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에게 욕 얻어 먹고도 정신 못차린 언론들


지난 25일 나훈아가 전격적으로 감행한 기자회견에 대해서 참 말은 많았지만,
그러나 포인트를 제대로 잡은 곳은 거의 없는 듯 보입니다.

일각에서 오해하듯이,
나훈아는 언론에 의해 증폭된 자신의 의혹을 수세적으로 해명하기 위해 나온 게 아닙니다.
대신 자신에 관한 의혹을 무차별적으로 증폭시킨 언론을 한 방 먹이기 위해 나온 거지요.

그의 말을 들어 보세요.

"나는 무슨 일을 한 게 없기 때문에 해명할 게 없다.
해명은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한 기자나 언론이 해야 한다."

"쓸데없이 인신공격하는 네티즌들도 나쁘지만 그걸 부추기는 게 바로 언론...‘아니면 말고’,
‘맞으면 한탕’ 식으로 보도를 하는 언론은 펜으로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사를 다룰 때는 신중했어야 한다.
더 알아보고 더 챙겨보고 진실을 바탕으로 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야 함에도
진실은 어디로 가 있고 엉뚱한 이야기들만 하나부터 열까지 난무했다."


나 씨의 언론에 대한 조롱은 '바지 벗는 퍼포먼스'에서 정점에 달했습니다.
그는 양복 상의를 벗고 테이틀에 오르기 전 언론을 향해 이렇게 외쳤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여러분이 원하는 걸 시작하겠습니다."
 
이보다 더 시니컬한 조롱을 본 적이 있나요?
나 씨의 말에 함축된 의미는 이런 겁니다.

"저널리즘? 좋아하네.
너희 언론들은 평소엔 근엄한 척 하지만 그러나 내심 가장 원하는 건
나같은 딴따라가 바지 벗어 제끼는 이런 쇼같은 것 아니냐?
하이에나같은 언론들이여, 내가 포즈를 취해줄테니 맘껏 포식할 지어다."


따라서 바르게 보자면,
'나훈아 사건'은 한국 언론사에 기록될 치욕스런 사건 중의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언론과 기자들이 연예인에게 조롱당하고 수모당한 초유의 사건 말이지요.

그런데도 이미 맛이 갈 대로 간 한국 언론은 이런 일을 겪고도 깨달음이 없나 봅니다.
29일자 <스포츠한국>에 난 기사를 보세요.

"나훈아, 꿈찾아 또 잠행? / 기자회견뒤 연락두절"(12면)

"꿈찾아 다시 떠났나? 가수 나훈아의 행적을 둘러싸고 또 다시 분분한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나훈아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건강함을 확인시켜줬지만 향후 계획에 대해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더불어 당시 나훈아의 기자회견을 마련한 그의 최측근들도 지난 26일 이후 전화통화를 시도해도 연결이 되지 않고 있어 그의 행보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한다. 일각에서 나훈아가 기자회견 중 언급했던 내용을 비춰보며 '꿈찾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기자회견 뒤 나훈아 행적에 대해 궁금증을 표하면서
"'꿈찾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고 여전히 설레발입니다.

못 말리는 언론의 못 말리는 기자입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기사를 더는 쓰지 말라고,
더 알아보고 더 챙겨보고 확실한 사실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기사를 작성하라고
나훈아가 그리 호통치며 가르쳤음에도 여전히 옛버릇 그대로입니다.
 
정말 입이 딱 벌어지죠? (2008.1.29)




- 어른이 - 
by 어른이 | 2008/01/29 22:25 | crazy media | 트랙백(2)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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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민노씨.네 at 2008/01/30 09:58

제목 : 연예 찌라시즘의 구조와 나훈아 사건
부제 : 창조적인 연예 블로기즘을 위하여 이제 좀 잠잠한 것 같아서, 좀 담담하게 회고(까지는 아닐지라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짧게 씁니다. 0. 지난 1월 25일에 나훈아 기자회견이 있었죠. 이게 좀 욕먹을 생각같습니다만, 나훈아도 그렇고, 연예 찌라시즘 전파하는 각종 스포츠신문과 포털도 그렇고, 좀 '짜고치는 고스톱'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과적으로 나훈아는 나훈아대로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제대로 된 홍보용 퍼포먼스 한판 때렸고, ......more

Tracked from 링블로그-그만의 아이디어 at 2008/01/30 10:07

제목 : 기자가 뉴스 주인공이 되는 세상
가수 나훈아의 기자회견이 화제다. 나훈아에 대한 소문은 이미 연예계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그만의 귀에까지 들어왔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쑥덕거리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모 기자 블로그부터 시작됐다는 이 소문은 이니셜 보도로 인해 확산되고 무차별 상상력이 더해져 결국3류 애로 조폭 영화와 화려한 연예가의 뒷 이야기가 한데 묶였다. 한편의 근사한(?) 안줏거리가 마련돼 있으니 세간에는 연일 '그랬다며?'라는 카더라 통신이 넘쳐난다. 나훈아는 기자......more

Commented by 체리캔디 at 2008/01/29 21:10
...... 시사 상식좀 길러보겠다고 신문 구독하려던 생각을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접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저널리즘은 이제 찾아보기 힘든 것 같네요.

'이슈 되겠어~ 신문 사겠어~. 밀어붙여!!'<<< 웃을 수 만은 없는 말인듯;;;
Commented by 푸른별빛 at 2008/01/29 22:48
저 기사 쓴 사람은 기자회견장에서 선배 후배 친구 만나서 수다 떨다가 옆에 있던 다른 기자가 쓴 요약본 훌쩍 보고 대충 긁어쓴 뒤 한 잔 하러 간게 아닐까 싶습니다-_-
Commented by bokrhie at 2008/01/30 01:01
기자회견장에 직접가서 듣고나서도 대중들에게 "들었지? 니네가 변태들이래" 라고 뻔뻔하게 말하는게 언론사들 아닙니까. 뭐 주력 영업품목이 비데랑 자전거니까 이해할만도 하지만...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1/30 09:33
체리캔디 / 한겨레나 경향 보시죠. 그나마 좀 낫답니다.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1/30 09:34
푸른별빛, bokrhie / 아마 제대로 들었다 해도 달라진 건 없었을 겁니다. 요즘 기자들은 개념을 안드로메다에 놔두고 다니거든요.
Commented by 민노씨 at 2008/01/30 09:58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

"저널리즘? 좋아하네.
너희 언론들은 평소엔 근엄한 척 하지만 그러나 내심 가장 원하는 건
나같은 딴따라가 바지 벗어 제끼는 이런 쇼같은 것 아니냐?
하이에나같은 언론들이여, 내가 포즈를 취해줄테니 맘껏 포식할 지어다"

이 부분은 정말 공감하게 되네요.

부족한 글이지만 트랙백 쏩니다!
Commented by 어른이 at 2008/01/30 10:12
민노씨 / 감사합니다. 읽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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