종종 혼선이 빚어져 정책의 지향 방향이 무엇인지 헷갈릴 때도 적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파악과 준비가 충실하게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입안된 정책이란 허술하고 위험할 수밖에 없다. 또한 국가정책을 공식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은 결국 내각인데, 인수위가 즉흥적으로 쏟아낸 정책이 새 정부 출범 후 얼마나 순조롭게 내각에 접목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면서 "인수위는 정부가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조선일보의 비판은 동아일보보다 한층 강도가 셌습니다. 조선일보는 <인수위는 또 하나의 정부 아니다>는 사설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현 정부 부처 간에 곳곳에서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것에 대해 "어수선한 정부 이양기의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나 정권의 매끄러운 인수인계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인수위측이 현 정부 부처를 질책하며 고압적 자세를 보이는 것은 볼썽사납다"고 쏴붙였습니다. "인수위가 드러내놓고 힘을 과시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관료조직은 다가올 권력의 눈치를 보게 마련"이므로 "그럴수록 인수위는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는 겁니다. "인수위 활동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면서도 내실 있게 이루어져야" 하고 "자칫 한 나라에 2개의 정부가 있는 것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는 거지요. 그럼에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정부 부처 간에 곳곳에서 크고 작은 마찰음이 계속되자, 조선일보는 <인수위, 왜 자꾸 부처들과 충돌하나> 사설을 통해 "그 책임은 아무래도 인수위측에 더 많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인수위를 책망하고 나섰습니다. "정부 부처 스스로 인수위의 눈치를 살피며 기존 정책을 급선회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상황 속에서도 일부 부처와 인수위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차기정부가 추진할 개혁의 방향과 속도를 둘러싼 견해 차이 때문"인데, "이 대목에서 인수위가 낮은 자세로 조용히 문제를 풀어가기보다는 의욕과잉과 경험 미숙으로 정부 부처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일처리 방식"이 문제라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인수위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차기 정부를 예비하는 것이지 지금 당장 국정을 운영하는 일이 아니다. 인수위가 현 정부 부처와 크고 작은 마찰음을 낸다면 그것은 어쨌든 인수위의 과욕과 월권으로 비치기 십상이다"는 말로 사설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단어는 '어쨌든'이란 말입니다. 현 정부 부처와 인수위 간의 충돌에 대한 조선일보의 판단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둘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무조건 인수위가 잘못이라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이렇게까지 분명하게 말했는데도 말귀를 못 알아 듣자 조선일보도 그만 화가 치민 모양입니다. <인수위를 ‘통치위’로 알았나>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점령군'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인수위를 나무랐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법은 인수위의 고유업무를 ‘파악과 준비’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대로만 했다면 인수위 활동이 지금처럼 요란할 리 없"는데, 인수위가 점령군처럼 행세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 인수위 활동을 놓고도 고질적인 ‘점령군’논란이 다시 등장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와 현 정부 부처 사이에서 빚어진 여러 갈등을 보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시각이 이렇습니다. 이상의 사설들을 정리하자면 ; (1)인수위의 고유업무는 ‘파악과 준비’에 불과하다. 어느 곳에도 인수위에 구체적인 정책결정권을 부여한 대목이 없다. (2)인수위는 아직 정부도 아니고, 현 정부를 지휘 감독할 위치에 더더욱 있지도 않다. 그런 인수위측이 현 정부 부처를 질책하며 고압적 자세를 보이는 것은 잘못이다. (3)이미 권력의 중심이동은 이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자꾸 마찰음이 생기는 것은, 인수위가 의욕과잉과 경험 미숙으로 정부 부처를 거칠게 몰아붙이기 때문이다. (4)인수위 활동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면서도 내실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자칫 한 나라에 2개의 정부가 있는 것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 눈 밝은 독자들은 이쯤에서 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이렇게 날카롭게 인수위의 활동을 비판했다는데 왜 우리는 그걸 전혀 구경할 수 없는가?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상의 모든 사설들이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03년 1월 11일부터 2월 18일 사이에 작성됐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노무현 당선자측 인수위를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라 이 말이지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할 말을 제대로 하지 않습니까?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비판!? 오호, 그런 건 기대하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어차피 그네들이 손잡고 만들어낸 '권언일체'의 정권 아닙니까. 기껏 입을 열어 한다는 말이 <노무현 정권, 조용히 넘겨주고 신뜻하게 물러나야>(조선 사설, 2008.1.4) 이따위로 조롱하는 판에 무얼 더 기대하겠습니까? 아니 그래요? (2008.2.4) - 어른이 - --------------------------------------------------------------------------------------------- *** #. 상기한 사설들의 작성날짜. - [동아 사설] 인수위, 부처 의견 존중해야 (2003.1.11) - [동아 사설] 인수위가 모든 정책 결정하나 (2003.1.27) - [조선 사설] 인수위는 또 하나의 정부 아니다 (2003.1.11) - [조선 사설] 인수위, 왜 자꾸 부처들과 충돌하나 (2003.1.15) - [조선 사설] 인수위를 ‘통치위’로 알았나 (2003.2.18)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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