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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신부'로 유명한 문정현 신부가 은퇴하셨다는군요.
지난 24일 전북 익산의 '작은 자매의 집'에서 은퇴미사를 드렸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몸도 성치 않으신 터에 벌써 칠순이시니 이제 은퇴하고 쉬실 만도 하지요. ![]() ▲ 1월 28일자 경향신문 만평 사실 그의 삶은 보통사람들은 감내하기 힘든 투쟁의 연속이었습니다. 시위현장에서의 그는 '깡패'라고 불리우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분노한 모습으로 그가 전경들에게 지팡이를 휘두르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삼삼하네요. 내가 그 분을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01년, 조선일보 태평로 본사 앞에서 진행된 안티조선 일인시위 현장에서 였습니다. 당시 나는 총책임자로서 석달 남짓 계속된 일인시위를 날마다 인도하고 있었지요. 문 신부는 sofa개정 국민운동본부를 대표해서 4월 9일 일인시위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이날 연락상의 착오가 생겨 두 명이 한꺼번에 나서게 됐어요. 고 박선영 열사 어머니인 오영자 여사(유가협)와 문 신부가 함께 하게 된 겁니다. 하는 수 없이 조선일보 건물 이쪽 저쪽에 두 사람을 각각 세우기로 했는데, 일인시위를 마크하는 전담형사가 강하게 만류합디다. "동일 장소에서 같은 주제로 두 사람이 동시에 서는 건 집회가 되므로 안된다"나요? 해서 할 수 없이 문 신부는 본래 자리 & 오영자 어머니는 서울시의회건물 앞에 세웠습니다. 덕분에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불볕더위 속에서 양쪽을 오가느라 고생이 쬐끔 심했지요. 그래도 두 분은 햇빛을 견디며 의연하게 시위에 임하시더군요.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그때의 풍경을 스케치한 글이 있어 잠깐 소개합니다. ![]() ▲ 문정현 신부의 일인시위 모습(2001.4.9) "신부님은 피켓을 목에 걸고 코리아나호텔 앞을 쉬임 없이 천천히 거니셨습니다.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문신부님과 피켓을 번갈아 쳐다 보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었습니다. 나이든 할아버지 한 분(박인규님)이 문 신부님에게 다가와 차 값으로 대신하라고 10,000원 짜리 지폐를 건네셨습니다. 그러면서 "생각을 바꿔야 우리나라가 산다"며 문 신부님괴 내 손을 꼭 쥐고서 연신 고맙다고 하셨습니다...(중략)... 오늘은 다른 날보다 시위시간이 조금 더 길었습니다. 시위에 참여하신 두 분의 열기가 넘 뜨거웠기 때문입니다. 더 계속하고 싶다고, 앞으로도 또 불러 달라고 말씀하실 때는 숙연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이른 11시 47분에 시작된 시위는 늦은 1시가 되어서야 끝났습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나는 며칠 후 문 신부가 주관하는 미 대사관 옆 소파집회에 호출돼 거기 군집한 시위자들 앞에서 일장연설까지 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문 신부와 친하게 되어 자리를 같이 하는 시간이 많아졌지요. 참, 문 신부의 동생 문규현 신부도 안티조선 일인시위에 참가했답니다. 방북한 임수경과 더불어 판문점을 두 발로 건너 오신 '작은' 문 신부 아시죠? 형님은 sofa개정 문제, 동생은 새만금반대 문제로 투쟁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문 신부는 내가 존경하고 인정하는 몇 안되는 시민운동가 중의 한 분입니다. 대개 이쪽에서도 기득권이 횡행하고 자리다툼하는 일이 잦습니다만, 그러나 문 신부는 바라는 것 하나 없이 순정하고 일관되게 싸워 온 사람이거든요. 문 신부를 생각할 때, 기억나는 장면이 몇 있습니다. 거리시위 때 진관스님이 목탁을 치고 문 신부가 그에 맞춰 춤추시는 장면도 그 중 하나.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어린아이처럼 어울리시는 모습들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문 신부가 일하시는 전북 익산의 '작은 자매의 집'을 찾아 간 적도 있습니다. 그곳에서 문정현 신부 방북에 관련된 바하인드 스토리를 자세히 듣기도 했지요. 조계사 앞 찻집, 인사동 갤러리 등지에서 함께 한 시간들이 문득 떠오르는군요. 문 신부는 미국으로부터 'Persona Non Grata'(기피인물)로 찍힌 인물입니다. 미국이 좋아서 마냥 환장하는 MB정부 관계자들이 들으면 혀를 찰 일이겠지만 그러나 나는 그런 그가 마냥 좋습니다. 참 신부다워서... 참 목자다워서... 그를 못 만난지 3~4년 되었는데, 은퇴하셨다니 찾아 뵈야 겠네요. 평택 등지에서 힘들게 투쟁하실 때 보필하지 못해 죄스럽고 미안했더랬습니다. "문 신부님, 죄송합니다. 용서하십시오. 그리고 건강하십시오." (2008.1.28) ☞ [경향 사설] 신부님, 문정현 신부님 - 어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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