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성 "한국일보 황수현 기자, 부끄럽지 않소?"
10월 20일
글 : 박진성 시인
때 : 2018. 10. 20. 0:32

10월 20일

오늘은 종일 제정신이 아니었다. 날짜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몸에 어떤 반응이 생기는 일은 생일이나 기일 같은 날에만 가능할 텐데 종일 설명할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걸 보면 나의 또 다른 생일이거나 미래의 어느 날 나의 기일 같은 이상한 날짜를 지나는 기분이다.

2016년 10월 20일. 트위터에서 폭로가 시작된 날이다. 자세한 내용들은 기억이 안 나지만, 나는 공기의 질감이라든가 어둠의 농도 같은 것으로 트위터에 올라오는 폭로들을 기억한다. 어떤 현실은 때로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액정 너머로 내 이름이 또박또박 적혀 있는 악랄한 폭로 내용들을 나는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허위와 조작, 그리고 날조된 폭로들을 나는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사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마녀를 가운데 두고 둥그렇게 에워싼 사람들이 돌을 던지고 침을 뱉고 욕설을 퍼붓는 동안 그 마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대부분의 마녀사냥은 “나는 마녀가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입까지 틀어막고 이뤄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돌을 던지면 맞아주고 침을 뱉으면 그게 얼굴이든 어디든 침을 뱉는 대로 내버려 두고 들려오는 욕설들을 그냥 듣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결혼은 했는지,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어디에 사는지,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떤 사람인지 인터넷에서 빼낼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빼내서 서로 공유하는 상황이었다.

가끔 내게 묻는 사람들이 있다. 가지고 있는 자료들로 그때 왜 반박하지 않았느냐고. 그 ‘자료’들은 ‘사냥’이 끝난 후에야 자료가 되는 것이지, 당시에는 그 자료조차 마녀의 악랄함을 증명해주는 어떤 표식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정말 그랬다.

도저히 혼자 있는 일이 불가능해서 강혁의 갤러리로 찾아갔던 기억. 딱히 할 일은 없었다. 혁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내용들을 혼자서만 쳐다보고 있었다. 혼자 있지 못하게 혁이 내내 곁에 있어 주었다.

“혼자 있지 마라.” 혁은 그렇게 짧게만 말하고 내 스마트폰의 전원을 끄고 자신의 외투 주머니에 넣었다.

밤 10시, 어둠.
밤 11시, 더 깊은 어둠.
자정, 갑천 천변의 긴 긴 길.
새벽 1시, 왔던 자리로 다시 돌아가기.
새벽 2시, 강혁의 차 안에서 보던 하늘, 짙은 어둠.
새벽 3시, 박진성 죽어라, 박진성 자살해라, 아수라장 트위터.
새벽 4시, 실신.

다음 날은 더 지독했다. 2016년 10월 21일. 오후 1시. 한국일보 황수현 기자가 거짓 폭로들을 모아 기사로 내보냈다. 나에게는 어떠한 확인도 없이 나간 기사였다. 휴대폰 액정 너머로 나의 얼굴과 이름이 그대로 노출된 채 기사는 빠르게 공유되고 있었다. 황수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모든 요구가 묵살됐다. 최초 폭로 이후 48시간이 채 안 된 시간 만에 나는 어느새 중대 성범죄자가 되어 있었다. 상습 성추행…자의적이지 않은 성관계…강제적 성관계…, 그런 무서운 말들이 내 이름과 함께 액정에서 뒹굴고 있었다. 장기(臟器) 몇 개를 도려내는 통증 같은 것이 몰려왔다.

기사 몇 개가 쏟아지고 이번엔 방송이었다. 차마 못 보고 사랑이를 꼭 껴안고 있었다. 이 늙은 반려견은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알고 있을까. 눈 먼 개의 눈동자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극단의 상황에서 인간은 초현실을 경험한다. 개의 눈동자가 말을 하고 있었다. 죽어라……, 기사가 아니라 방송이 아니라 나는 나로부터 가장 낯선 인간이 되어 가고 있었다. 실신, 다시 햇빛, 실신, 다시 어둠, 그리고 다시 실신. 더 깊은 어둠.

그 허위 폭로들과 그 거짓 기사들과 조롱, 그리고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말들의 원본을 2017년 가을부터 하나의 폴더에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폴더 중 하나의 문서에 이렇게만 기록해 두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가장 치욕스러운 건 활자로 책으로 남겨서 후대로 만방으로 기록해 두는 것. 그러니까 네가 사라지고 없어져도 너의 더러운 말들은 영원히 살도록 그렇게 영원을 살아서 누군가가 너를 기억할 때 너의 더러운 말들이 너의 얼굴이 되도록 해주는 것. 그게 진짜 치욕인 것.” 그 폴더의 파일들을 가끔 열어 보다가 또 발작한다. 그리고 실신한다. 발작하고 실신해도 계속 기록하고 쓰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그렇게 실신 상태로 1년을 살았다. 작은 희망을 품는 일조차 조심스러웠고 사치스러웠던 2016년 가을과 겨울의 차가운 날짜들. 한자리에서, 물이 얼어 얼음이 되고 얼음이 다시 녹아 물로 되돌아가는 일이 그렇게 신비로운 일인 줄 모르고 살았다. 꽃이 피었던 자리에 잎이 돋고 그 잎이 물들었다가 지상으로 낙하하고, 그 자리가 겨울의 차가운 공중을 내내 떠받치고 있다가 그 자리로 다시 꽃들이 돌아오는 일이 그렇게 신기한 일인 줄 모르고 살았다. 내 곁에 있는 어떤 사람의 자리는 당연한 게 아니라 내가 어쩌면 일생을 걸고 지켜줘야 할 자리라는 걸, 그 자리를 지키고 보살피는 일이 그렇게 신비로운 일인 줄 모르고 살았다.

그렇게 1년을 살았다. 살아 있으니까 다행이라고, 오늘은 그렇게만 주위의 풍경들을 쓰다듬고 싶다.(2017년 10월 20일)

- 산문집 『이후의 삶』중.

https://blog.naver.com/poetone



박진성 시인 성폭력 의혹 보도에 “5000만원 지급하라”
미디어오늘, 2018.07.20


시집 ‘목숨’ ‘식물의 밤’ 등을 펴낸 박진성 시인이 자신에 ‘상습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한국일보와 소속 기자를 상대로 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지난 18일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는 한국일보와 소속 기자가 박 시인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 액수(손해배상액)를 5000만 원으로 명시했다. 박 시인이 이번 소송에서 청구한 위자료는 1억 원이었다.

아울러 법원은 박 시인이 수년간 상습적으로 여성 습작생들에게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을 담은 2016년 10월21일자 첫 보도(“문화계 왜 이러나… 이번엔 시인 상습 성추행 의혹”)를 포함해 한국일보 기사 4건, 관련한 한국일보 SNS 게시물 2건의 정정을 명했다.

한국일보가 쏟아낸 보도들

2016년 10월 보도된 한국일보 첫 기사에는 박 시인으로부터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을 당했다고 자처한 익명의 여성들이 알파벳으로(A, C, D, E, 기타) 등장한다. 이 사건 피고인 한국일보 ㅎ기자는 SNS상에서 나온 익명 여성들의 성폭력 고발을 전하는 형식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중략)..,

박 시인에 대한 한국일보 보도는 이어졌다. ㅎ기자는 2016년 10월23일 후속기사를 통해 박 시인의 성폭력 의혹에 관한 내용을 다시 거론했다. 한국일보는 사설(2016년 10월24일자)에서 박 시인을 거론하며 “여성의 거처를 찾아가 만남을 강요하고 심지어 성관계까지 강제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런 증언이 사실이라면 일종의 범죄를 저지른 셈”이라고 썼다. 한국일보 대학생 인턴기자들은 ㅎ기자의 첫 보도를 포함한 내용을 ‘카드뉴스’로 제작하기도 했다...(중략)...


▲ 한국일보 2016년 10월24일자 사설. 한국일보는 이제 '언론계 뼈아픈 자성 촉구하는 추악한 성추행 보도'라는 사설을 시급히 써야 하지 않을까.

시인의 고소 공방전

박 시인은 E씨를 상대로는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법원은 E씨가 “한국일보 기사에서는 제가 트위터에 게시한 내용을 인용해 박진성 시인이 저에게 성추행과 ‘강제적 성관계’를 행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해당 한국일보 기사는 저의 의사에 반해 보도된 것이다. 저는 저와 박진성 시인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기사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내렸다. 양쪽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이 결정은 지난 2월 확정됐다.


      ▲ 박진성 시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던 한 여성과의 민사 조정 합의문

이러한 사실관계와 각종 증거에 기초해 이번 재판부는 한국일보 보도들이 담고 있는 주요 사실 관계 요지(‘미성년자 여성을 성희롱했다’, ‘여자는 남자 맛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지는 등 추행했다’, ‘자의적이지 않은 성관계를 했다’, ‘다리 벌린 사진을 보내라고 하고 거부하면 자해 운운했다’, ‘뒷풀이 자리에서 허벅지를 만졌다’, ‘죽고 싶다고 해 오게 한 뒤 강제적 성관계를 가졌다’, ‘박진성이 지명도를 이용해 여성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성폭행했다’ 등)를 허위로 판단했다...(중략)...

확인 취재 없는 한국일보 보도

한국일보 측은 보도 일부가 허위일지라도 공익에 관한 것으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ㅎ기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과 박 시인에 대해 전화 또는 대면 인터뷰를 실시하지 않은 사실에 무거운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피해자라고 자처하는 이 사건 익명 여성들에 대한 직접 확인 취재는 끝내 하지 않았고 한국일보는 그런 상태에서 최초 기사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후속 기사, 사설 등 관련 보도를 스스로 확대재생산했다”고 지적했다...(후략)...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3726


그리고 2018년 12월 23일...

https://blog.naver.com/poetone

박진성 시인을 거의 죽음으로 몰아가 놓고는
법정공방에서 패배하자 갑자기
손해배상 액수 좀 깍아달라고 애걸복걸...
그놈의 돈, 돈, 돈...


한국일보와 황수현 기자, 끝까지 추하네요.
잘못된 기사로 한 사람의 인격과 명예를 실추시키고 매장시켰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합당하게 배상하면 될 일.

돈이 없는 것도 아닐텐데 왜 이리 궁상맞게 노나요.
설마 제 돈 나가는 것은 아깝고,
자신의 기사로 한 사람의 생명이 위협받는 것은 괜찮다 이건가요?

솔직히 한국일보와 황수현은 5,000만원이 아니라 5억을 내도 부족합니다.
아마도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났으면, 천문학적인 징벌금은 물론이고
직장에서도 당장 좇겨났을 겁니다.

이쯤에서 황수현 씨에게 한 말씀.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감사히 여기세요.
그리고 사실확인도 없이 써대는 묻지마 기사, 더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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