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홈피에 올려진 고1학생의 글


인수위 홈피에 올려진 고1학생의 글이랍니다.
명문이네요. 고1이 쓴 글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
학생답지 않은 날카로운 통찰력이 문장 도처에서 번뜩입니다.
글의 반응이 궁금하여 새벽에 인수위 홈피를 클릭했더니
찾는 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잘 열리지도 않고 또 엄청 늦네요.
한번쯤 읽어 보셔야 할 것 같아서 소개합니다.
........................................................................................................................................................

고1 학생입니다.
저는 매일 아침 라디오 영어프로를 1시간씩 듣고
저녁에 EBS 영어회화를 보고 영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토익은 만점 나오고요. 외국인과 의사소통 전혀 문제 없습니다.

인수위의 정책들 보면서 정말 한숨이 나옵니다.
인수위식의 영어는 배우기 싫습니다.
이 나라 교육이 몇년째 영어랑 씨름중입니까?
20년 전에도 국.영.수 세과목이 이 나라 교육의 전부였습니다.
10년 전에도 국.영.수 세과목이 이 나라 교육의 전부였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길거리에 나가서 사람들 붙잡고 물어 보시길 바랍니다.
학창시절에 정말 제대로 배웠으면 했던 과목이 무엇이었냐?
'한문'이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역사'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겁니다.
3학년 수험생이 되는 순간부터 '자습'시간으로 변해 버리는
'음악'과 '미술'과 '체육'이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겁니다.

지금 현장에 나가서 학생들한테 물어봐 주세요.
뭐가 가장 배우고 싶은지요.

영어 말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면 사교육 안 할 것 같나요?

이명박 당선자는 뭐라고 하셨습니까?
"외국에서 대학하고 MBA한 사람들을 한국에 불러서 자원봉사" 시키겠다구요?
원어민도 아닌 교사 아닙니까?
MBA하면 미국사람처럼 영어가능합니까?
저같으면 그시간에 그냥 학원가서 원어민 영어교사랑 5:1로 그룹스터디하겠습니다.

지금 한 반에 학생 수가 몇명입니까. 40명 아닙니까.
아니 그냥 EBS 영어회화 틀어놓고 하루 1시간씩만 달달 외우면서 공부해도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전혀 지장 없습니다.

더 고차원적 의사소통하는데 필요한 것은 어휘력이지 발음이 아닙니다.
우리가 해외에서 활동에 제약받는 게 있습니까?
어휘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지 발음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고 봅니다.
어휘력은 자기가 안 외우면 아무리 옆에서 집어 넣어줘도 안 늡니다.

우리가 영어 못 해서 경쟁력이 없습니까?
중국어로 중국 진출하고 일본어로 일본 진출하는 한국인들은
학창시절에 중국어와 일본어 배운 분들입니까?
다들 필요에 의해서 도전하고 배운 분들입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화의식 역사의식이 먼저 갖추어진다면 영어 잘 못 해도
외국 사람 앞에서 당당할 수 있습니다.
정체성이 없으니까 영어 단어 몇 마디 틀리면 위축되는 거고
상대방 눈치만 살피다가 머릿속은 백짓장이 되는 거 아닙니까.

공교육이 정말 고민해야 될 문제가 뭔지 그렇게 모르시겠습니까?
수십년째 국어.영어.수학 이 전부였던 이 나라 공교육
정말 칼을 대고 싶으면 이걸 고치시기 바랍니다.

영어로 신분이 결정되는 것이 현실이라구요?
학교에서 40명 모아놓고 성적발표하는 날,
아이들 앞에서 똑같이 말씀해 주실수 있습니까?
"이 성적이 앞으로 사회에서 너희의 신분이다" 라고
새싹들에게 말씀하실 수 있나요?

40명 모인 교실에서 무슨 영어수업이 가능합니까.
현직 선생님들의 능력 운운 하십니다만 현직 선생님들이
정말 회화가 안되서 영어로 수업을 못 하시는 걸까요?
수많은 학생들을 같은 진도로 이끌고 가야 되니까 안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정말 영어만 잘 하면 우리가 선진국이 되고 정말 영어만 잘 하면
우리가 세계 1류국가가 된다면 다른 과목은 다 버리고 영어만 합시다.
다른 과목 뭐 하려고 합니까.
안 그래도 공교육은 이미 문학과 예술과 역사는 버렸습니다.
지리나 생물같은 과목도 뒷전이 되었구요.
한문이나 제2외국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교육이 뭐 때문에 존재합니까?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려고 존재합니까?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수 있도록 지성과 교양을 함양해 주는 것이 공교육 아닙니까?
'선생님 저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싶습니다.'라고 하면
그시간에 수학이나 한문제 더풀어라, 이게 우리 교육의 현실 아닙니까?
정말 인수위의 말이 맞다면. 그렇다면 우리나라 공교육은 전과목 다 폐지해 버립시다.
오직 영어 한 과목만 가르쳐서 세계 제일의 선진국이 되어 보자구요.

이당선자여.
수많은 비리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대통령으로 뽑아 준 국민들의 마음이 뭔지 압니까?

당신은 임시입니다.
임시 대통령이요.
당장 먹고 살기 힘드니까 그나마 가장 임기응변을 잘 할 듯한 사람이라 뽑아 준 겁니다.
기업인 출신이니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요.

제발 쓸데 없는 데 삽질하지 말고 본인 앞가림이나 잘 해 주세요.
공교육에 대한 교육철학을 국민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기본권 침해입니다.

그리고 이경숙 위원장.
인수위는 인수인계나 하세요.
대학교에 적용할 교육철학을 중고등학교에 적용하려 하지 마시고요.
대학과 중고등학교는 엄연히 다릅니다.

저는요, 40명 교실에서 발표할 기회도 제대로 얻지 못하며
귀로만 듣는 원어민 수업따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럴 바에 영어테입 듣게 어학실이나 만들어 주세요.
서로 실력이 맞지 않아서 아이들끼리 눈치보는 그런 반 분위기도 싫어요.
영어수업 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것이 현실과 무관하게 대통령 업적으로 추앙되는 것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배우고 싶은 걸 배우고 싶습니다.
제대로요..
국.영.수 말고 제대로 역사와 문학과 예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저는 그게 21세기 문화 시민으로서 세계화 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세계는요, 영어로 모든 소통을 하는 것 같지만 말이 아닌 것으로 소통을 합니다.
우리나라 비보이들은 영어 한 마디 못 해도 외국에 나가서
몸으로 세계를 흥분시키고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영어 잘 해서 세계를 감동시키고
박지성 선수가 영어를 잘 해서 프리미어리그에 들어간 게 아니잖습니까.

우리는 이미 세계화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 십대에게 필요한 영어는 돈을 벌기 위한 영어가 아니라
세계의 다른 십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우리만의 표현들입니다.

제발 우리의 창의력을 당신들의 잣대로 억누르지 말아 주십시오.
이것은 중대한 인권침해입니다.
음악으로. 색깔로. 몸짓으로 소통하는 21세기를 당신들은 보지 못하는 겁니까?
---------------------------------------------------------------------------------------- ***
(자료제공:혼 님/mlbpark)



- 어른이 -
by 어른이 | 2008/02/02 07:40 | issue hunting | 트랙백 | 덧글(20)
트랙백 주소 : http://iandyou.egloos.com/tb/136923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natsue at 2008/02/02 07:41
정글고교의 불사조 군인가 봅니다. 아주 개념이 잘 박혀있군요.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02 07:57
natsue / 맹씨도 "得天下英才 而敎育之 三樂也"라 했다는데, 이런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은 얼마나 기쁠까요? ^^
Commented by 작은울 at 2008/02/02 08:32
정말 명문이군요. 내가 고등학교땐 아아...(먼산...)...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02 08:48
작은울 / 저도 마찬가지... 요즘 얘들 진보가 정말 무서워요.
Commented at 2008/02/02 09:3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레놀도야지 at 2008/02/02 09:36
개념글이군요. 정말 고등학생이 쓴건가 싶을정도입니다. 저보다 낫습니다.
Commented by 레놀도야지 at 2008/02/02 09:36
근디.. 고딩도 아는걸 MB는 왜 모르는걸까요?
Commented at 2008/02/02 09:3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어멈새 at 2008/02/02 09:37
우와......정말 입이 벌어질 정도로 명문이네요. 놀라우면서도 감동적입니다..와...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2/02 09:40
st_vast™ / 이것도 어제 날짜로 [펌]이라고 돼 있네요.
Commented by 귬파룸파 at 2008/02/02 11:46
오오오.....초공감입니다
Commented by 채채 at 2008/02/02 11:47
글 좀 퍼갈게요 ^^
Commented by 체리캔디 at 2008/02/02 12:06
고등학생이 쓴거라고 생각하기 어렵군요...

정말 고등학생이 쓴거라면, 이리 부끄러울 데가;;; 저보다 훨 나은듯; ㅠ,.ㅠ
Commented by 바람君 at 2008/02/02 12:39
사실 정치가들도 다 알고 있지요. 저렇게하면 '서민들' 잘 사는거. 근데 안해요. 자기들 배가 덜 부르거든요. 그래서 정치인들이 개새끼들이고 머리가 좋은거죠.
Commented by 류다 at 2008/02/02 18:13
링크신고합니다.
Commented by 연주 at 2008/02/02 19:52
고등학생이 아니라도 명문입니다!!!
Commented by RyuRing at 2008/02/02 20:50
너무너무 잘 쓴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고1 at 2008/03/09 17:37
최고입니다 정말!! 아 속이다시원하네요
Commented by 노현진 at 2008/06/17 11:08
고스란히 담아갑니다.
Commented by 뇽마씨 at 2008/06/20 19:54
담아가겠습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언어는 '지금, 여기서' 화육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장의 언어로..
by 어른이 2007 Egloos top100
Calendar
카테고리
문한별 칼럼(2008)
문한별 칼럼(2007)
문한별 칼럼(2006)
문한별 칼럼(2005)
문한별 칼럼(2004)
문한별 칼럼(2003)
문한별 칼럼(2002)
문한별 칼럼(2001)
문한별 칼럼(2000)
교회개혁을 위한 묵상
성경공부(강의) 연재
한별의 시편
한자로 풀이한 성경
살아가는 야그
먹는 즐거움
issue hunting
crazy media
today's cartoon
all that sports
laugh with me
and so on....
김영호의 매운 정치훈수
하재근의 보다 나은 세상
정문순의 여성 플러스 문학
황문성의 감성사진 앨범
김종선의 부동산 비밀과외
최근 등록된 덧글
안녕하세요! 저는 세계적..
by TNS at 08/19
예전 글이군요... 공모..
by 흠... at 08/19

by 엄마 at 08/17
이글을 복사해서 단 3군..
by ddd at 08/13
이대통령에게 너무나 안..
by 안영목 at 08/09
진짜 막장이네, 어떻게..
by 에구 at 08/08
ㅁ맛잇어 보이네요 위치..
by 영숙 at 08/06
와 정말 예쁘네요. 블로..
by 아톰 at 08/03
..
by 프리 at 07/24
씨발 엘프새끼들아 니네..
by 프리 at 07/24
가 볼 만한 곳...


네오이마주
포토로그

바람 불어 좋은 날...
이글루 링크
rss

skin by zodiac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