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궁견환전] '손려앓이'의 시작
견환이 손려였을까? 손려가 견환이었을까?

1. 내 기억 속의 '후궁견환전'(이하 견환전)은 마약드라마다. 넘 재밌어서 계속 보게 만들고, 그로 인해 나를 괴롭히던 엄청난 통증도 잊게 만든 마약같은 드라마, 아니 마약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견환전'을 2년 전 처음 접했다. 허리디스크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때, 그래서 수술날짜를 앞두고 고통을 잊게 해 줄 무언가가 간절히 필요했을 때, '견환전'은 마치 선물처럼 은총처럼 기적처럼 내게 다가왔다.

당시 나는 진짜 마약이 절실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 아니면 잠시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극악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으니까. 고통이 심해지면서 나중엔 진통제에다 따로 타이레놀까지 먹어야만 했다. 그래도 아팠다.

그런데... 놀랍게도 '견환전'을 볼 때만큼은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는 것~! 믿어지시는가? (믿어지시면 아멘!) 정말이다. 진짜다. 내가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

'견환전' 76부작을 보는 동안, 나는 행복했다. 드라마에 심취하고 그 주인공 손려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도, 아픈 줄도 몰랐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만 하지 않은가.

'견환전'은 그래서 내게 더없이 고마운 드라마이자 구원의 드라마다. 한 마디로 인생드라마!~!

(참고로, 나는 청담동 우리들병원에서 디스크 내시경시술을 무려 4번이나 받았다. 첫번째 시술을 받은 게 2017년 6월 중순. 시술받고 하루만에 몸을 움직여 다시 걸을 수 있게 됐을 때 얼마나 기쁘던지~. 그러나 그 기쁨은 채 두달을 넘기지 못 했다. 재발해서 8월 말에 다시 시술을 받았고, 며칠 뒤 다시 재발해서 9월 초 세번째 시술을 받았다. 그리고 석달 만에 또다시 재발해서 2018년 1월 초에 네번째 시슬. 한국에서 최고 간다는 병원에서 같은 시술을 무려 4번이나 받아야 하는 그 절망감 침담함이란... 그런데 천만다행으로 4번째 시술을 받고서야 겨우 치유될 수 있었다. 할렐루야)

사실 이전만 해도 나는 드라마를 거의 안 보는 축에 속했다. 그 전에 본 국내드라마라 해봤자 모래시계와 허준, 대장금 등 소문난 화제작 몇 편밖에 없다. 물론 중국드라마는 본 적도, 볼 생각도 없었고...

가만!~! 지금 생각하니, 내가 그래도 추리드라마는 꽤 챙겨본 듯 하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포와로'와 '미스 마플' 시리즈나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 '형사 콜로보'와 '제시카의 추리극장' 시리즈 그리고 '후루하타 닌자부로'와 '춤추는 대수사선', '파트너' '경찰청 수사1과 9계', '히어로' 시리즈와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등은 빠짐없이 찾아 봤으니, 이만하면 열혈 수사물매니아라 지부해도 될 듯.


그러나 그외 드라마에는 별로 취미가 없었다. 봐 봤자 뻔한 사랑놀음인데, 시간 아깝게스리 그딴 걸 왜 본단 말가. 그렇게 드라마와 상관 없이 살았는데,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는 와중에 운명처럼 견환을, 아니 손려를 만난 것이다.

2. '견환전'의 주인공 손려는 예뻤다. 드라마 속 옹정도 견환을 일컬어 "네 미모는 천하제일이다"고 했는데, 내 눈에도 손려가 그러했다. 나는 '견환전'을 통해서 손려를 처음 접했는데, 이때 나온 탄식 한 마디. "이런 배우를 왜 여태 모르고 살았을까!"

'견환전'을 다 보고나서도 손려의 이미지가 어른거려 폭풍검색 끝에 찾아낸 드라마가 바로 '미월전'이다. 통일 직전의 진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에서도 손려가 주인공 미월 역으로 나온다. 나중에 '견환전'의 감독과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역사극임을 알고나서 내 기쁨이 더해졌음은 몰론이다.


'미월전'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초나라 공주 미월이 진나라로 건너가 중국 역사상 최초의 태후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81부작 대작 드라마다. 어릴 적 친하게 지냈던 초나라 적통공주 미주를 따라 진나라로 건너가지만 혜문황의 총애를 받기 위해 서로 적이 되어가고 아들과 함께 변방으로 쫓겨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아들 영직을 왕위에 앉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되는 미월의 일대기를 담았다.

특이한 건, '견환전'과 제작진이 겹치다 보니 '견환전'의 몇몇 배우들을 '미월전'에서도 볼 수 있다는 거다. '견환전'에서 견환을 모시던 지극충성의 최근석(최상궁)이 '미월전'에선 주인공 '미월'의 생모로 나오고, 또 '견환전'의 사랑받는 악녀 화비냥냥(장흔)이 '미월전'에선 미월의 생모가 모시던 초나라 후궁으로 나와 미월을 돕는다. 총명하고 당찼던 견환의 죽마고우 심미장이 '미월전'에선 소심하고 심약한 진나라 후궁으로 나오는 것도 구경거리.

  ▲ 좌에서부터 심미장, 화비냥냥, 최근석. 안타깝게도 '미월전'에선 분량이 많지 않다.

공통점은 또 있다. '견환전'과 마찬가지로, '미월전'에서도 '미월바라기들'이 어김 없이 등장한다는 거다. '견환'만을 바라보고 묻지마 지켜주는 과군왕과 온실초가 있다면, '미월'만을 갈구하는 첫사랑의 남자 황헐, 의거국의 왕 적려, 진의 혜문왕이 있다. 미월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한 이들 바보들의 컴피티션을 지켜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3. 다시 '견환전'으로 돌아가서, 나는 맨 앞에 "견환이 손려였을까? 손려가 견환이었을까?" 하고 썼다. 사실 상 이 글의 주제인 셈이다. 이렇게 말한 까닭인 즉, 주인공 손려가 견환 역을 너무나 잘 소화해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과도한 감정이입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 했기 때문이다.

나는 '견환'을 보면서, 아니 '견환'으로 분한 손려를 보면서, 그 일거수일투족과 표정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심취했다. 그가 곱게 웃으면 내 영혼도 너울거리고, 그가 새침한 모습을 보이면 나도 모르게 입이 헤벌쭉 벌어지고, 그가 울면 내 가슴도 찢어졌다. 극중 4황자가 "어머니가 싫어하는 사람은 저도 싫습니다" 하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내 심정이 바로 그러했다. 견환을 돕는 사람에겐 내 눈에서 하트가 나가고, 견환을 괴롭히는 악녀들에겐 어쩔 수 없이 레이저가 뿜어져 나가기 일쑤.


나는 지금도 견환 역의 손려가 지었던 모든 표정들을 기억한다. 처음 입궁했을 때 지었던 순진무구하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 그리고 상재에서 귀인, 빈, 비로 올라갈 수록 점점 짙어지는 화장과 그에 따라 달라진 강인한 눈매들... 어디 표정 뿐이랴. 그의 춤, 그의 시, 그의 지식, 그의 재치, 그의 계략 등 견환(손려)이 보인 모든 언행과 몸짓들을 또한 기억한다. 시간이 가도 잊혀지기는커녕 더욱 증폭되는 이런 기억들, 그래서 나의 '손려앓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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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 [후궁견환전] 사랑스러운 요물 '환환' 혹은 '환아'.1 
☞ 관련글 :《후궁견환전》 O.S.T (全15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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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 2019/03/19 22:45 | [중드] 후궁견환전 | 트랙백 | 핑백(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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